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히 50%를 넘기는 9전 5승 4패의 승률. 다른 팀도 아니고 롤드컵 2회 우승에 빛나는 명실상부 최고의 팀 SKT T1의 2016 롤챔스 스프링 시즌 1라운드의 성적이다.
그렇다면 SKT T1의 부진은 무엇으로 인한 것일까? 일부에서는 팀내 오더를 담당하던 `MaRin(마린)` 장경환의 부재로 인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꼽기도 했고 `패왕`답지 못한 라인전을 꼽기도 했다.
2016 시즌을 앞두고 SKT T1의 두 번째 황금기를 이끌었던 탑 라이너 마린 장경환이 팀을 떠나고 비슷한 플레이스타일을 보여주는 `Duke(듀크)` 이호성이 들어왔다. 분명 팀의 색깔이나 플레이스타일에서는 큰 변화를 느끼기엔 힘들었다. 듀크가 아직 팀에 녹아들지 못했다는 평도 있긴 하지만, 적어도 듀크는 소위 `1인분`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SKT T1의 희로애락을 같이한 선수는 대표적으로 미드라이너 `Faker(페이커)`이상혁과 정글러 `Bengi(벵기)` 배성웅이다. SKT T1 K 시절부터 지금까지 수차례의 우승을 경험했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페이커가 아니라 바로 벵기다. 벵기가 ` 더 정글`이 될 때 팀은 우승을 하고 소위 `변기`가 될 때 팀은 고난을 겪었다.
벵기는 이번 시즌 대회에 열일곱 번 출전해 엘리스를 5회, 렉사이를 4회 선택했다. 그 외 럼블 1회, 리신 1회, 이블린 1회 그리고 그레이브즈를 3회, 우디르를 2회 선택했다. 가장 핫한 정글 챔피언인 니달리를 플레이한 전적은 없다.
리신과 이블린은 벵기가 종종 조커 카드로 사용했던 챔피언이기에 역시나 눈에 띄는 건 럼블과 그레이브즈, 우디르다. `클템` 이현우 해설 역시 벵기가 그레이브즈를 뽑았을 때 "이런 변화가 필요했다"고 말하기도 했고 실제로 그 경기에서 승리를 거뒀다.
`더 정글 갓 기`, `정글 그 자체`로 불리며 운영형 정글러의 정점에 서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벵기다. 그런 벵기가 굳이 육식형 정글러까지 될 필요는 없지만, 변화가 필요한 이유는 너무 당연하다. 그는 세계 최고의 정글러이고 그만큼 지독한 분석을 당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2013년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겪은 절망적이었던 2014년. 작년 롤드컵을 우승하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벵기는 2014년 당시 은퇴까지 고려했다고 했다. 또한 "우리가 잘할 때나 못할 때나 항상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2014년이 오버랩되는 현재 성적에 가장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벵기 본인일 것이다. 왕좌에서 내려와 왕관을 넘겨줄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면 그는 믿고 기다리는 팬들을 위해 다시 증명해야 한다. 그의 손에 잠들어있는 흑염룡을 잠시 깨우는 한이 있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