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라인 11]
김동환의 시선
출연 : 김동환 앵커 (대안금융경제연구소장)
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펀드 런`입니다.
어제 우리 시장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를 크게 하락시킨 원인은 브렉시트의 진앙지인 영국의 부동산 펀드 때문입니다. 금융위기 이후 막대하게 풀린 돈에다 중국, 러시아 부호들의 검은 돈들도 런던을 비롯한 영국의 부동산 시장에 크게 몰리자 영국 경제는 부동산 경기로부터 훈기가 돌았고 최근에는 버블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기에 이르렀습니다.
울고 싶을 때 뺨 맞았다고 할까요? 안 그래도 버블이라고 하던 영국의 부동산, 그것도 상업용 부동산은 브렉시트로 최소 20%는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고 겁을 먹은 투자자들은 서로 먼저 부동산 펀드에서 돈을 찾고자 한꺼번에 몰린 것입니다.
환매 요청을 받은 펀드메니저는 펀드에 남은 현금으로 응대를 못하면 자산을 팔아야 하는데 이 부동산이라는 것이 한번에 팔 수가 없죠. 때문에 당연히 환매에 응할 수 없어졌고 결국 일부 부동산 펀드가 환매 중단을 선언한 것입니다.
일반 회사로 치면 지급 불능, 부도를 낸 거라고 봐야죠.
금융위기 직전이었던 2008년 가을이 기억납니다.
멀쩡한 우리 대기업들이 발행한 달러 표시 채권이 그야말로 엄청나게 싼 가격으로 시장에 나오더군요. 예를 들면 그 당시도 우량 기업이었던 KCC나 LG디스플레이 같은 회사의 달러 표시 채권이 연 수익률로 30% 정도에 매물이 나오는 것입니다. 추적해보니 홍콩의 헷지 펀드들이 미국의 상업은행들로 부터 환매 요청을 받았고 이에 응대하기 위해서 펀드 내에서 그나마 우량한 자산부터 팔기 시작했던 건데 투자자들이 잔뜩 겁을 먹은 상황에서 매수세가 나서지 않자 30%라는 당시로도 엄청난 수익률로 일종의 덤핑을 친 거죠.
제겐 일생일대의 투자 기회였고 그걸 살려냈습니다만, 환매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결국 `펀드런`으로 이어지면서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일종의 촉매제 역할을 했었습니다.
지금은 부동산 펀드에 환매요구가 몰리지만 환매에 응하지 못하는 걸 본 투자자들의 심리는 극도로 불안해지고 그럼 비슷한 자산, 특히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으로 구성된 펀드로 환매요구가 번질 수 있고 이것이 `펀드 런`으로 확대되면 금융시장은 또 한번 혼란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가 긴급하게 나서서 유동성 지원을 공언한 것도 이런 긴장감을 반영한 거라고 봐야겠죠.
금융시장은 신뢰를 기반으로 유지되고 성장합니다. 신뢰는 약속과 계약을 준수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돈을 돌려 받을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은 신뢰가 무너지는 상황 중에도 가장 엄중한 상황입니다. 그것도 뉴욕과 더불어 세계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런던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건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닙니다.
폭락세를 거듭하고 있는 영국과 유럽의 주요은행들도 걱정거리입니다. 은행주가 하락하는 건 보유 자산의 훼손과 함께 마이너스 금리라는 미증유의 상황에서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하는 이른바 내우외환이 겹쳤기 때문입니다.
이제 당분간 우리 투자의 촉수를 영국의 `펀드 런`이 과연 얼마나 확산되는지 또 영국과 유럽은행들의 주가가 과연 어디까지 하락하는 지에 집중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렌트비가 너무 올라서 멀쩡한 직장인들도 테임즈 강변에 배를 대고 보트피플로 살아간다는 해외 토픽을 본 것이 작년 말이죠. 뭐든 과하면 넘치는 건 예나 지금이나 진리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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