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 여교사만? 섬마을 여간호사도 “무섭고 두려워요”

입력 2016-06-09 00:00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서 학부형들의 ‘여교사 집단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자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섬에서 홀로 근무하는 여간호사들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도서지역에는 여교사 외에도 비슷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나 치위생사 등 보건진료직 여성 공무원이 있기 때문.

보건진료직 공무원들 역시 `여초현상`과 `열악한 관사` 등 여교사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전북에는 군산과 부안 등 8개 도서지역에 모두 12명의 보건진료직 공무원이 근무한다. 이 중 연도, 비안도, 무녀도, 신시도 등 4곳의 섬에는 보건진료직 공무원 혼자서 근무하고 있다.

경남에도 거제, 사천, 진해, 통영 등에 19명의 여간호사가 근무하고 있으며, 14곳의 섬마을에는 여간호사만 관사에 거주한다.

충남에도 9개 섬마을 보건진료소에 9명의 간호사가 근무하는데 이 중 8명이 여간호사 혼자 근무한다.

규모가 큰 섬에는 공중보건의 등 다른 직원들과 함께 폐쇄회로(CC)TV 등 보안시설이 갖춰진 관사에서 생활하지만, 규모가 작은 섬에서는 여성 혼자서 열악한 환경의 관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특히 오래된 보건진료소에는 폐쇄회로(CC)TV 등 보안시설이 전혀 갖춰 있지 않다.

군산시 관계자는 "큰 섬에 있는 지소에는 1층을 진료 공간으로 사용하면서 2층에 관사가 있는 구조이고, 파출소 등 치안시설이 갖춰져 있다"며 "다만, 작은 섬에 있는 진료소에는 CCTV 등 따로 보안시설이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군산시는 보건진료직으로 채용되면 도서지역에 우선 발령을 하도록 하고 있으며, 1년 파견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후임 대상자가 없으면은 연장 근무토록 하고 있다.

도서지역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배타적인 지역문화 등으로 대부분 보건진료직 공무원들이 도서지역 근무를 꺼리기 때문에 신입 공무원들의 근무 기간은 `1년`을 넘기기 일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 30∼40대 여성 직원이 도서지역에 배치되거나 지원자가 없는 도서지역은 계약직으로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남성 간호사 채용이 늘고 있지만, 직업 특성상 여초현상이 심해 대부분이 여성 간호사다.

한 여성 보건진료직 공무원은 "도서지역 여교사나 여간호사나 근무환경은 비슷하다"며 "도서지역에 발령을 받으면 정확히 언제 인사이동이 될지는 인사 여건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예전에는 왕왕 그런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들었다. 기혼자가 아니면 도서지역에서 근무하기 어려운 것 같다"며 "또 지역 사회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에 육지로 나가고 싶다는 내색을 하거나 언제 나간다는 말을 주민에게 하면 안 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진희 상지대 여성학 교수는 "그동안 우리 사회는 외딴곳(섬)에서 여성이 느낄 수 있는 성폭력의 위험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었다"며 "그렇다 보니 이 부분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노력조차 없었던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여교사나 여간호사 관사 주변에 CCTV를 설치하는 등의 단기적인 사후대책 마련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섬지역 주민들의 여성에 대한 인식 전환, 폭력에 대한 인식 교육 등 장기적인 대책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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