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르면 내년 주택이 없는 사람이 전세에서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면서 집주인에게 돌려받은 전세보증금을 굴릴 수 있는 월세입자 전용 펀드가 조성됩니다.
전세보증금을 안전하게 굴릴 투자처를 마련해 주거비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인데,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박승원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1월 금융위원회가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내놓은 월세입자 투자풀.
당초 3월까지 세부안을 정하려고 했지만, 4개월이 지나서야 세부안이 발표됐습니다.
핵심은 전세를 월세로 바꾸면서 생긴 여유자금을 모아 뉴스테이 사업 등을 포함해 다양한 하위펀드에 투자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당금을 투자자인 임차인에게 돌려주겠다는 겁니다. //
<인터뷰> 김태현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
"규모의 경제를 통한 효율적 자산운용으로 안정적으로 수익을 실현하고자 한다. 사업성이 높은 투자대상사업을 선별해 운영하는 한편, 투자풀 운용비용을 최소화해 투자수익을 확대하겠다."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해주기 위해 금융위가 야심차게 세부안을 발표했지만, 시장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치솟은 전세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워 은행 대출을 받아 전세로 살던 사람이 월세로 전환한다고 해서 여유자금을 투자풀에 맡기지 않을 것이란 지적입니다.
실제 지난달 시중 5개 은행의 전세대출은 27조92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8%나 증가했습니다. //
이런 상황에서 마지막 종잣돈인 전세자금을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에 투자하기 보단 대출금을 갚는 데 쓸 것이란 설명입니다.
투자풀의 주된 투자 대상을 기업형 임대주택인 뉴스테이에 한정한 것도 논란의 대상입니다.
다양한 투자 대상 가운데 유독 정부가 추진중인 임대사업을 주된 대상으로 선정한 것은 서민의 돈으로 정부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비춰진다는 겁니다.
<인터뷰>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교수
"만약 이 자체를 생각하면 투자 수익에 따라 하는 게 맞다. 어떤 특정한 형태로 투자하도록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게 한다면 결국 재정자금이 들어가는 것과 실제로 동일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나서서 상품을 기획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민간 금융회사는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다양한 시도와 노력에 나서지만, 정부의 경우 상품의 성공을 위해 더욱 강한 형태의 재정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고심 끝에 내놓은 월세입자 투자풀. 하지만, 실효성이 떨어져 보여주기식 대책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박승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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