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 인기요? 홍콩 현지 프로모션에서 처음으로 체감했어요. 야외에서 잡지 촬영을 하는데 정말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셔서 얼떨떨했죠”
송중기는 최근 종영한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신드롬급 인기에 ‘얼떨떨하다’는 소감으로 말문을 열었다. 15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그랜드볼룸홀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는 그를 향한 관심으로 뜨거웠다. 인터뷰 내내 송중기에게 ‘태양의 후예’를 둘러싼 갖가지 이견과 인기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지만 그는 쉽게 휩쓸리지 않았다. 오히려 여유롭고 담담했다. 자신의 말 한마디가 불러올 파급력을 의식한 듯 매번 조심스러워했지만, 신중하게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에 그의 소신과 강단이 실려 있었다.
최근 ‘태양의 후예’로 한류스타 수식어를 따낸 송중기. 드라마의 인기 이후 연예면은 물론, 경제,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언급되고 있는 소감에 대해 물었다. “배우로서 제 일을 한 것뿐인데 여러 시각으로 분석해주셔서 감사해요. 한편으론 저도 더 공부를 많이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기더라고요”
유시진 캐릭터가 일으킨 반향은 어마어마했다. 전세계 여성 시청자들의 이상형으로 떠오름과 동시에 남성 시청자들에겐 ‘유시진 주의보’가 내려지기도 했다. 남성들의 `공공의 적`이 된 소감을 묻는 짓궂은 질문에 그는 “제가 생각해도 유시진은 참 완벽해요. 실제 제가 유시진과 비슷했다면 굉장히 사랑 받았을 텐데(웃음). 제가 연기한 캐릭터를 남자들의 적이라고 단정 짓기엔 좀 그렇고, 그냥 ‘멋진 놈’이라 부르면 안될까요(웃음)”라고 유쾌하게 맞받아쳤다.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결말에 대한 생각부터 듣고 싶었다. 첫 방송부터 대박 조짐을 보였던 ‘태양의 후예’는 인기만큼 결말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송중기가 열연한 유시진은 특전사였던 만큼 자주 극한 상황에 놓여야 했고, 결국 마지막회까지 판타지스러웠던 그의 생환을 두고 여러 가지 의견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그는 “유시진은 불사조가 맞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설정이었고 결말이었어요. 왜냐하면 ‘태양의 후예’는 명백히 멜로물이고, 다소 비현실적인 장면들은 멜로 설정을 강화하기 위한 장치였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라고 전했다.
사실 ‘태양의 후예’는 화제의 중심에 섰던 만큼 방영 기간 내내 부침도 많았다. 결말 뿐 아니라 과도한 PPL논란, 극중 유시진이 포로로 잡힌 이후의 구체적 탈출 과정 등 전개상 생략된 부분이 많아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는 "일단 어떤 식으로든 많이 회자되는 드라마가 된 건 영광이에요"라며 "물론 좋은 의견 뿐 아니라 그 이면의 비판도 모두 알고 있어요. 괜한 오해를 일으킬까봐 조심스러운데, 개연성 부족에 대한 지적을 포함해 모든 의견을 존중해요. 어디까지나 드라마는 시청자의 것이니까요”라는 솔직한 답을 내놨다.
하지만 정작 송중기 본인이 걱정했던 장면은 따로 있었다고 했다. 바로 4회 초반의 와인 키스 장면이었다. 이는 재난지역 우르크에서 모연과 재회한 시진이 함께 와인을 마시던 중 입맞춤으로 서로에 대한 진심을 확인한 에피소드. 그는 ‘확신이 없었던 장면’이라고 고백했다. “유시진과 강모연의 첫 키스신이라 고민이 많았어요. 대중의 반응을 모르고 찍는거라 ‘두 사람의 감정에 시청자 분들이 몰입할 수 있을까’, ‘너무 가벼워 보이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본방송을 보면서도 조마조마했어요. 근데 깜짝 놀란 건 시청자 분들이 이런 빠른 전개를 좋아해주시더라고요. ‘촬영할 때 좀 더 확신을 갖고 연기할 걸’ 하는 후회를 살짝 했죠”
놀라울 정도로 빠른 전개, 밀당 없는 두 남녀의 로맨스에 시청자들은 분명 환호했다. 하지만 속사포로 쏟아지는 ‘김은숙표’ 대사들을 향해 ‘오글거려서 거북하다’는 감상평도 적지 않았다. 이에 송중기는 `단 한 번도 오글거린 적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김은숙 작가님 특유의 대사들을 제 색깔로 융화시키면 충분히 부담스럽지 않게 전달될거라 생각했어요. 그럼에도 오글거리셨다면 취향 차이 아닐까요?”
