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첼시FC 공식 홈페이지 |
축구장이 아름다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 경기가 끝난 직후 양팀 선수들끼리 땀에 흠뻑 적은 유니폼 상의를 교환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어떤 선수는 선망의 대상을 향해 구애하듯 달려가 간절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때로는 그것마저 동료들과 경쟁이 벌어져 웃지 못할 해프닝이 펼쳐지기도 한다.
그런데,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원하는 별들의 무대 챔피언스리그에서 전반전 종료 직후 이례적인 유니폼 교환이 이루어졌다. 그 중심에 첼시 FC의 공격형 미드필더 에당 아자르가 섰다. 비난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로랑 블랑 감독이 이끌고 있는 파리 생 제르맹(프랑스)이 한국 시각으로 10일 오전 4시 45분 런던에 있는 스탐포드 브리지에서 벌어진 2015-2016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첼시 FC(잉글랜드)와의 원정 경기에서 2-1로 이겨 1, 2차전 합산 점수 4-2로 8강에 올랐다.
지난 달 17일 파리에서 열린 1차전에서 1-2로 패하고 돌아와 이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를 챙겨야하는 첼시 FC는 골잡이 디에고 코스타를 맨 앞에 두고 ‘에당 아자르-윌리안-페드로 로드리게스’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다. 그러나 네 명의 실질적인 공격수들이 뭔가 어그러진 느낌을 드러냈다. 한쪽이 삐거덕거리는 모양새였다. 윌리안과 페드로가 단짝 호흡을 자랑하며 골잡이 디에고 코스타를 빛내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것과는 달리 나머지 한 선수 에당 아자르는 왠지 따로 노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첼시는 경기 시작 후 16분만에 선취골을 내줬다. 먼저 한 골을 터뜨려도 모자랄 판에 중원과 골문 앞이 휑하니 뚫린 것이었다. ‘앙헬 디 마리아-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로 이어지는 측면 연결이 좋았고 골문 앞으로 빠져들어가는 미드필더 아드리앙 라비오를 제대로 밀어내지 못했던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로부터 11분 뒤에 페드로 로드리게스의 가로채기에 이은 역습 기회에서 윌리안의 패스를 받은 디에고 코스타가 왼발로 동점골을 터뜨린 것이었다. 하지만 에당 아자르와 조화를 이루는 공격 루트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마음 급한 첼시 FC 입장에서는 후반전에 대반전을 노려야했다. 그런데 전반전 종료 휘슬이 울리고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되었다. 라커 룸으로 걸어 나가던 에당 아자르가 상대 팀 미드필더 앙헬 디 마리아와 유니폼을 벗어 교환하는 것이었다. 규정을 어긴 것도, 비슷한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이 장면은 관중들이나 TV 생중계 카메라가 없는 곳에서 이루어지는 편이 나았다.
물론 두 선수가 워낙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스타 플레이어이고 평소에 친분이 있는 입장이라 능히 그럴 수 있다고 해도 이를 지켜본 첼시 팬 입장에서는 곱게 넘어갈 일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속 팀 첼시의 올 시즌 성적이 준수하게 유지되는 편이라면 문제가 다르게 보이겠지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디펜딩 챔피언인 첼시 FC가 현재 리그 순위 10위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은 불편한 말을 듣기에 딱 좋은 형편이다. 동료들과 어울려 팀의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어서 모자랄 판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에당 아자르의 올 시즌 개인 기록은 FA(축구협회)컵에서 2득점에 그쳤고 프리미어리그 기록으로는 무득점에 3도움뿐이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14득점 9도움의 기록을 감안하면 너무나 부진한 흐름이다. 에당 아자르를 둘러싼 이적 루머가 오래 전부터 들려왔으니 변명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그 대상 클럽이 마침 파리 생 제르맹이거나 레알 마드리드였다.
이번 시즌 첼시 FC의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러 온 거스 히딩크 감독도 이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에당 아자르의 하프 타임 유니폼 교환 논란에 대해 정면으로 비난하지는 않았지만 적절한 행동이 아니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에당 아자르는 후반전 중반 벤치를 향해 근육 이상이 생겨 교체해 달라는 사인을 보냈고 77분에 오스카가 대신 들어왔다. 이 교체 과정에서도 관중석에서는 야유와 박수 소리가 섞여 들렸다. 67분에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에게 결승골을 얻어맞은 첼시 홈팬들 입장에서는 곱게 보일 리 없는 장면이었을 것이다.
※2015-2016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결과(10일 오전 4시 45분, 스탐포드 브리지-런던)
★ 첼시 1-2 파리 생 제르맹 [득점 : 디에고 코스타(27분,도움-윌리안) / 아드리앙 라비오(16분,도움-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67분,도움-앙헬 디 마리아)]
- 1, 2차전 합산 점수 4-2로 파리 생 제르맹 8강 진출!
◇ 10일 현재 8강 진출 팀 목록
파리 생 제르맹(프랑스)
레알 마드리드 CF(스페인)
볼프스부르크(독일)
SL 벤피카(포르투갈)
◇ 남은 16강 2차전 일정(왼쪽이 홈 팀)
☆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 PSV 에인트호번(1차전 0-0 무승부)
☆ 맨체스터 시티 - 디나모 키에프(1차전 3-1 맨시티 승리)
- 이상 3월 16일
☆ FC 바르셀로나 - 아스널 FC(1차전 바르셀로나 2-0 승리)
☆ FC 바이에른 뮌헨 - 유벤투스(1차전 2-2 무승부)
- 이상 3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