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명의 배우가 역할 한 개만 맡아서는 더는 배우 축에 들기도 힘들 것 같다. 어느새 `1인 다역`이 안방극장에 트렌트로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리 `천상의 약속`
MBC 드라마 `왔다! 장보리`의 연민정 역을 맡아 연기대상까지 거머쥐었던 이유리가 이번엔 KBS 2TV 새 일일드라마 `천상의 약속`을 통해 본격적인 1인 2역에 도전한다.
`천상의 약속`은 사랑했던 사람에게, 그리고 대를 이어 내려온 악한 사랑에 짓밟힌 한 여자의 굴곡진 삶을 담은 작품이다. 이유리는 당차고 생활력이 강하며 가족과 연인을 위해 궂은일도 마다치 않는 맑은 성품의 소유자 이나연부터 부잣집 외동딸이자 까칠하고 도도한 시사 주간지 기자로 못 하는 것이 없는 만능 엄친딸 백도희까지 1인 2역을 맡았다.
연민정의 캐릭터 이미지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이유리의 도전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하지만 복수가 시작되면 다시 `연민정다운` 연기가 나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없는 건 아니다.
이런 우려에 이유리는 "그런 걸 너무 의식하지 않고 감독님과 상의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이 작품을 통해 연민정을 넘겠다기보다 캐릭터에 충실하면서 보시는 분들이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연민정과 비슷하다는 말을 들어도 보시는 분들을 즐겁게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장서희 `아내의 유혹`
1인 2역의 정점을 찍은 드라마가 바로 2008년 방영된 SBS `아내의 유혹`이다. 현모양처였던 여자가 남편에게 버림받고 눈 밑에 점을 찍고 등장해 파멸에 이르는 복수극을 펼치는 드라마다.
점 하나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등장인물들의 눈썰미에 시청자는 공감하지 못하면서도 `욕하면서 보는 막장 드라마`의 정석으로 자리 잡았다. 덕분에 많은 개그 프로그램 및 예능 프로그램에서 패러디하기도 했다.

#박혁권 `육룡이 나르샤`
1인 2역은 선한 캐릭터와 악한 캐릭터를 기본으로 하고 악한 캐릭터는 미움을 받고 선한 캐릭터는 사랑을 받는다.
하지만 박혁권이 연기한 SBS `육룡이 나르샤` 길태미와 길선미는 이를 가리지 않고 시청자의 사랑을 모두 받은 유일무이한 캐릭터다.
길태미는 당대 최고의 검술을 자랑하던 `삼한제일검`이다. "그럼 약한 자를 짓밟지 강한 자를 짓밟냐? 약한 자한테서 빼앗지 강한 자한테서 빼앗냐구?"라고 외칠 정도로 악한 인물이었지만, 특유의 능청스럽고 귀여운 모습에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캐릭터였다. 여성들 사이에서는 `길태미 화장법`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길태미 사망 이후 길선미 역을 연기하고 있는 박혁권은 같은 듯 다른 연기를 선보이며 호평을 받고 있다.

#김현주 `애인있어요`
김현주 SBS `애인있어요`에서 2역도 아닌 다역을 맡아 분전하고 있다. 네티즌이 2015년 연기대상 대상감으로 지목하기도 할 정도로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천상의 약속`에서 1인 2역을 맡은 이유리 역시 "김현주 언니가 명품 연기로 극찬을 받고 있는 데 정말 부럽다"며 "연기를 보면서 공부도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천상의 약속`은 `다 잘 될 거야` 후속으로 오는 2월 1일 오후 7시 50분 첫 방송 된다. 과연 이유리가 연기변신에 성공할 수 있을지 시청자의 기대치는 최고조에 다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