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성추행 못 이긴 21살 새내기, 첫 직장 40일만에 그만둔 사연

입력 2016-06-23 00:00  

"일 못 마쳤으니 벌 받아야" 직장 새내기女 상습 성추행한 상사




대학 졸업 후 취업에 첫 성공한 21살 여성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40대 직장 상사의 형량이 항소심에서 더 무거워졌다.

초범인데다 피해자와 합의까지 해 감경 사유가 충분했지만 재판부는 사회 초년생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좌절감을 줬다는 점에 주목, 이례적으로 벌금형이 아닌 징역형을 내렸다.

충북 진천 한 제조공장에서 관리자로 일하는 박모(40)씨는 지난해 1월 26일께 입사한 A(21·여)씨에 대한 오리엔테이션 교육을 맡게 됐다.

대학을 갓 졸업한 A씨는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곧바로 취업에 성공, 첫 직장에 대한 기대감이 누구보다 컸다.

하지만 A씨의 부푼 꿈은 박씨에 의해 산산이 부서졌다.

박씨는 지난해 2월 초부터 약 한 달간 교육을 하겠다는 핑계로 A씨를 불러내 엉덩이를 손으로 치거나 허리를 감싸 안는 등 추행을 일삼았다.

심지어 시간 내에 업무를 마무리하지 못했으니 벌을 받아야 한다며 강제로 볼에 입을 맞추기까지 했다.

사회에 나와 처음으로 믿고 따르던 상사인 박씨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A씨는 적절한 대처 방법을 찾지 못했고, 쉽사리 문제를 삼지도 못했다.

결국 A씨는 속앓이만 하다가 어렵게 들어간 직장을 입사 40일여일 만에 스스로 나오고 난 뒤에야 사법기관에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1심 재판부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박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고, 2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박씨가 초범이고 피해자인 A씨와 원만히 합의한 점, 진지하게 반성하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1심 재판부는 설명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더욱 엄한 잣대로 판단을 달리했다.

청주지법 형사항소1부(구창모 부장판사)는 22일 검찰의 항소를 받아들여 박씨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박씨에 대한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시간을 40시간으로 늘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는 처음부터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을 지금까지 후회하며 자책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받은 충격이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며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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