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MBC `무한도전`에서는 `토토가 시즌2 - 젝스키스 편(이하 `무도 젝키 편`)`의 두 번째 에피소드가 그려졌다. 방송 초반에는 앞서 방영된 첫 번째 에피소드에 이어 고지용을 제외한 다섯 명의 멤버가 의기투합해 게릴라 콘서트에 대한 열의를 다지는 모습이 그려졌다.
하지만 이들의 기대는 오래가지 못해 무너졌다. 공연이 예정됐었던 4월 7일의 일주일 전,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게릴라 콘서트의 스포일러 기사가 올라오면서 공연이 무산된 것이다. 젝키는 무산된 게릴라 콘서트의 플랜B인 `하나마나 공연`에 어쩔 수 없이 착수하며 무도 멤버들과 함께 컴백 무대를 꾸렸다.
만남의 광장 공중 화장실 옆 좁은 공간. 과거 영예롭던 활동 당시의 의상을 입고 화려한 소품을 몸에 장착한 젝키가 처음으로 안대를 벗었을 때, 이들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스포일러 사건` 이후 진행된 유재석과 젝키 멤버들의 회의 중 장수원이 언급했듯, 오랜만의 컴백인 만큼 각자가 그렸던 `컴백도(圖)`가 있었을 테고 그에 대한 설렘과 기대에 부풀었을 것이다. 또 아무리 `하나마나 공연`이라고 해도 젝키의 과거 명성을 생각했을 때, 멤버들은 공연에 환호할 관객이 어느 정도는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두 눈을 가린 채 만남의 광장으로 걸어오면서도 내심 `다른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상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안대를 벗고 눈앞에 마주한 현실, 100명도 안 되는 인원의 관중과 몇몇 곳에서만 들리는 짤막한 응원 소리에 젝키 멤버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며 고개 숙인 채 민망한 듯 멋쩍은 미소만 지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모든 걸 포기하고 돌아갈 수는 없었다. 보는 이도 진행하는 이도 부끄러움에 몸 둘 바를 모르는 순간 그들의 히트곡 `폼생폼사`가 시작됐고 멤버들은 이 와중에 얼른 자기 자리를 찾아가 대열을 맞췄다. 표정에는 당혹감이 가시지 않았고 그들의 기대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무대였지만, 멤버들은 준비 기간 동안 연습한 안무를 칼군무로 소화했다. 이재진은 노래의 하이라이트인 도입부의 점프 동작에서 다리를 양쪽으로 찢으며 전성기 시절 안무를 그대로 재현했고, 강성훈은 비록 지금은 우스갯거리가 된 립싱크용 마이크를 들고서도 관중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특유의 미소로 공연에 임했다. 김재덕 또한 끝까지 씩씩한 태도를 잃지 않았고, 장수원 역시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거야"라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공연 말미에는 몇 안 되는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들기도 하면서 실수 없이 무대를 마쳤다.
리더 은지원의 카리스마도 빛났다. 안대를 벗고 어수선한 상황에서 얼른 노래를 시작하자고 말문을 연 것도 그였고, 특히 그는 이 길바닥 공연 이후 다른 멤버들이 기가 죽을 것을 의식했는지, 말수와 `예능적 리액션`이 부쩍 늘었다. "하다 보니까 신이 난다", "오늘 행사하는 동안 분장팀 붙여달라"며 너스레를 떨면서 태도를 바꾼 은지원은 젝키의 컴백이 이도 저도 아닌 것이 될 수는 없다고 다짐한 듯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예능으로라도 살리자`라는 마음이라도 먹었는지 젝키 해체 이후 수년간 예능 프로그램에서 쌓아 온 능청스러움으로 상황에 대처했다. 두 번째 공연장소로 이동하는 버스 내에서, 그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크게 웃고 더 많은 농담을 던졌다.
두 번째 공연장소인 민속촌 공연 역시 애당초 그들이 기대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함성과 관중은 휴게소 공연에 비해 늘었지만, 관중의 대부분은 젝키가 해체하고 나서도 한참 뒤에야 태어난 초등학생들이었고, 젝키의 전성 시절 대중의 나잇대인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의 관객은 극히 일부였다. 하지만 어쩐지 멤버들의 표정에는 웃음이 서리기 시작했다. 애초에 기대했던 크고 웅장한 무대와 몇천여 명의 팬들과 함께하는 공연과는 한참 떨어진 공연이었음에도, 어쩐지 이들의 춤동작은 더 힘이 들어갔고 얼굴색도 밝아졌다. 공연을 종료하고 탑승한 버스에서 "어린이들을 팬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며 생기를 띈 목소리로 말하며 자기들끼리 야단스럽게 떠드는 모습은 첫 공연 후 경직됐던 그들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두 번 하니까 확실히 나아진 것 같다"라고도 말하며, 아마 앞전 공연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다음 공연에 대한 기대를 내비치는 발언 또한 그렇다. 1세대 아이돌 그룹으로 90년대 후반을 호령했던 젝키는 어깨에 들어있던 힘을 빼고, 다시 함께 모여 공연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만족해하기 시작했다.
기적 같은 소식은 그때 다시 찾아왔다. 모든 걸 내려놓은 이후에 찾아온, 그들이 진즉에 기대했던 정식 공연장에서 열릴 게릴라 콘서트가 바로 6시간 이후에 진행될 거라는 소식이었다. 게릴라 콘서트를 준비하던 중, 다시 유명해져서 외제차 할인을 받을 생각을 했던 이재진은 콘서트 재개 소식에 긴장감을 참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굴렀고, 다른 멤버들도 다시 찾아온 기회가 아찔한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앞서 화려하고 요란한 컴백을 준비하며 자신만만해하던 이들의 이런 변화는, 초라해 보였던 이들의 길바닥 공연들이 만들어낸 가장 큰 성과였다.
길바닥에서 시작해 큰 무대로 올라선 자들이 진정한 스타다. 이는 적은 관객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며 민망함과 부끄러움을 느껴본 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초심`이며, 그 초심은 그들의 게릴라 콘서트를 더욱 빛나게 할 것이다. 오는 30일 방송될 `무도 젝키편`의 마지막 에피소드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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