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에 눈 어두워” 아내와 처제가 공모…남편 청부살해 ‘충격’

입력 2016-05-03 23:43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교통사고를 위장해 남편을 청부 살해한 비정한 아내가 범행 13년 만에 붙잡혔다.

경북지방경찰청이 미제 전담 수사팀을 만든 뒤 처음으로 해결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경북경찰청은 3일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남편을 청부 살해한 혐의로 박모(65)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또한 박씨 부탁을 받고 교통사고에 가담한 혐의로 박씨 여동생(52)과 지인 최모(57·무직)씨, 이모(56·자영업)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2003년 2월 박씨(당시 52세)는 여동생에게 자기 남편(당시 54세)을 살해해달라고 수차례 부탁했다. 그는 평소 남편에게 맞기도 했고 그냥 싫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박씨 여동생은 평소 알고 지낸 최씨와 공모해 다른 사람을 시켜 자신에게 형부인 박씨 남편을 살해하기로 했다.

최씨는 중학교 동창인 이씨에게 보험금이 나오면 일부를 주겠다며 교통사고로 위장할 것을 부탁했다.

박씨는 2000년 자기가 수익자인 보험 2개에 가입해 놓았다.

이에 이씨는 2월 23일 오전 1시 40분께 경북 의성 한 마을 진입로에서 집으로 가던 박씨 남편을 자기 1t 화물차로 친 뒤 달아났다.

박씨 남편은 이날 오전 8시가 넘어 그 자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 뒤 박씨는 미리 가입한 보험사 2곳과 자동차보험사 1곳에서 5억 2000만원을 받았다.

이들의 범행은 묻히는 듯했다.

경찰은 처음에는 뺑소니사건으로 보고 수사했으나 범인을 잡지 못했다.

박씨 남편이 사건이 발생하기 전날 저녁 술을 마시러 나간 사실을 확인했으나 주변에 폐쇄회로(CC)TV가 없어 뺑소니 차를 찾을 수 없었다.

박씨 남편이 평소 술에 취하면 자주 걸어 다니고 시신이 발견된 지점이 언덕 내리막길이어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뺑소니사건 공소시효는 10년이다.

그러나 경북경찰청이 지난해 11월 초 금융감독원에서 거액의 보험금을 노린 뺑소니 사고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공범 가운데 한 명이 우연히 범행과 관련해 뱉은 말을 들은 지인이 금감원에 제보했다.

제보를 넘겨받은 경찰은 보험금 지급 내역을 확인해 계좌를 분석했고 주변 인물을 탐문한 끝에 범죄 혐의를 발견했다.

경찰은 박씨 여동생과 최씨에게 출석을 요구해 추궁한 끝에 자백을 받아냈고 박씨와 이씨도 긴급 체포해 범행 사실을 확인했다.

살인사건은 현재 공소시효가 없다.

조사 결과 이씨는 농사를 배우겠다며 며칠 전부터 의도적으로 박씨 남편에게 접근한 뒤 범행 전날인 2003년 2월 22일 오후 6시께 박씨 남편을 데리고 마을에서 18㎞ 떨어진 주점에 가서 함께 술을 마셨다.

이후 차를 타고 돌아와 박씨 남편을 마을 입구에 내려준 뒤 걸어가자 뒤에서 들이받았다.

이들은 휴일이나 야간에 발생한 무보험 뺑소니 사망사고에는 보험금을 더 지급한다는 사실을 이용해 범행 날짜를 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 여동생이 예전에 보험설계사를 해서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

박씨는 5억 2000만원 가운데 약 2억원을 가졌고 범행이 들통나지 않도록 10개월에 걸쳐 수십 차례에 나눠 보험금 4500만원을 빼내 이씨에게 줬다.

나머지 2억 7500만원은 박씨 여동생과 최씨가 나눠 가졌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오랫동안 마음속에 죄책감이 있었는데 차라리 잘 됐다"고 밝혔다.

강병구 경북경찰청 미제수사팀장은 "오랜 세월이 지나 탐문과 증거수집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범인을 검거하겠다는 의지로 수사를 벌여 사건을 해결했다"며 "처음부터 미제로 분류한 사건은 아니나 미제수사팀이 발족한 뒤 처음으로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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