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조직적 증거 은폐, 멀쩡하던 20대 군인 목숨 잃었는데…

입력 2016-06-20 11:37  



지난해 인천의 한 종합병원 측이 손가락 골절 수술을 받은 20대 군인에게 약물을 잘못 투여해 숨지게 한 뒤 간호사의 실수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한 정황이 재판과정에서 드러났다.

인천지법에 따르면 인천 가천대 길병원 간호사 A(26·여)씨는 지난해 3월 19일 오후 1시 50분께 손가락 골절 접합수술을 받고 회복을 위해 병동으로 온 육군 B(20) 일병에게 주사를 놨다.

의사가 처방전에 쓴 약물은 궤양방지용 `모틴`과 구토를 막는 `나제아`였지만, A씨는 마취 때 기도삽관을 위해 사용하는 근육이완제인 `베카론`을 잘못 투약했다.

주사를 맞기 2분 전까지 친구들과 휴대전화로 카카오톡을 주고받던 B 일병은 투약 후 3분 뒤 심정지 증상을 보였고, 같은 날 오후 2시 30분께 점심을 먹고 병실을 찾은 누나에게 뒤늦게 발견됐지만 한 달여 만인 지난해 4월 23일 저산소성 뇌 손상 등으로 사망했다.

인천지법 형사5단독 김종석 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간호사 A씨에게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그러나 A씨는 수사기관 조사에서 "주치의가 지시한 약물을 정상적으로 투여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재판부는 A씨가 B 일병에게 베카론을 투약했다는 직접 증거가 없음에도 수시로 비우게 돼 있는 간호사의 카트에서 사고 후 베카론 병이 발견된 점 등 정황증거와 간접증거를 토대로 검찰 측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간호사로서 환자들의 건강상태를 잘 살피고 처방전에 따른 약물을 정확하게 투약해야 할 주의 의무가 있다"며 "정확한 확인 없이 약물을 투약해 피해자를 숨지게 한 중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병원 측이 사고 발생 직후 병동 안에 있던 `베카론`을 없애고 간호 기록지를 허위로 작성하는 등 각종 증거를 은폐하려 한 정황도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재판부는 "병동에서 보관하던 베카론 병을 두고 병원 관계자들이 한 일련의 조치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며 "병원의 전반적인 약품관리 상황이 체계적이지 못했고 그 과실도 무시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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