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을 때마다 쏙 들어가는 보조개, 반달모양으로 곱게 접히는 눈웃음까지. 첫사랑을 연상케 하는 매력적인 분위기를 가졌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큼발랄 ‘금봉이’를 연기했단 사실이 믿기 어려울 만큼 단아하기까지 하다. 배우 한가림이다.
다양한 드라마에서 신스틸러로 활약한 한가림은 지난달 종영한 KBS2 드라마 ‘천상의 약속’에서 이금봉으로 분해 코믹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매력을 선보였다.
최근 실제로 만난 그는 명랑한 금봉이 그 자체였다. 한가림은 “금봉이는 가족들이 ‘저거 딱 너네’ 할 정도로 저와 닮은 캐릭터였어요. 그래서 그런지 드라마가 끝나면서 저도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었죠”라는 소감으로 말문을 열었다.
극중 이금봉은 이유리(이나연 역)의 양어머니 윤복인(양말숙 역)의 둘째 딸로, 치장하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 철없는 인물. 원수집안의 아들 강봉성(허세광 역)과 거짓으로 똘똘 뭉친 엉뚱한 소개팅을 통해 만나 사랑을 키운다. 하지만 양가 부모님의 적극적인 반대로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을 자처하며 극에 재미를 더했다. “화려하고 센 이미지 때문에 비슷한 캐릭터를 많이 맡았어요. 사실 저는 집에서 뜨개질이나 드로잉북하는 걸 즐기는 천상 여자 스타일이거든요. 아주 단아한 역도 자신 있고, 반대로 살인마 같은 센 악역도 욕심나요”
방영 당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한 `천상의 약속`은 안방극장의 뜨거운 사랑에 힘입어 100부작에서 2부 연장되기도 했다. 한가림은 드라마의 인기 비결로 어느 때보다 훈훈했던 촬영 현장을 꼽았다. “올 초부터 6개월 간 촬영했죠. 호흡이 긴 장편드라마 특성 상 지칠 법도 한데 오히려 후반부로 갈수록 생기가 넘쳤어요. 특히 현장에서 선배들과 스태프 분들이 `금봉파`, `은봉파`를 결성해서 예뻐해주신 덕분에 촬영 내내 행복했죠”
이번 작품에서 한가림이 고민한 부분은 코믹 연기였다. 깜찍한 외모에 새침한 성격, 마냥 착한 속내를 가진 캐릭터를 주로 선보여왔던 한가림이다. "쾌활한 성격을 어떻게 코믹한 연기로 녹여낼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덤앤더머처럼 망가지기로 했죠. 지금도 기억나는 장면은 신나게 고기를 뜯다 나와서 이별을 통보 받는 신이에요. 얼굴에 쌈장을 덕지덕지 묻히고 눈물을 뚝뚝 흘리는데 실제로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더 깊게 몰입했던 장면 중 하나였죠“
극중 능청스럽게 표정을 구겨가며 열연했던 한가림은 ‘아직 예쁠 때가 아닌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예쁜 척은 누구나 할 수 있잖아요. 지금은 연기로 인정받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라는 진솔한 속내를 전했다.
앞서 tvN 드라마 `울지 않는 새`, KBS1 드라마 `징비록`, EBS `레전드 히어로 삼국지`에 연달아 출연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 온 한가림은 `천상의 약속`으로 안방극장에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최근에는 SBS 드라마 `미녀 공심이`에 카메오로 등장했다. 극중 민아(공심 역)의 고교 동창으로 출연했던 그는 방송 후 쏟아진 욕에 오히려 기뻤다며 활짝 웃었다. "얄미운 캐릭터를 연기해서 욕을 먹었다는 건 제대로 했단 뜻이잖아요. 짧은 신이었지만 많은 분들이 기억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했죠"
100부작이 넘는 대장정을 마친 만큼 잠시 쉬어갈 법도 한데 한가림은 차기작 준비에 여념이 없다. KBS2 새 드라마 ’TV소설 빛나는 그대에게‘에 캐스팅됐기 때문. 그는 "조만간 첫 촬영을 앞두고 있어요. 극중 전라도 출신 캐릭터를 맡았거든요. 요즘 광주 출신 친구에게 전라도 사투리 특훈을 받고 있죠. 시대극에 녹아든 톡톡 튀는 매력을 보여드릴테니 많이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전했다.
고교 시절 친구를 따라 다닌 연기학원에서 처음으로 연기를 접한 한가림은 대학에서 연극영화학을 전공했고, 이후 연극과 뮤지컬로 오랜 시간 내공을 다졌다. 본격 연기자 데뷔 후 멈추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선배들의 연기를 보며 다시 버틸 힘을 얻었다.
“진짜 배우로 자리 잡기 위해서 많이 노력하고 견뎌야할 것 같아요. 최근에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를 보면서 느낀 게 많아요. 극중 선배님들의 묵직한 연기를 보면서 지금 잠깐 헤맨다고 투덜대는 제가 너무 조급해하고 있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진지하게 걷고 있는 길인만큼 조금 더뎌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내공을 쌓고 싶어요. 그러다보면 언젠가 `믿고 보는 배우` 타이틀도 얻을 수 있겠죠?”(사진=루브이엔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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