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한 영화 `트릭`에서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는 다큐 PD 석진 역을 맡은 이정진. 지금껏 맡았던 역할과는 또 다른 이미지라 신선하다. 저예산 영화든 독립영화든 가리지 않고 본인이 맞다고 생각하면 출연해왔던 그. 이번 `트릭`은 어떤 생각으로 임했을까? 최근 그를 서울 모처에서 만나 대화를 나눠봤다.
Q. 석진이라는 인물이 마냥 비열한 인물이라고 할 수는 없다. 본인의 생각은 어떤가?
A. 맞는 말이다. 그런 인물은 사회 속에서도 많다. `트릭`은 시한부 환자 도준(김태훈 분)을 놓고 은밀한 거래를 하는 대국민 시청률 조작 프로젝트를 그린 영화다. 나는 석진이 대한민국 현재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결과물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주변 사람을 헤치면서 일을 진행한다. `자기 동료, 후배에게 저렇게까지 하면서 목표를 달성하나` 싶지만, 막상 그런 좋은 딜이 왔을 때 안 한다고 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현재의 대한민국 자화상이 아닌가 싶다.
Q. 지금껏 이정진의 이미지는 젠틀하다는 평판이 강했다. 이번 영화를 통해 야비한 모습도 보여줬는데. 양면적 이미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A. `야비하다`기 보다는 주변에서 말을 안 걸면 차가워 보인다고 하더라. 쉽사리 친해지기는 어려운 것 같은 사람이라던데, 막상 날 겪고 나면 막대한다. (웃음)
Q. 그래도 여러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건 배우로서는 큰 자산이다.
A. 좋은 거 같다. 이번에 잘 표현됐다고 생각한다. 이번 역할을 보고 착하다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다. 착하지 않게 나와서 성공한 것 같다. `트릭`을 보고 난 후 단순히 나쁘다는 이야기 외에 어떤 수식어를 들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냥 나쁘다는 말만 나오면 실패한 거라고 생각한다. 그 이상의 반응이 있길 기대한다.
Q. 그렇게 비춰지기 위해 어떤 걸 중점적으로 표현했나?
A. 어떻게 하면 나쁘다는 것 외에 다른 수식어로 표현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석진이가 되어 말한다고 생각을 해봤다. 디렉팅이나 평소 이야기할 때 "한 번 더 가시죠. 아, 그게 안 되나? 그치 그치 잘한다" 등. 애 다루는 것 같기도 하고 존댓말 했다가 반말했다가 성격을 긁는 말투를 썼다. 같이 연기한 태훈 형과 이야기하는데 그 말투 되게 거슬린다고 그랬다. 차라리 그냥 반말만 하면 `원래부터 못된 애`라고 할 텐데.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 쓰니까 엄청 거슬린다고 하더라. 성공한 것 같다.
Q. 본인이 석진 PD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본인도 그런 욕망을 가지고 사나?
A. 나는 그렇게까지는 못할 것 같다. 물론 나도 성공에 대한 야망이 있지만, 이렇게까지는 내 성격상 잘 못 한다. 그래서 연기하면서도 그 생각이 들더라. `이 영화에서는 이정진을 배제시켜야 한다` 싶었다. 정해둔 목표를 갖고 밀고 나가는 본인이 생각하기는 나쁘지 않은 사람처럼 연기해야 했다.
Q. 이번 영화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A. 겨울에 촬영했는데 온갖 아웃도어를 겹겹이 입어서 난 별로 안 춥더라. 20여 년간 겪은 촬영장에서는 감독님이 제일 따뜻하게 입고 계셨다. 나도 그런 리얼리티를 살렸다. 석진 역할이 PD니까 제일 따뜻하게 입었다.
Q. 시청률에 PD들이 목숨을 거는 것처럼 배우들도 흥행 성적, 시청률에 의해 캐스팅이 좌우된다.
A.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 직업이 실적으로 평가받는 것은 같다. 나는 스포츠를 좋아해서 운동을 즐기는데 선수 생활을 하는 친구들도 조금만 성적이 부진하면 바로 잊혀진다. 경기에 나설 수 없고. 다들 마찬가지다.
Q. 그렇다면 어떻게 극복하는 편인가?
A.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사진 작업하러 해외로 떠나기도 한다. 운동하고 이러면서 편안하게 지내는 것 같다. 혼자서 잘 돌아다니기도 하고. 집에서 `트릭` 고민한다고 천만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여유가 있으면 새로운 것들에 공감할 수도 있고, 표현할 수도 있다.
Q. 앞으로 이정진의 목표는?
A. 100세 인생이니까 앞으로 많이 남아있다.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일들이 있겠지? 뭐 안 올 수도 있고. 사진전도 잘 개최했으면 좋겠고, `트릭`도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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