그가 군 복무 중 ‘태양의 후예’ 출연을 결정했다는 사실은 이미 유명하다. 마치 전역 이후 달라질 자신의 이미지에 대해 예견이라도 한듯 맞춤형 캐릭터를 고른 셈. 드라마 첫 방송 이후 `여린 꽃소년이 듬직한 남자가 됐다`는 평이 쏟아졌다. 군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입대 전에 손현주 선배님이 ‘일반 사병들과 몸 부대끼면서 지내봐라. 앞으로 연예인으로 살면서 다시는 못할 경험이고, 그게 네 인생은 물론 배우로서 얻는 게 많을 것’이라고 하신 적이 있어요. 그리고 결과적으로 정말 이득이었죠. 아마 군 생활을 통해 배운 사람과 환경에 대한 이해들이 제 연기에 자연스럽게 묻어났을거라 생각해요”
제대 후 복귀와 동시에 폭발적인 인기, 물밀듯 쏟아지는 광고와 차기작에 대한 관심까지. 배우로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그에게도 고민이 있을지 궁금했다. 그는 “고민이라기보다 스승님에게 평소에 자주 하는 질문이 있어요. ‘초심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인데요, 사실 잘 모르겠어요(웃음) 기본적으로 초심이란게 지키되 변하는게 맞다고 생각해요. 배우로 활동하면서 그릇은 계속 커지는데 초심에만 머물러 있다면 변화하는 모습을 담을 수 없잖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그대로 남겨두되, 그걸 제외한 부분은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초심을 지키며 성장할 수 있겠죠”라는 속 깊은 대답을 내놨다.
반면에 앞으로도 반드시 지키고 싶은 것으로는 ‘꽃미남’ 수식어를 꼽아 웃음을 안겼다. “꽃미남 수식어, 절대 버릴 생각 없어요. 피부 관리, 노화 방지 더욱 힘쓸 거고요(웃음) 생김새나 신체조건에서 풍기는 분위기란 배우가 연기를 잘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꽃미남 이미지가 어떤 역할을 맡았을 때 도움이 안 되는 거라면 과감히 버릴 줄도 알아야겠죠”
마지막으로 쏠린 관심은 그의 다음 행보였다. 송중기는 차기작 ‘군함도’에서 다시 한 번 군인 역할을 맡게 됐다. 극중 그는 독립운동의 주요 인사를 구출하기 위해 군함도에 잠입하는 독립군 박무영 역을 맡는다. “일제시대 배경의 작품을 해보고 싶었는데 그 찰나에 운명처럼 만난 작품이에요. 박무영은 유시진과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면이 있는 인물이죠. 워낙 좋은 작품이고 캐릭터 역시 그간 제가 해왔던 배역과 다른 구석이 있어서, 제가 어떻게 변신할지 스스로도 굉장히 설레고 기대가 커요”
송중기는 ‘태양의 후예’로 일생일대 전성기의 서막을 열었다. 이제 `청춘스타` 대신 `한류스타`란 수식어가 자연스럽고, 그의 이름 석자가 가지는 경제적·문화적 가치는 이미 천문학적 숫자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그럼에도 송중기는 스타가 아닌 배우로 성장하고 싶다는 소신을 내비쳤다. “저는 정말 일 욕심이 많은 배우에요. 신인시절에도 빨리 주연으로 올라가는 것 보다 다양한 작품을 해보는 것이 목표였고, 지금도 변함 없죠. 어떤 작품에서든 제 색깔을 잃지 않는 배우로 인사 드리겠습니다”(사진=블러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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