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이 다른 은행들에 비해 다소 늦기는 했지만 일임형 ISA를 개시한 가운데 신탁형 ISA 때의 ‘불완전판매` 논란 트라우마 때문인 지 일선 영업현장에서는 자체적으로 영업 드라이브를 자제하는 모습입니다.
준비 시기가 부족했던 탓도 있지만 신탁형 때 1~2만원짜리 깡통계좌를 양산하다 감독당국의 불완전판매 조사 타깃이 되면서 일임형의 경우 아예 본점 차원의 판매 관련 가이드라인이나 영업 드라이브 관련 전달사항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 현장 영업점의 반응으로, 실질적인 만능통장으로서 재대로된 역할을 할 수 있겠냐는 지적마저 제기되고 있습니다..
22일 NH농협은행에 따르면 이날부터 농협은행은 고객에게 투자일임을 받아 직접 운용하는 NH밸런스 일임형 ISA 판매를 개시했습니다.
일임형 ISA 개시와 관련해 NH농협은행 지점의 한 책임자는 판매 동향과 고객반응 등을 묻는 질문에 “본점 차원에서 전달받은 사항이 거의 없다”고 답했습니다.
이 지점 책임자는 신탁형 때와 달라진 이유에 대해 “신탁형ISA 개시때는 본점 차원에서 실적 공지, 영업 드라이브가 걸리다 보니 1만원, 2만원짜리 계좌 개설 등 좌수 경쟁이 주를 이뤄 의도치 않게 은행권 수위에 오르게 돼 감독당국의 불완전 판매 타깃이 되다 보니 일임형ISA 때는 이러한 것에 눈치를 보는 성향이 강하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또 다른 NH농협은행 지점 관계자는 “신탁형ISA 가입 때 98% 이상이 정기예금이었는 데 실질적인 ISA로 볼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며칠 만에 신탁형 ISA 상위권에 자리하다 보니 불완전판매 의혹을 하도 많이 받게 돼 일임형에서는 자체적으로 캄 다운(calm down) 하는 측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일임형 ISA 출시와 관련해 NH농협 관계자는 “시스템과 모델 포트폴리오 구성 등 제반 준비사항진행이 더뎌 6월이나 7월 출시가 될 것으로 관측했지만 준비를 서둘러 당초 예상보다 빠른 22일 일임형 ISA를 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초 6~7월이나 돼야 나올 것으로 내부적으로 관측했던 NH농협은행의 일임형ISA는 안정성 위주로 모델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데다 신탁형 때처럼 농협과 축협, 단위조합 고객들까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날 경우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체적으로 자중하고 있다는 것이 안팎의 평입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에서는 비과세 효과, 고객들의 저축 성향을 강화하기 위해 ISA 독려하고 있는 데 NH농협은행의 경우 뚜껑을 열어보니 좌수 채우기 급급한 결과로 나타났다”며 “불완전판매에 대한 시선, 준비 부족에 따른 여파로 일임형의 경우 영업현장에 세부적인 독촉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NH농협 관계자는 이에 대해 “ISA 초반 좌수 상위권에 오르며 불완전판매 언급이 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껴 자중하는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임형 ISA 준비가 부족하고 이 역시 불완전판매 우려 때문에 영업현장에 공지나, 영업 촉진을 하지 않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습니다.
농협은행의 ISA와 관련해 불완전판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농축협 지저과 단위 조합 등을 통한 1~2만원 계좌가 많았던 신탁형ISA 탓도 있지만 이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기업단위의 단체 판매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기업고객인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CEO를 대상으로 ISA 가입을 설명·유도한 뒤 해당 소속 기업 종업원들의 단체 가입을 유도한 사례가 영업현장을 중심으로 흘러 나오고 있는 이유에서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NH농협은행 지점 관계자는 “그동안 거래를 지속해온 기업 예를 들어 직원이 100명 정도인 회사라고 하면 CEO나 CFO 등에게 그동안 친분을 활용해 설명하고 직원들을 단체로 가입 받는 형식으로 해서 할당을 채운 사례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한 기업의 직원들을 ‘통’으로 가입 받을 경우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상품에 대한 기본 내용과 투자 위험성 등을 안내하지 않고 판매하는 불완전판매 우려가 불거질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 관계자는 “신탁형 때 이런 부분이 있기는 했는 데 워낙 불완전판매 논란에 신경이 곤두서다 보니 일임형에서는 이러한 것들 전적으로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습니다.
NH농협은행이 일임형ISA 판매에 이전에 비해 불완전판매 우려 외에 무덤덤해 질 수 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일임형ISA 판매와 운용에 대한 노하우 부족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NH농협은행 지점 관계자는 “고객들이 내방 또는 전화로 문의를 하는 데 일임형과 관련한 업무 경험이 없고 정확히 숙지하고 있는 현장 직원들이 부족하다 보니 고객들에게 충분한 상담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언급했습니다.
NH농협은행이 급하게 관련 인력을 충원했지만 일선 영업점에서 일임형 ISA에 대해 투자 성향이나 고객 재무 상황, 급변하는 대내외 여건을 감안해 고객에 맞는 포트폴리오나 투자 방향 등을 제시하기가 녹록치 않다는 것입니다.
감독당국은 이에 대해 “신탁형과 일임형 ISA 출시 이후 불완전판매에 대한 우려가 지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다양한 루트를 통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경중에 따라 향후 현장 점검 등을 고려해 나갈 계획”이라며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융당국이 국민재테크의 일환으로 ISA 출시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다 보니 준비할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신탁형 때 실적, 좌수 채우기 양상이 나타나는 등 국민재테크, 만능통장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사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박사는 이와 관련해 “아직 수익률 공시나 불완전판매 관련 적발, 제재 등의 사례가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기존에 해오던 증권과 일임 경험이 전무한 은행권간 경쟁에 따른 부작용은 우려되고 있다”며 “수익률이 공시되는 시점을 전후로, 불완전판매 사례가 나오는 시점에서 ISA는 한바탕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김영도 박사는 “처음에는 ISA가 업권 특성을 반영하기 때문에 약간 공격적 또는 보수적이라는 특성이 나오지겠지만 조금 지나면 한쪽으로 수렴되지 않겠냐”며 6월에 수익률 나오면 후발주자들은 이를 따라 잡기 위해 성향 자체를 바꿀 수 있는 만큼 상황 판단이 된 이후, ISA의 윤곽이 어느정도 잡히는 시점에서 긴 안목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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