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사태가 남긴 파장, 취재기자 통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신인규 기자.
사실상의 영업정지로 볼 수 있는 대규모 판매정지가 확정됐습니다. 과징금도 178억원을 물게 됐는데요. 이번 조치, 어떻게 평가됩니까.
<기자>
우선 과징금부터 살펴보면 당초 천억원 규모로 전망됐던 것보다는 훨씬 줄어들었습니다.
폭스바겐은 과징금 상한액을 차종당 100억원으로 개정한 법률 시행 전에, 그러니까 7월 28일 전에 해당 차종들의 판매를 중단하면서 과징금 상한액을 10억 원으로 적용받았습니다.
법의 맹점을 파고든 아우디폭스바겐의 전략이 주효한 겁니다.
하지만 인증취소 조치는 앞서 예고된 그대로 내려지면서 이번 조치의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됩니다.
최종 인증취소 판정이 내려진 직후 현장을 직접 가봤습니다.
서울의 한 폭스바겐 매장입니다. 전시장에 있는 차는 투아렉 단 한대 뿐이었습니다.
손님도 찾아볼 수 없는 한산한 분위기였습니다.
<인터뷰>폭스바겐 딜러
"전시차도 다 빠졌잖아요 지금. 전국에 있는 아우디 폭스바겐 매장에서 차를 다 빼 놓은 상태에요."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중고차 시장은 얼어붙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매물로 오르는 족족 팔리는 인기 모델들이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유정현 자동차매매업자
손님들이 아직은 기다리고 계신 것 같아요. 아직 연락들이 오고 있지는 않고, 가격은 더 떨어질 것 같습니다. 한 반 년은 가지 않겠나. 다들 그렇게 말하고 있어요. 아무리 싸도 찾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에."
국내 딜러망 붕괴도 우려됩니다.
이 곳은 압구정 폭스바겐 매장 터입니다.
폭스바겐의 최대 딜러사인 클라쎄오토가 운영하던 곳인데, 7월부터 문을 닫았습니다. 클라쎄오토는 폭스바겐 중고차 사업도 철수하기로 했습니다.
환경부는 이번 조치가 폭스바겐 징계일 뿐 소비자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렇게 딜러망 붕괴가 시작되면 국내 폭스바겐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애프터서비스 등에서 불편을 겪을 수 있는 겁니다.
딜러사 가운데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를 믿고 수입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만난 대기업도 있습니다.
코오롱은 지난해부터 딜러사업권을 따내 아우디 수입차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웅렬 회장의 최측근인 안병덕 대표가 진두지휘하는 등 그룹 내에서 힘을 실어주는 사업부인데, 서류조작과 인증취소 사태가 터지면서 크게 주춤하고 있습니다.
원래 오는 10월 대구에 전시장을 신설할 계획이었지만 현재는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게 공식 입장입니다.
GS는 이번 사태가 터지자 아예 폭스바겐 딜러사업에서 철수했습니다.
폭스바겐 뿐 아니라 수입차 시장 전체의 판도 변화도 예상되는데, 수 년간 상승세를 이어오던 수입차 판매랑이 상반기에 전년동기 대비 2.6% 감소했습니다.
이번 사태가 크게 불거지면서 국내 소비자들이 수입차에 대해 가졌던 긍정적인 이미지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겁니다.
<앵커>
아우디폭스바겐은 국내 철수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는데요. 앞으로 폭스바겐 대응은 어떻게 전망됩니까?
<기자>
두 가지가 가능합니다. 하나는 가능한 일찍 인증취소가 된 차량의 재인증을 받는 거고, 또 하나는 행정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내서 이번 판정을 무효로 만드는 겁니다.
우선 환경부의 차량 인증에는 통상 한 대당 2주가 걸리기 때문에, 앞으로 서류상 문제가 없더라도, 이 방법을 택하면 판매 중지 조치가 풀리는데 최소 수 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소송 가능성도 살펴봐야 합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이번 사태 대응을 위해 전직 부장판사 등으로 구성된 합동 법률자문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광장과 김앤장, 국내에서 내로라 하는 막강한 로펌을 이번 사태 대책반으로 고용한 건데요.
회사가 받을 책임과 피해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거고, 쉽게 말하면 한국에 내야 할 돈을 최소화 한다는 겁니다.
국내 보상 계획도, 앞서 청문회때 `논의 중`이라는 요하네스 타머 사장 말과 달리 보상은 없다는 게 현재까지의 공식 입장으로 확인됐습니다.
<앵커>
행정 처분을 최소화하고 보상도 하지 않겠다는 게 아우디폭스바겐의 입장인 것으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때문에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이 힘을 얻고 있다는데, 어떻습니까?
<기자>
네. 폭스바겐 청문회 직후 야당은 집단소송제를 발의했습니다.
피해자 가운데 일부가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을 내면 다른 피해자들이 별도의 소송을 내지 않아도 해당 판결의 효력이 피해자 전체에 미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기업의 불법이 입증되면 피해자에게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내게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함께 논의 되고 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외국계 기업들이 보여주는 행태를 고려하면 국내에도 징벌적 배상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인터뷰로 살펴보겠습니다.
<인터뷰>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
"미국같은 경우에 폭스바겐이 17조원을 배상했거든요. 그렇지만 우리 소비자들한테는 전혀 배상 움직임이 없습니다. 이건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 제도가 있으면 우리 법원이 훨씬 무거운 손해배상 책임을 매길 것이거든요."
집단소송제는 미국에서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제조업 쇠퇴의 원인으로 지목하기까지 한 법입니다.
일부 기업의 행태때문에 이런 법들이 국내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겁니다.
기업이 스스로 나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더 큰 족쇄를 차게 된다는 사례를 아우디폭스바겐이 보여주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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