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탐구 생활] "남궁민은 언제부터 그렇게 못됐나" 이남자의 악역史

입력 2016-03-04 08:01  

그저 웃었을 뿐인데 어쩐지 등줄기가 서늘하다. 꾹꾹 눌러 말하는 나긋한 어투에 다정한 미소를 기본 옵션으로 한 ‘남궁민표 악역’은 험악한 인상에 우락부락한 덩치로 이어지는 악역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언제부터인가 친절한 실장님 대신 악인으로 더 자주 만나고 있는 배우 남궁민, 그가 쌓은 악역 내공의 역사를 되짚어봤다.

▲ 영화 ‘비열한 거리’(2006) - 민호 役



일찍이 영화 평론가들이 `비열한 거리` 속 주목할 만한 인물로 꼽은 배우는 다름 아닌 남궁민이었다. 극 중 남궁민은 초등학교 동창 친구인 병두(조인성)를 이용하고 배신하는 야비한 영화감독 민호 역을 연기했다. 사실 영화 촬영 전 제작진들은 남궁민의 캐스팅에 반신반의했다는 후문이다. 남궁민이 스크린 초보인데다 드라마에서 쌓은 젠틀한 이미지가 민호 캐릭터와 상반됐기 때문. 하지만 남궁민은 이런 우려를 보란듯이 깨고 조폭을 이용하는 지식인의 야비한 본성을 완벽히 그려내 많은 호평을 받았다.

▲ 영화 ‘뷰티풀 선데이’(2007) - 민우 役



남궁민은 1년 뒤 또 한 번의 악역으로 관객과 만났다. `뷰티풀 선데이` 속 그가 맡은 역할은 내성적인 성격의 고시생 민우. 그는 언뜻 보기에 순수한 사람이지만, 사랑하는 여자를 붙잡기 위해 강간, 살인까지 저지르는 양면성을 가진 인물이었다.

공부만 알던 민우는 우연히 본 수연(민지혜)을 짝사랑하게 되고,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모습에 격분해 그를 강간한다. 이후 과거를 숨긴 채 다시 만난 그와 결혼하지만 민우의 비밀을 알게 된 수연이 떠나려 하자, 결국 살인을 저지른다. 남궁민은 얌전한 외양 이면에 불 같은 내면을 간직한 남자의 복합적인 심리를 그려내며 본격적인 `악역 특화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내보였다.


▲ MBC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2011.4.2~2011.7.10) - 장준하 役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악역 캐릭터도 있었다. `내 마음이 들리니`에서 남궁민이 맡은 장준하(어린시절 이름 봉마루)는 바보 아빠 봉영규(정보석)와 청각장애인 새엄마 미숙(김여진) 때문에 놀림을 받다 스스로의 야망을 위해 가족을 버리고, 새롭게 자신의 삶을 개척하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냉혈한이다.

장준하는 비극적인 가정사 탓에 악인으로 변모한 이후 끊임 없이 내적 갈등을 겪는, 말하자면 슬픈 악역이었다. 남궁민은 그저 흔한 악역으로 기억됐을 캐릭터에 처연한 눈빛으로 특유의 색을 입혔다. 특히 그가 선보인 유쾌함과 우울함이 섞인 미묘한 감정의 장준하 캐릭터는 선과 악의 경계를 오가는 매력으로 사랑 받았고, `다크 마루`, `마루 앓이` 등 시청자들로부터 애정 어린 별명을 얻기도 했다.

SBS 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2015.4.1~2015.5.21) - 권재희 役



인기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수려한 외모의 스타 셰프. 소위 `멀쩡한` 그를 의심하는 이는 없었다. `냄새를 보는 소녀` 속 남궁민은 친절한 미소와 여유로운 처세술, 번듯한 직업으로 사람들의 경계심을 쉽게 허물지만, 내면의 뒤틀린 상처 때문에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잔혹한 사이코패스 권재희 역을 연기했다.

특히 권재희는 쉽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 더욱 은밀하고 잔인했다. 이 때문에 남궁민은 ‘냄보소’가 아닌 ‘남보소(남궁민 보면 소름)’라는 유행어까지 만들어내며 극 전체의 호흡을 쥐락펴락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상냥한 미소와 함께 “내가 죽였는데”라고 말하는 장면은 남궁민표 악역이 가진 매력을 정점으로 찍으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 SBS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2015.12.9~2016.2.18) - 남규만 役



`냄새를 보는 소녀`의 권재희가 분노를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었다면 `리멤버`의 남규만은 겉으로 폭발하는 인물이었다. 극중 남궁민은 분노조절장애를 앓고 있는 재벌2세 남규만 역을 열연했다. 그는 사소한 일에도 분노를 참지 못하고 폭발하는 극심한 감정기복을 가진 인물. 수틀리면 골프채를 집어던지기 일쑤다. 심지어 남에게 살인 누명을 씌우는가 하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약자를 괴롭히는 비열함까지 갖췄다. 남궁민은 분노를 통제하지 못하는 남규만의 불안한 내면과 거침없이 표출되는 광기를 적절히 조합한 열연으로 ‘국민 악역’이라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사진=영화 `비열한 거리`, `뷰티풀 선데이` 스틸컷, MBC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 SBS 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 `리멤버-아들의 전쟁` 방송화면 캡처)

조은애기자eun@wowtv.co.kr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