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퀸’ 김하늘. 약 5년 만에 스크린으로 컴백한 그가 이번엔 ‘정통 멜로’로 돌아왔다.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는 정통 멜로 영화가 기근인 지금, 극장가에 단비 같은 작품. 그래서 더욱 흥행을 기대해봄직한 이 영화, 김하늘은 “몽환적인 느낌이 좋아서” 선택했다고 한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솔직하게 말하면 분위기가 색다르고 좋았어요. 지금까지 접해보지 못했던 시나리오의 느낌이랄까. 그래서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던 그는 직접 영화의 포스터를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자신이 느꼈던 느낌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포스터를 보면 뿌옇고 몽환적이잖아요.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딱 이 느낌이었어요. 구체적이고 디테일한 부분보다, 분위기에 이끌렸던 거예요”라는 그녀의 말은 진짜였다.
김하늘, 정우성 주연의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는 교통사고로 10년의 기억을 잃어버린 남자 석원(정우성)과 그 앞에 나타난 비밀스러운 여자 진영(김하늘)의 이야기. 언뜻 보면 흔한 멜로 같지만 그 안에 멜로도 있고, 미스테리도 있어 더욱 독특한 작품이다. 그러나 ‘기억상실’이라는 소재가 주는 편견은 영화를 보지 않고는 깰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지기도 한다.
“VIP 시사회가 끝나고 나서 다들 첫 마디가 ‘원래 기대 안 했었다’였어요. 소재가 흔하기 때문에 그런 거겠죠. 그런데 다들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다고 말씀들을 해주셔서 굉장히 기뻤어요” 라던 그녀의 말처럼 보고나서야 진가를 알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영화. 그래서 김하늘의 기대감도 남다른 듯 보였다.
특히 이번 영화는 남자 석원과 여자 진영의 상반되는 심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줄곧 석원의 시점으로 영화는 진행되지만 이 영화의 중심은 바로 김하늘이 맡은 캐릭터, ‘진영’이다. 제작발표회, 시사회에서도 정우성은 줄곧 “이 영화는 ‘진영’의 영화다”라고 밝혔을 정도. 비밀스러우면서도 사랑스러운 매력이 가미돼야만 했던 ‘진영’이라는 역할은 감정의 진폭이 큰 캐릭터인 만큼 김하늘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이번 영화는 특히 힘들고 어려웠어요. 독특한 소재의 영화를 처음 경험해본 거잖아요. 그런 독특한 느낌 때문에 이 시나리오를 선택한 것도 있어요. 그런데 남자 주인공은 영화 중반부까지 계속 기억을 못 하는 상태잖아요. 그래서 ‘진영’이 계속 움직이고 부딪혀야만 해요. 그런 부분들이 관객들에게 매력으로 다가갈 수 있을지, 또 공감을 줄 수 있을지 고민이 많이 되더라고요”
김하늘은 진영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많은 고민을 거듭한 듯 보였다. “진영이는 사람을 외면하지 못하는 역할이에요. 그래서 더 가슴 아파하는 인물이다 보니 진영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울컥하더라고요”라던 그는 그래서 진영의 마음을 전적으로 공감하고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금 엉뚱하고 사연이 있어 보이는 역할이지만, 석원이가 첫 눈에 반할 수 있어야 하는 매력도 있어야 하는 게 바로 진영이거든요. 그런데 극중에서 진영이가 석원이에게 다가가는 이유는 사실 매력적이지 않잖아요. 이런 부분들이 조화가 잘 돼야만 한다는 어려움이 있었어요. 결말부에 모든 퍼즐이 맞춰졌을 때를 생각하면 수위조절을 잘 해야만 했거든요. 그런 부분들을 표현하는 게 참 힘들었어요”라고 설명했다.
김하늘의 이런 고민들은 영화에 적극 반영됐다. 여배우와 여감독, 김하늘은 이번 영화를 연출한 이윤정 감독과 많은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전했다. “감독님은 신선한 연기를 원하셨는데, 저는 그렇지 않았어요. 영화 자체가 독특한 설정인데, 캐릭터까지 튀면 영화 자체가 너무 튈 것 같다는 걱정이 들더라고요”라며 “진영이 담배를 피우는 장면도 감독님께서 설정한 부분인데, 제 연기 인생 중에 가장 어색한 연기가 아니었나 생각해요. 그렇지만 감독님은 담배, 선글라스 같은 소품을 통해서 캐릭터에 신선함을 부여하고 싶어 하셨고, 결론적으로 영화에서 잘 녹아들었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김하늘과 이윤정 감독, 그리고 제작자 겸 배우로 참여한 정우성. 세 사람은 감성도 다르고, 관점도 많이 달랐지만 그래서 더 많은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결론적으로 이는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일조했다. “정우성 선배는 제가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하면 언제든지 달려와 줬어요. 그런 부분들이 영화의 디테일한 부분들을 살리는데 많이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라던 그는 정우성과의 촬영 에피소드에 대해 털어놨다.
