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나은 “예능 출연해 드라마 속 단아한 이미지 벗고 싶다”

입력 2016-05-09 10:36  



배우 고나은에게 이렇게 털털한 매력이 있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뚜렷한 이목구비의 아름다운 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는 대개 ‘단아’, ‘도도’라는 단어가 적당했다. 고나은은 인터뷰 내내 쉼 없이 환한 미소를 보이며 깔깔댄다. 강한 이미지로 비치던 그동안의 그와는 사뭇 다른, 훨씬 생생한 아름다움을 지닌 다정한 모습이다.

작품을 할 때마다 대중에게 더 큰 신뢰감을 준다면, 배우로서 가장 행복한 일이 아닐까. 여기에 욕심도 많고 열정도 넘친다. 국내 드라마는 물론 중국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국내외를 종횡무진 하는 고나은은 그런 배우다. 진정으로 일을 즐기는 사람의 여유와 에너지가 그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한국배우들의 중국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고나은이 중국드라마 ‘무신조자룡’에 출연해 중국 현지 분위기를 달구고 있다. 중국 후난위성TV를 통해 방송된 ‘무신조자룡’은 1회부터 1.73%의 높은 시청률로 동시간대 위성 채널 시청률 1위에 오르며 그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중국에서 전국 시청률 1% 돌파는 인기작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통한다.

“‘무신조자룡’은 49부작 드라마에요. 시청률이 2% 정도 나왔는데, 중국에서는 잘 나오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2014년 말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고, 2015년 4월부터 5월까지 촬영했어요. 그리고 올해 4월 3일부터 30일까지 방영했어요. 또 다른 방송에서도 나올 거예요.”

‘무신조자룡’은 중국 소설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영웅 조자룡의 이야기를 다룬 역사극으로, 중국 동한 말년을 배경으로 개성 강한 인물들이 펼치는 전쟁-사랑-성장 이야기를 담는다. 고나은은 뛰어난 결단력과 상황 판단 능력을 갖춰 지력가 손부인 역을 맡아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유비와의 우호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오빠 손권의 계획에 따라 유비를 남편으로 맞이한다.

“손부인은 공주이기는 하지만 우아하고, 지적이고, 아름다우면서 무예도 뛰어나고, 추진력도 강한 인물이에요. 무술 하는 장면이 많지는 않았어요. 살짝 맛보기로 보여주는 정도죠. 중국 드라마가 보다보면 빠져드는 매력이 있더라고요.”



고나은이 중국에 진출한 것은 계획된 일이 아니었다. 오래전 중국 영화를 찍으며 고생을 했던 그는 중국에서의 활동에 겁을 냈다. 하지만 다시 찾아 온 기회에 이것도 인연이 아닌가 싶어 다시 도전장을 던졌다.

“제가 출연한 한국 드라마 몇 편이 중국에서 방송이 됐어요. 하지만 그것을 보고 캐스팅 제의가 온 건 아닌 것 같고, 우연한 기회에 와 닿았어요. ‘무신조자룡’이 한국에서 방영 가능성이 있을 것 같긴 한데, 시청자들도 보시면 재밌어 하실 거예요.”

‘무신조자룡’은 드라마의 완성도도 높았지만, 한국의 스타 윤아와 김정훈의 출연작이라는데도 관심이 높았다.

“촬영장 분위기도 좋았어요. 윤아와 겹치는 신이 많이 없어서 아쉽기는 했죠. (김)정훈 오빠와도 부딪히는 신이 많이 없었어요. 하지만 숙소가 같았어요. 호텔 앞에 포장마차가 있었는데 가끔 술 한 잔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했죠.”

중국 소설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영웅 조자룡의 이야기를 다룬 ‘무신조자룡’은 제목만큼이나 규모 자체가 어마하다. 중국 유명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것은 물론, 조연조차 유명하다.

“나오는 인물이 어마어마해요. 하지만 제가 맡은 손부인이 오나라 공주다 보니 공주의 엄마, 오빠 그리고 조자룡, 유비, 관우, 장비 역의 배우들만 봤지 다른 분들은 못 봤어요. 많은 배우들과 인사도 못해 아쉽기는 해요. 촬영은 항저우 헝디엔이라는 곳에서 했어요. 우리나라의 민속촌 같은 도시가 있더라고요. 지금은 관광도시가 됐어요.”

비주얼적인 부분에서 고나은의 중국 진출은 예견돼 있었다. 가녀린 몸매와 하얀 피부로 시선을 사로잡았으며, 어떤 의상을 입어도 잘 소화해낸다. 특히 시대극이 많은 중국에서 고나은의 매력은 더욱 증가됐다.

“중국 관계자들이 예쁘다고 좋게 얘기를 해주세요. 중국에 워낙 아름다운 미인들이 많잖아요. 중국 헤어, 메이크업 스태프가 봤을 때도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얼굴이 동그래서 보는 것보다 화면이 동그랗게 나와서 고민이에요. 부모님이 물려주신 건데, 어쩔 수 없죠.”



최근 고나은은 몸매와 ‘슈가맨’ 출연으로 화제가 됐다. 운동 마니아로 알려진 고나은은 남다른 건강미가 돋보이는 탄력 넘치는 몸매를 자랑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군살 하나 없는 라인은 고나은이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온 운동의 결과다.

