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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예능 프로그램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이하 슈가맨)`은 지난해 여름 `슈가맨을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파일럿 방송을 시작해, 몇 곡의 히트곡을 남기고 사라진 가수들이 모여 다시금 그 노래를 공연하게 하면서 시청자들을 추억에 적셨다.
프로그램은 과거 미국 어느 소규모 클럽에서 활동하던 무명가수가 당시 지구 반대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엘비스 프레슬리에 맞먹는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는 사실이 청소부로 직업을 바꾼 그에게 알려지며 그가 남아공으로 건너가 대규모 공연과 투어를 이어간 실화를 다룬 영화 `서칭 포 슈가맨(Searching For Sugarman)`에서 착상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영화 속에서처럼 `행방불명`이라는 표현이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사라진 그 가수`를 하나둘 찾아 나서고 있는 `슈가맨`은 그간 대중의 기억 속에 잊혀진 가수 혹은 노래는 알지만 이름은 모르는 가수 등을 꾸준히 초청해왔다. 아울러 10대부터 40대로 이루어진 방청단이 `그 가수` 혹은 `그 노래`를 기억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아이디어까지 도입하며 재미를 더해 매주 `슈가맨`이 방송된 다음날이면 프로그램에 등장한 원조가수와 노래가 각종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차트를 점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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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에는 90년대 혼성 듀오 `철이와 미애`와 `바나나걸` 안수지가 등장해 각자의 히트곡인 `너는 왜`와 `엉덩이 흔들어봐`의 무대를 선보이며 두 곡 모두 100명의 방청객들이 모두 기억하고 있는 노래로 등극했다. 이날 방송에는 두 곡 다 노래의 인트로가 시작되지마자 방청단이 해당 노래를 알고 있는지를 표시하는 `점등`이 빛의 속도로 켜지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슈가맨`은 최근 몇 년간 유행하고 있는 `복고 열풍`에 편승한 프로그램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차별점은 `노래`라는 매개체에 있다. 단순히 `옛날에 인기 있던 가수`라든지 `전성기 이후 은퇴한 가수`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닌, 앞서 언급했든 이름보다 노래로 기억되는 가수가 등장하는 경우도 다수이며 일부는 "그 노래를 부른 가수가 저 사람이었구나"하는 경우도 있다. 간혹 노래로만 기억될 뿐, 제목조차 몰랐던 노래도 등장한다. 이름 그대로 노래 자체가 기억과 감상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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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와 미애`가 부른 `너는 왜`는 무려 24년 전의 히트곡이다. 그 시절 노래를 10대들이 알고 있다는 부분 또한 의미 있다. 마치 `슈가맨` 제작의 밑바탕이 된 영화 `서칭 포 슈가맨`이 어쩌다가 남아공에서 슈퍼스타가 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알 길이 없는 것처럼, 그 오래된 노래가 어떤 사연과 이유로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전달되었고, 또 그들이 노래를 들으며 박수치고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기자 역시 `너는 왜`가 발매된 당시, 솔로 가수가 무엇인지 혼성 듀오가 무엇인지 분간도 안 가던 시절이었음에도 노래의 도입부, 랩과 멜로디로 주고받는 `철이`와 `미애`의 대화, 후렴구의 가사와 리듬을 전부 기억하고 있다. 24년이 지나 다시 듣는 그들의 노래는, 일부 지금 시대에 맞게 편곡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흥겹다. 노래라는 것이 가지고 있는 강렬함이 이런 것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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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노래`의 기준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른다. 누군가는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가 부른 노래를 좋은 노래라고 규정하고, 다른 누군가는 화성학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노래를 좋은 노래라고도 하지만, 다른 걸 떠나서 3분에서 4분에 가까운 시간에 불과한 하나의 노래를 이토록 오랫동안 그 시대를 살았던 자들이 기억하고, 아울러 그다음 세대들을 흥겹게 하고 있으니, 시대를 관통하는 이 몇몇 노래들은 과히 `좋은 노래`라고 이름 붙여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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