“촬영하기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아무래도 싸우는 장면이었어요. 둘 다 화내는 걸 못해서 그런지 어렵더라고요. 멜로를 많이 촬영하고 싸우는 장면을 중후반에 촬영해서 그런지 어색했어요”라며 “너무 못 싸우다보니까 대사도 정말 많이 수정했어요”라고 설명하던 김하늘은 당시를 회상하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이어 영화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던 오열 연기에 관련된 에피소드도 털어놨다. “우는 장면이 너무 많긴 한데, 아무래도 마지막 오열 장면이 가장 힘들고 어려웠어요. 감정의 호흡이 끊이지 않아서 눈물이 계속 흐르더라고요. 이건 정우성 선배도 마찬가지였어요. 감정이 깊고 진한 사람이라 그런지 더 그랬던 게 아닌가 생각해요”
또 김하늘은 정우성을 통해 남녀의 시선 차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됐다고 말했다. "옥상 장면을 찍을 때였어요. 그 날 옥상 장면에서 딱 한 장면, 바스트 클로즈업 신을 촬영하는데 정우성 선배가 그 장면이 굉장히 예쁘게 나오길 원했어요. 그런데 여자, 남자가 느끼는 예쁜 모습이 다르더라고요"라고 설명하던 김하늘은 문득 생각난 듯 `욕조 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욕조에서 정우성 선배와 함께 있는 장면이 있는데, 저는 사실 대사가 참 낯간지럽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정우성 선배는 그 대사를 참 좋아하더라고요. 이게 차이인가 봐요"라며 미소를 보였다.
이날 김하늘은 유난히 밝고 여유로워 보였다. 제작보고회, 시사회 당시에도 정우성, 이윤정 감독과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던 그녀, `깍쟁이` 같은 이미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김하늘 스스로도 예전보다 많이 여유로워졌다고 고백했다.
"제가 많이 여유로워졌다는 걸 느껴요. 예전에는 사실 상대와 호흡을 맞추기가 너무 어려웠거든요. 캐릭터 연기를 하느라 상대배우들이랑 대화도 안 했어요. 그런데 그게 굉장히 후회가 돼요. 그 때는 정말 여유가 많이 없어서 안부 정도만 물었었는데, 시간이 좀 지나면서 나만 보고 연기해선 안 된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라던 그녀는 "상대방과의 호흡이 영화의 완성도에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내 연기만 생각했었다면 지금은 오히려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거든요. 정우성 선배 같은 경우도 제가 더 많이 다가가려고 노력했었어요. 그렇게 서로가 편해지면 호흡이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김하늘의 이런 변화는 바로 드라마 ‘신사의 품격’ 덕분이라고. "그 전에는 어린 친구들과 작업을 많이 했었는데, 그 친구들은 먼저 다가와주니까 편했어요. 그런데 `신사의 품격`에는 저보다 선배들이 나오잖아요. 장동건 선배 같은 경우도 그렇고. 그러니까 굉장히 다가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의지도 많이 되고 편한 느낌이 드니까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현장에서 정말 좋았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사의 품격` 촬영 당시에도 고충은 있었다. 평소 오버스러운 연기를 좋아하지 않는 김하늘, 그러나 당시 맡았던 캐릭터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 "그 때 맡았던 캐릭터에 대해 고민이 많았어요. 정말 그 캐릭터가 너무 힘들었거든요. 왜냐하면 저는 슬프든, 재밌든, 스릴러든 너무 오버되는 연기의 감정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런데 로맨틱한 캐릭터들은 가끔 너무 억지스러운 연기가 있어요. 그런 것들이 저는 불편해요"라며 "TV 드라마 속 로맨틱 코미디 연기가 더 어려운 이유는 대본 때문도 있어요. 영화는 모든 흐름을 알고 연기를 시작하기 때문에 강약 조절이 가능한데, 드라마는 대본이 계속 나오는 시스템이라 호흡을 알 수 없어서 더 힘든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이제 곧 결혼을 앞둔 그는 강행군 속에서도 밝고 쾌활한 모습으로 인터뷰 분위기를 주도했다. 예능에서 보여준 털털한 모습과 다를 바 없던 그녀의 모습에서 긍정적인 에너지가 솟아 나오는 듯 보였다. 결혼 후에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밝힌 그는 연기도, 성격도 담백해서 더욱 진한 멜로의 향기를 품고 있었다. 잘 어울리는 것, 잘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김하늘, 그래서 `멜로퀸` 김하늘이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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