“화보가 그렇게 이슈가 될 줄은 몰랐어요. 올해 초에 했던 작업이에요. 지금은 아무도 저에게 무얼 하라고 하는 나이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스스로 뭔가를 한 번 해볼까 고민하다가 식단조절을 같이 병행을 하면서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 보자고 도전을 시작했어요. 기념으로 남기고 싶어서 사진을 찍었는데, 아깝더라고요.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좋아요. 한 편으로는 ‘이런 상태를 유지를 해야 하겠구나’라는 압박 아닌 압박도 받아요. 운동은 오랜 연예계 생활에 저 만의 규칙이에요. 일주일에 5일은 운동을 해요. 제가 맡은 일과 약속은 꼭 해내야하는 책임감이 생겨요. 결과는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과정에 있어서는 최선을 다하는 거, 그런 책임감이 저 만의 사명이에요.”

고나은은 가수로 먼저 데뷔했다. 연예계 생활을 시작하기 전부터 배우가 되고자 했지만, 우연히 들어온 가수 데뷔 제안을 받아들여 2000년 파파야라는 그룹으로 활동했다. 인기도 많았고, 사랑도 받았지만 소속사 문제로 활동을 중단하게 됐고, 자연스레 다시 연기자의 길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다 15년 만에 올해 초 JTBC ‘슈가맨’에 가수로 출연해 옛 추억을 선사했다.

“‘슈가맨’은 우연한 기회에 섭외가 들어와서 출연한 거예요. 처음에는 망설였어요. 가수는 전직이었고, 배우는 현직인데, 현직에 충실해야하니까요. 제 과거고, 흔적이고, 흔적이 있어서 이 자리에서 살아가는 거기 때문에 추억을 되짚어 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겠다 싶어 출연하게 됐어요. 원래 배우를 준비를 하다가 가수 캐스팅 제의가 와서 어린 나이에 호기심에 활동을 시작했어요. 운이 좋게 사랑도 받고, 재밌게 활동을 했죠. 그에 반해 의지와 다르게 활동을 못하게 되서 슬럼프가 있었어요. 어린 나이에 수동적인 입장에서 살다가 공허해지더라고요. 정신적으로 혼란이 왔어요. 그래서 유학도 갔다 왔고, 한국에 와서 복학도 하면서 다시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쉽지는 않았어요.”

이후 단역들을 거치며 연기 기본기를 쌓아온 고나은은 2007년 임성한 작가의 인기작인 ‘아현동 마님’에 출연하며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드라마 ‘내 인생의 황금기’, ‘녹색마차’, ‘보석비빔밥’, ‘자체발광 그녀’, ‘천사의 선택’, ‘무정도시’, ‘결혼의 여신’, ‘정도전’ 등에 출연하며 지금까지 연기자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임성한 작가의 ‘보석 비빔밥’이에요. 많은 분에게 사랑을 받았고, 얻은 것도 많고, 연기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작품이에요. 그런데 ‘보석 비빔밥’이 끝나고 슬럼프였어요. 배우로써 시작하고 얼마 안 돼서 주인공을 했잖아요. 부담감, 압박감, 스트레스가 큰데, 그거에 비해 사랑을 많이 해주시니까 갈팡질팡 했어요. 그리고 본의 아니게 회사가 어려움이 있어서 1-2년 정도 일을 못 했어요. ‘주인공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 구나’, ‘주인공은 이렇게 하는 거구나’라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극복을 위해 따로 뭔가를 하지는 않았어요. 그 때 느낀 것을 잊지 않으려고 해요. 다른 기회가 주어졌을 때 내가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주인공, 조연을 떠나 연기를 한다는 자체가 행복한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회가 언젠가는 오겠지 하면서 극복했어요.”



어느덧 배우생활 10년. 고나은은 한국과 중국, 양국에서 사랑 받는 여배우가 됐다. 그는 지금의 위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만족은 못 해요. 배우의 길을 길게 봤을 때 지금은 초반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조바심을 내거나 하지는 않아요.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려고 해요. 저는 마라톤을 뛰어야하는 사람이니까요. 초반에 스피드를 내면 길게 못 가요. 조금 천천히 가다보면 어느 순간 가속도가 붙을 거고, 그러다보면 완주를 할 거예요.”

한국나이로 30대 중반. 고나은은 이제 연애뿐만 아니라 결혼을 논해야 시기이다. 결혼에 대한 그의 생각은 어떨까.

“연애는 하다 안 하다 해요. 결혼은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지만 쉽지는 않아요. 결혼은 언제든 할 준비는 되어 있어요. 시기가 맞아야할 것 같아요.”

고나은은 조바심을 내지 않는다. 배우라는 직업을 오랫동안 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스스로 내려놓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저희 직업은 선택을 기다리는 입장이니까 그런 것과 싸워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런 시간을 보내면서 분명히 나에게는 좋은 작품을 만날 시간이 오는 거고, 시간을 잘 보내야 내 걸로 잘 소화할 수 있는 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행과 운동으로 마음을 다스리는 고나은은 로맨틱 코미디나 시트콤 속 밝은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높은 곳을 올라가려는 것보다는 꾸준히 연기하는 게 목표다.

“다양한 도전을 좋아해요. ‘보석 비빔밥’ 이미지가 강하잖아요. 그 이미지 뿐 아니라 다양한 이미지가 있고,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시트콤과 로맨틱 코미디에 출연하고 싶어요. 예능도 기회가 있으면 출연하고 싶어요. 말을 잘 하지는 못해서 몸으로 때우는 체력을 요구하는 ‘정글의 법칙’, ‘런닝맨’, ‘1박2일’ 등에 출연하고 싶어요. 고나은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는데, 드라마 속 단아한 이미지를 벗고 싶어요. 단아하고 여성스럽지만, 밝고 털털한 면도 있어요. 그런 면도 같이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사실 애교도 많은데, 어느 순간 자중하게 되더라고요. 빠른 시일 내에 찾아뵐게요.”

(사진 = 스튜디오 아리 이한석)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onlinenew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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