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충격에 따른 대규모 자금 유출에 대비하기 위해 국내 은행권에 외화 비축을 의무화하는 규제가 내년부터 도입됩니다. EU 추가 탈퇴 등 브렉시트 우려가 상존하고 있는데다 미 금리인상, 각 국의 보수적인 통화정책 등으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보도에 김정필 기자입니다.
<기자>
그동안 권고·지도 사항이었던 외화 유동성 커버리지비율 (LCR)이 내년부터는 은행권이 의무적으로 지켜야 하는 사항으로 바뀝니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은행업 감독규정 일부개정안 규정 변경을 예고하고 내년부터 외화 LCR 규제를 본격 도입한다고 밝혔습니다.
외화LCR 비율은 대외충격으로 은행자금의 대규모 유출을 가정해 빠져 나갈 자금을 즉시 현금화할 수 있도록 우량한 외화자금·자산을 일정 수준 이상 쌓도록 하는 안전판 개념입니다
현재 은행권에 권고하는 비율은 50%지만 일부 지방은행과 국책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들은 내년부터 60%를 시작으로 2019년까지 80% 이상 단계적으로 늘려야 합니다.
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현재 대외 충격파로 외화 유동성 부족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전례를 감안할 때 일종의 선제적 대응 차원입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외화유동성 비율, 차환율, 외화 대출잔액 등 대다수 은행권은 외화유동성 관련 규제를 충족하며 숫자와 지표상으로는 문제될 것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2007년말 102.7%에 달했던 외화유동성 비율은 위기가 터진 2008년말 98.8%로 줄었고 차환율은 2008년 1월 126.4%이던 것이 그해 10월말 39.9%로 급감했습니다.
426억달러에 달하던 2008년 3분기 외화대출 잔액 역시 2009년 1분기 409억달러, 2분기 386억달러, 3분기 371억달러로 크게 줄더니 4분기 349억달러가 되며 위기의 전조가 됐습니다.
<인터뷰> 금융당국 관계자
“2008년 금융위기 겪으면서 외화유동성을 보니 그 당시 지표 도입을 했는데도 실효성이 없었다. 위기 시에는 역할을 못했다는 취지에서.. 내년부터 규제화 시켜서”
시중은행 대부분이 당국의 지도기준을 넘어서고 있지만 차입금 상당수가 유럽에서 조달했기 때문에 EU국가의 추가 탈퇴, 자금 경색이 본격화될 경우 외화조달에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최근 정부와 당국의 주담대 중심의 가계부채와 중기 대출 부실화에 대한 선제대응 요구에 이어 외화 유동성 확보 주문에 나선 것은 금융위기 사례와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중국 경제와 미 대선과정에서 나타난 국제공조 약화, 미 금리인상, 브렉시트 여진 등 대외변수의 변덕을 감안하면 양호한 외화 유동성과 재정 건전성은 담보가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한국경제TV 김정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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