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이 다음주 실시하는 부장급 이하 직원 정기인사에서 140여명을 승진연한에 관계없이 발탁하기로 했다고 한국경제신문이 보도했다.
연공서열에 얽매이지 않고 우수한 성과를 낸 직원을 일찍 승진시켜 느슨한 조직문화에 자극을 주겠다는 이경섭 농협은행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발탁 인사 규모는 지난해의 세 배 수준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20일부터 발표하는 부장급 이하 직원 인사에서 직급별 평균연한과 무관하게 승진하는 발탁인사를 지난해의 세 배 규모로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농협은행에서 발탁을 통해 조기 승진한 직원은 46명이었다.
올해 인사에서는 140여명이 평균 승진연한과 관계없이 업무 평가와 실적에 따라 승진하게 된다.
예컨대 대졸 신입으로 입행한 주임급(6급) 직원이 과장급(4급)으로 승진하기까지 10년가량 걸리지만 업무 성과가 동료에 비해 월등하면 이 기한을 최대 절반까지 단축한다는 얘기다.
팀장급 직원 중에서 승진연한인 9년보다 2년 정도 앞서 부장이 되는 사례도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연차에 따라 급여가 오르는 호봉제 중심의 국내 은행권에서 농협은행의 대규모 발탁인사는 이례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국 영업점을 통틀어 독보적인 실적을 낸 직원을 상징적으로 1년에 한두 명 특별 승진시키는 사례가 있지만, 100명 이상을 발탁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의 발탁인사 확대는 지난 4일 취임한 이 행장이 "성과주의 확산을 위해서는 능력 있고 우수한 성과를 낸 직원이 보상받는 조직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이 행장은 "능력 있는 직원이 고속 승진하는 모습을 보면 자연스럽게 조직 내 경쟁심이 고취되고, 성과주의 문화가 확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은행에 비해 낮은 직원 생산성도 발탁인사 확대의 배경이 됐다.
지난해 1~3분기 기준 농협은행 직원은 1인당 약 8,800만원의 이익(충당금 적립 전 이익 기준)을 낸 데 비해 업계 최고인 신한은행의 1인당 이익은 1억3,300만원에 달했다.
씨티은행(1억2,700만원) 우리은행(1억1,900만원) 하나은행(9,100만원) 등도 농협은행보다 생산성이 높았다.
금융권에서는 농협은행의 이 같은 인사에 대해 "성과급 확대 등 임금체계 개편이 노동조합과의 협상을 거쳐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만큼 성과에 따른 보상 차별화에 앞서 인사를 통해 성과주의 문화를 확산시키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은행들은 노조의 반발에 부딪혀 성과주의 도입에 난항을 겪고 있다.
기업은행은 전체 급여에서 성과급이 차지하는 비중을 17%에서 30%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노조는 파업도 불사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국민은행도 지난해 직급별 기본급 상한제 확대와 개인성과제 도입을 추진했지만 노조의 반대로 잠정 중단했다.
성과주의를 먼저 도입한 신한은행도 기존 성과제 확대 여부를 놓고 노사가 부딪치고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연봉체계 개선은 노조와 합의가 필요하지만 일 잘하는 직원을 인사로 보상해주는 것은 경영진의 고유 권한"이라며 "발탁인사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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