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빠 생각`은 한국 전쟁 당시 실존했던 어린이 합창단을 모티브로 한 영화.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은 이들이 노래를 통해 위대한 기적을 만들어 내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전쟁`을 소재로 한 이 영화, 여운이 꽤 길다. 예상 가능한 이야기를 풀어놓으면서도 어쩐지 곳곳에서 허를 찌르는 감동이 물밀 듯 밀려온다. 성선설을 기저에 둔 듯 보이는 이 영화에는 그래서 완전한 악역이 없다. 가슴을 졸이게 하는 비틀린 연출도 없다. 착한 이야기, 그 속에 등장하는 착한 인물들. 그래서 영화가 주는 감동을 오롯이 받아들이기 수월하다.
극의 중심에는 동구(정준원)와 순이(이레) 남매가 있다. `오빠 생각`의 오빠는 바로 순이의 오빠 동구. 시대가 만들어낸 가련한 이 아이들은 서로 부둥켜 안으며 하루 하루를 극복해 나간다. 동구는 어른의 역할을 짊어진 아이의 슬픔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인물. 동생 순이를 위해 언제나 달려갈 준비가 된 이 아이의 순수한 마음은 처절해서 더욱 가슴을 저릿하게 만든다.
동생 순이의 세상에도 오직 오빠 동구 뿐이다. 다른 캐릭터들과 얽히고 설키지 않으면서도 등장할 때마다 가슴을 저릿하게 만드는 오묘한 힘이 있다. "이레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던 이희준의 말처럼 이레는 아역을 넘는 깊은 감성으로 극에 감동을 더한다.
이 영화에 가진 자는 없다. 잃은 자들이 한 데 모여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은 그래서 때때로 삐긋거려야만 한다. 전쟁이 앗아간 가족과 친구, 전우들을 가슴에 품은 이들이 `합창`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치유해나가는 과정이 꽤 치열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전쟁 고아들을 품에 안게 된 이들도 마찬가지다. 한상렬(임시완)은 가족과 전우를, 갈고리(이희준)은 전투로 인해 한쪽 팔을 잃었다. 정 반대의 이유로 아이들을 품에 안은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전쟁의 현실을 대변하며 극에 흥미를 더한다. 고아들을 위해 기꺼이 봉사를 자청한 박주미(고아성)가 다소 이질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도 그래서다. 상대적으로 얕은 아픔을 가진 박주미는 전쟁의 한복판에 서있지만,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영화는 예상처럼 흘러가지만 꽤 즐겁다. 갈등과 화해,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모든 과정에 휴머니즘이 진득하게 깔려있다. 그러나 억지 감동을 자아내지는 않는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힘을 쫙 뺐기 때문. 적재적소에 배치된 유머 코드, 조연들의 부족함 없는 연기도 여기에 한 몫 한다. 더욱이 약 서른 명의 아이들이 합창을 위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가슴을 따뜻하게 만든다. `모든 것은 어른들의 잘못이다`라고 끊임 없이 말하고 있기에 관객은 마음의 짐을 덜 수 있다.
한국전쟁 당시 실제 존재했던 합창단을 모티브로 만든 이 영화는 `목장길 따라`, `즐거운 나의 집`, `고향의 봄` 등 귀에 익숙한 곡들을 속속 등장시키며 감동을 배가 시킨다. 전쟁을 겪은 세대에게는 깊은 공감을, 겪지 않은 세대에게는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엔딩을 장식한 이레의 목소리가 부를 2016년 새해 첫 감동, 기대해 볼만 하다. 1월 21일 개봉. 러닝타임 124분.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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