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영의 `난 여전히 내가 애틋하고, 내가 잘 되길 바라요`라는 말, 읽고 말하면서 정말 많이 울었고, 정말 잘 전달하고 싶었어요. 해영이가 가진 모든 감정을"
이 대사만큼 지금의 서현진을 잘 표현하는 말은 없을 것 같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고, 아직도 조금은 힘들어 보여 애틋한 서현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29일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에서 오해영 역을 맡은 서현진이 서울 논현동에 있는 빌라드베일리에서 종영 기념 기자간담회를 했다.
2006년부터 연기를 시작했지만, 직업란에 배우라고 쓰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01년 걸그룹 밀크로 연예계에 입문한 그는 1집 앨범을 끝으로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황진이`(2006), `짝패`(2011)`, `신들의 만찬`(2012), `제왕의 딸, 수백향`(2013), `삼총사`(2104) 등에 출연했으나 빛을 보진 못했다. 그러다 로맨틱 코미디 `식샤를 합시다2`(2015)에서 그녀만의 강점이 드러났다.
이후 뮤지컬 `신데렐라`를 통해 무대에도 올랐다. 그제야 그녀는 직업란에 `배우`라고 쓸 수 있었다. 배우라는 직업이 가진 불안정함 때문에 언제든지 도망갈 수 있는 돌파구가 필요했다. 잘 안 되면 미련 없이 떠나고 싶어서 한 발 빼고 있었다.
"연기를 계속 해왔는데도 내가 배우라는 생각이 안 들었어요. 그래서 선배들의 추천으로 무대에 섰죠. 드라마나 영화 현장에선 느낄 수 없었던 부분을 배웠어요. 무대 위엔 저뿐이라 제가 다 책임져야 했죠. 뮤지컬을 하고 나니 `내가 연기하는 사람이구나` 싶었죠. 직업란에 `배우`를 못 쓴 건 너무 불안정해서였어요. 도망갈 구석이 필요했어요. `식샤`를 만나 틀을 깼고, 이후 뮤지컬을 하면서 연기에 대한 즐거움을 체험했죠."
그녀는 과거에 피해의식으로 똘똘 뭉쳐있었다. 누구나 살면서 시련을 겪듯 서현진도 그 시간을 보낸 것이다. 제 뜻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배우 인생을 견디느라 힘들었었다. 지금은 조금 편안해진 상태지만, 힘들었던 시간을 잊지도, 완전히 극복하지도 못했다.
"과거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그런데 말하고 싶지 않아요. 내가 아팠던 걸 누가 아는 게 싫어요. 피해의식이죠. 그냥 받아들일 수 있는 말이었는데 뾰족하게 받아들였어요. 사실 아직도 극복하지 못했어요. 그냥 시간이 흐르길 바라면서 버텼어요. 그렇다고 시간이 다 해결해주지는 못하더라고요. 여전히 힘들고, 그 부분은 제 마음속에 있어요."
연기를 하지 못하는 시간이 힘들긴 했지만 그렇다고 연기를 그만두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는 서현진은 배우라는 직업이 가진 불확실성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또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그런 그녀의 연기 인생에 전환점이 `식샤를 합시다2`였다.
"잘 안 풀리긴 했지만, 연기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연기 말고 할 줄 아는 것도 없었고 용기도 없었거든요. 근데 `식샤를 합시다2`를 하면서 연기를 하는 뉘앙스가 바뀌고, 틀을 깨고 하는 방식을 달리하면서 연기를 좀 더 즐겁게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서현진은 네 살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한국무용을 하다 돌연 진로를 틀어 걸그룹으로 데뷔했다.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순간이 무용을 그만둔 것, 가장 돌아가고 싶은 순간 또한 이때다.
"무용을 어렸을 때부터 했는데 가수로 데뷔한다는 말을 듣고 한순간에 그만둔 게 아쉬워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순간이 가장 좋았거든요. 정말 저의 찬란한 시절이었어요. 그래서 돌아가고 싶어요. 한예리 씨는 지금 무용수와 배우를 병행하고 있거든요. 그게 정말 부러워요. 왜 그때 그렇게 쉽게 그만뒀을까 후회하죠. 예고를 그만두고 1년 동안 맨날 울었어요. 그런 걸 보면 팔자라는 게 정말 있는 건가 싶어요."
인생이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지 않는 것처럼 굴곡이 있다면, 찬란한 시절도 다시 오는 게 인생이다. 서현진의 제2의 찬란한 시절이 이제 막 시작됐다. 앞으로 그녀의 인생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해영이를 극복하는 것도, 그리고 새로운 기회를 잡는 것은 그녀의 몫이다.
"예전보다 기회가 많아질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괜찮아요. 지금의 관심은 분에 넘치는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금방 사라질 것도 알고요. 전 계속 흘러갈 거예요. 그래야 삶이 재밌잖아요. 다음에는 전문직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직업을 가지고 있어도, 그 직업에 대해 깊게 다루는 작품을 한 적이 없거든요. 앞으로 사기꾼이나 검사, 변호가 같은 말로 사람을 홀리고, 콧대를 눌러줄 수 있는 캐릭터를 하고 싶어요. 한 마디로 말빨이 좋은 캐릭터요. 말로 누군가를 속이거나 유혹하는 사기꾼 캐릭터가 매력적이지 않나요?"
(사진=점프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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