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4일의 기억, 발렌타인데이vs안중근데이

입력 2016-02-14 17:24   수정 2016-02-14 17:31

사진출처-방송화면캡처

발렌타인데이로 흔히 알고 있는 2월 14일이 안중근 의사의 사형선고일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날을 `안중근 데이`로 바꾸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발렌타인데이의 기원은 고대 로마의 성인 발렌티누스를 기리는 축일로 양력 2월 14일을 기념하는 데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유래에 관한 이설 중에 당시 클라우디스 왕이 전쟁에 출장하는 남성들을 모집하기 위해 결혼을 금지했다는 설이 있다. 이로 인해 서로 사랑하던 연인들이 생이별해야 했고, 이를 안타깝게 여긴 발렌티누스 주교가 몰래 젊은 연인들의 결혼을 승낙했다가 이내 발각되어 사형을 당하게 됐다는 것.

이 유래를 마케팅에 이용한 일본의 한 제과점은 `초콜릿으로 사랑을 전하세요`라는 문구를 내세웠고, 이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연인들끼리 초콜릿을 선물하는 기념일로 굳어지게 됐다.

매년 이맘때쯤 유통업계는 발렌타인데이 대목을 맞아 편의점, 제과업체 등에서 선물 세트를 쏟아낸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과대 포장되어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유통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매년 반복된다. 예전과 비교하면 소비자들도 상술에 쉽게 넘어가지 않는 분위기지만 기념일의 구색을 갖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구매한다는 소비자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사진출처-서경덕 교수 SNS

이처럼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그 의미가 퇴색되어 가는 기념일을 의미있는 날로 바꾸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고, 발렌타인데이의 대안으로는 안중근데이가 거론되고 있다.

1910년 2월 14일은 우리나라가 일본 제국주의에 의하여 식민통치를 당하던 때, 안중근 의사가 사형 선고를 받은 날이다. 안중근 의사 순국 후 유해를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이 이어졌지만, 아직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에 안중근 의사의 업적을 기리고 유해를 찾자는 염원을 담아 이날을 뜻깊게 보내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안중근 의사 서거일 및 의거일 등도 있는데 굳이 사형선고일까지 기억해야만 하나`라는 반대 의견도 나오고 있는 상황. 이와 관련해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국가적 영웅에 대한 기념일을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사적인 의미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2월 14일이 어떤 날이냐를 두고 갑론을박할 것이 아니라 안 의사의 사형선고에도 자식의 죽음보다 조국과 민족을 먼저 생각했던 조마리아 여사의 숭고한 애국정신을 다시금 기릴 수 있는 날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사진출처-서경덕 교수 SNS

서 교수팀은 14일 오전부터 `안중근 의사와 조마리아 여사`의 일화를 담은 카드뉴스를 SNS를 통해 배포했다. 해당 카드뉴스에는 조마리아 여사가 사형선고를 받은 안중근 의사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 담겨있다.

우리는 매달 14일 다소 상업성을 띠고 있는 기념일에 시간과 돈을 쓰고 있다.개인이 이날 어떤 것에 더 의미를 두든 강요할 일은 아니지만, 이제는 이런 기념일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우리의 문화 역사적인 사건을 다시금 호명하여 기념하고 기억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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