지난해 주요 은행의 달러 예금이 20%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의 둔화, 저유가로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로 투자가 몰린 것이다.
13일 각 은행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 등 5대 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지난해 1월 말 249억5,700만 달러(약 30조1,979억원)에서 12월 말 310억2천만 달러(약 37조5,342억원)로 60억6,300만 달러(24.3%) 증가했다.
이는 2014년 증가분(19억달러)과 비교해 3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저금리 기조 속에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개인 자금이 달러 예금에 대거 몰리면서 덩치를 키웠다.
국민·하나·우리 등 3개 은행의 개인 달러 예금은 지난해 1월 45억9,200만 달러에서 연말 55억7,600만 달러로 9억8,400만 달러(21.4%) 늘었다.
특히 미국 금리 인상을 한 달 앞둔 11월에만 지난해 증가분의 67%에 달하는 6억5,700만 달러가 유입되면서 상승세를 주도했다.
달러 예금은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적립했다가 출금하거나 만기가 됐을 때 원화로 받는 금융상품이다.
달러 가격이 오르면 1년짜리 기준으로 0.7% 수준의 금리 외에 환차익을 얻을 수 있고 환차익엔 세금도 붙지 않는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5천만원 한도 내에서 보호를 받는다.
중국 증시 폭락 탓에 불안한 스타트를 끊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는 올해도 쾌속질주 중이다.
원·달러 환율은 12일 1,210.3원으로 마감하며 5년6개월 만에 1,210원대를 찍었다.
이런 `강달러` 분위기 속에 일부 개인들은 `달러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의 개인 달러 예금은 지난해 말 9억6,200만 달러에서 11일 9억7,200만 달러로 6거래일 만에 1천만 달러 증가했다.
지난해 4월 외환은행(현 KEB하나은행)이 출시한 `달러 ELS`(주가연계증권) 잔액도 올 들어 6거래일 만에 1,800만 달러가 늘었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개인금융팀장은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이상 가기는 쉽지 않겠지만 올 상반기까지는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하는 등 달러 예금이 계속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원·달러 환율이 오를 만큼 올라 지금 들어가면 이른바 `상투`를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성율 KB국민은행 목동PB센터 팀장은 "미국 금리인상 효과는 이미 1,100원 후반대에서 반영됐고, 그 이상은 중국발 악재 때문"이라며 "중국 증시가 어느 정도 안정되면 환율 상승세는 제한될 것으로 보여 달러 예금에 계속 투자하는 게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영란 KEB하나은행 서총중앙로점 PB팀장도 "지난해 6월에 견줘 원·달러 환율이 100원 넘게 올랐다"며 "1,250원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지금 달러 예금에 새롭게 가입하기에는 부담스런 가격"이라고 했다.
박 팀장은 "달러와 원화를 적절하게 안배하는 포트폴리오 유지 차원에서 접근하는 건 바람직하지만 재테크 수단으로 접근하는 건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부 개인들은 이미 차익실현에 나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 기준으로 KEB하나은행의 개인 달러예금은 지난해 말보다 8,400만 달러, KB국민은행의 개인 달러예금은 7,900만 달러 각각 줄었다.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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