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모열 서울대의대 예방의학교실 연구원이 2006년부터 2012년 사이 4차례에 걸친 고령화연구패널조사(KloSA)에 참여한 45세 이상 남녀 5,937명을 대상으로 은퇴에 따른 우울감의 영향을 분석한 결과, 은퇴한 남편을 둔 아내가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무려 70%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사진설명=지난 2014년 9월 서울광장에서 열린 `베이비부머 일자리 엑스포`모습>
연구팀은 참여자 본인과 배우자의 직업상태를 근무, 자발적 은퇴, 비자발적 은퇴 등으로 구분하고 우울척도검사(CES-D)를 시행했다.
자발적인 은퇴를 한 남편과 함께 사는 아내는 계속 직장에 다니는 남편을 둔 아내보다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70%,원치 않은 은퇴를 한 남편을 둔 아내는 우울증 위험이 29% 높았다.
주목할 점은 참여자들의 나이, 재산, 가구소득, 건강상태 등의 변수가 반영되지 않도록 조정한 결과 우울증 위험도가 확연하게 낮아졌다는 것이다.
스스로 직장을 그만둔 남편을 둔 아내의 우울증 위험도는 70%에서 35%로 절반으로 낮아졌고 의도치 않게 은퇴를 한 남편을 둔 아내는 직장을 다니는 남편의 아내와 우울 정도에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강 연구원은 "경제상황 등의 변수를 보정했을 때 우울증 위험도가 낮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은퇴로 인한 경제적 스트레스가 큰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은퇴 이후 가계수입의 급감이 가족 전체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연구에서 남편은 아내가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은퇴를 해도 그렇지 않은 경우와 우울감에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아 성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연구팀은 전통적인 남녀역할의 고정관념 등이 남녀 간 배우자의 은퇴를 다르게 받아들인 원인이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강 연구원은 "예를 들어 남편이 정년퇴임을 한 후 집안일 하나하나에 간섭하기 시작하면서 아내는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며 "남편의 은퇴에 따른 생활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부부갈등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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