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딜레마'에 빠진 보험사 IFRS

김민수 기자

입력 2016-07-07 10:01   수정 2016-07-07 10:40


"국제회계기준 이거 보험회사들한테는 보통 일이 아닙니다. 월급쟁이 사장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오너가 나서야 하는데 그것도 상황이 쉽지 않아요. 지금은 업계가 함께 목소리를 낼 상황이긴 한데, 당국이 너무 세게 나가니까 속 끓이고 있는 거죠"

얼마 전 만난 한 보험사 CEO의 하소연이다. 밤에 잠이 안 온다고 했다. 그렇지만 컨설팅 받는 것 외에는 딱히 대책도 없다고 했다. 컨설팅 회사들만 신났다. 답답한 노릇이다.

지금 보험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2020년 시행 예정인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이다. 그 핵심은 `시가평가`다. 보험사들이 고객들에게 줘야할 보험금, 즉 보험부채를 현재 금리를 기준으로 다시 평가해야 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지금이 초저금리 시대라는 점이다. 보험 상품을 팔 때 고객과 약속했던 금리와 지금의 금리는 큰 차이가 있다. 새 회계기준은 그 차이만큼 자본금을 더 쌓도록 하고 있다.

엄청난 돈이 필요하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새 회계기준이 도입되면 33개 보험사들의 부채는 96조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미래에 발생할 이익이나 자산을 재평가를 통해 생긴 차이를 빼면 실제로 준비해야 돈이 이 정도는 아니다.

이런 큰 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 지도 고민인데, 보험사들의 영업환경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금리는 계속 떨어지고 있고, 평균 수명이 증가하면서 보험금을 줘야 할 기간도 늘고 있다. 보험사들에게는 그야말로 공포다. 보험사들이 건물을 내다 팔고 앞 다퉈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보험업계에서는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연기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중소형 보험사들 몇 곳은 당장 망할 수도 있다며 앓는 소리를 내고 있다. 장부가 반값에 매물로 나온 KDB생명의 사례는 이같은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국제회계기준이 어쩔 수 없다면 금융당국의 감독기준이라도 천천히 바꾸자고 한다. 금감원은 2020년 국제회계기준 2단계 도입에 맞춰 단계적으로 감독기준을 조정할 계획이다. 보험사들이 당장 돈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강경한 입장이다. 일단 국제적인 기준을 따르지 않으면 해외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 신뢰의 문제다. 미국과 일본은 도입을 미룬다지만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우리의 위치는 분명히 그들과 다르다. 그들에게는 선택 우리는 필수다.

금융당국의 말대로 보험사들의 준비가 너무 소홀한 것도 사실이다. 제도가 시행되는 2020년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을 보험사 CEO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그러다 보니 관심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미리미리 서둘러 숙제를 하자는 게 당국의 생각이다.

하지만 보험 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다는 점은 금융당국을 난감하게 만들고 있다. 추진 계획을 잡을 때는 이 같은 상황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보험사들 입장을 생각해 한 발 물러날 명분도 이유도 찾기 어렵다. 또 보험사들의 요구대로 감독기준을 천천히 바꾸려니 나중에 한꺼번에 닥칠 충격이 더 걱정이다.

보험업계와 금융당국 양쪽 모두 진퇴양란이다. 그야말로 딜레마(dilemma)다.

지금 보험업계는 국제회계기준 시행 자체가 늦춰질 것이란 소식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위한 기준서를 만드는 작업이 각국의 의견 조율로 늦어지면서 시행이 다소 늦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봐야 1년이겠지만 지금 보험업계는 그만큼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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