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우려 지운 윤종규 회장의 '78수'‥KB·현대證 주식 교환

김정필 부장

입력 2016-08-03 18:14   수정 2016-08-03 23:53



2일 늦은 오후 KB금융에서 1개의 자료를 보내왔습니다.

“먼저 늦은 시간에 자료를 송부해 죄송합니다. 갑자기 결정된 사항이라 불가피했던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말이죠.

상품, 서비스 자료와 달리 KB금융 이사회 관련 결과는 언제부터인가 늦은 오후에 오는 것이 다반사가 되면서 그러려니 하며 열어 봤는 데 합병과정에서 현대증권 완전자회사 편입을 위한 KB금융과 현대증권간 주식 교환 작업을 이사회에서 결의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배포 시간대는 늦은 시간에 보내 죄송하고 양해를 구해야 했지만 3일 증시에서 KB금융과 현대증권간 주식교환에 대한 증권가, 금융권 안팎의 반응은 호평 일색이었습니다.

‘신의 한 수’, ‘잘한 일’, ‘긍정적’, ‘목표가 5만원’ ‘강력 매수’ 등 그동안 고가(高價)인수 논란이 있어왔던 현대증권 인수에 대한 우려를 지워내기에 충분한, 신속한 의사결정을 보여준 것이 근간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금융권, KB·현대證 주식교환 `신의 한 수` 호평 일색

다 수의 금융권이 표현한 ‘신의 한 수’라는 문구.

보통 ‘신의 한 수’라는 표현은 장고 끝에 그간 모든 문제와 우려를 씻어내고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에나 쓸 법한 표현입니다.

예를 들자면 이세돌 사범이 결코 넘어 설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제 4국에서 둔 78번째 수 같은 것 말이죠.

좌변과 우변에 형세를 구축하다 중앙으로 수를 내며 버티던 중 78번째 수를 중앙 흑 한 칸 사이에 끼워 넣어 알파고로부터 불계승(Resign)을 받아냈던 그 수를 말합니다.

이 때 거둔 승리를 발판으로 바둑에 다소나마 회의감을 느끼고, 자극 요인이 없던 이세돌 사범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고 승승장구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바둑을 두지 않는 윤종규 회장이지만 ‘바둑리그’를 주최하고 있는 KB금융의 수장으로서 이세돌 사범의 78번째 수 처럼 ‘신의 한수’를 뒀다는 평입니다.

KB금융과 현대증권의 주식 맞교환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한투금융과의 경쟁에서 1조2천억원이 넘는 인수가를 적어내고 현대그룹의 세부 조건을 들어줘야 했던 kb금융이 현대증권 지분 22%대를 인수했지만 온전한 100% 자회사로 편입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분율이 여전히 낮기 때문입니다.

이후 자사주 매입을 통해 29.62%, 지분율을 거의 30%정도로 만들었지만 문제는 그 다음인 나머지 70%를 어떤 형태로 어떻게 가져오느냐의 문제였습니다.

KB금융과 현대증권 주식 맞교환이 이사회 결의를 통해 결정되기 전 KB금융과 시장 안팎에서는 장내매수 등 공개매수 형태, 블록 딜 등 현대증권의 완전자회사 편입을 위한 일련의 과정에 대해 다양한 관측이 무성했습니다.

*KB금융, 현대證 잔여 70% 지분 확보 주식 교환 선택
KB금융지주의 CFO인 허정수 전무의 실무 업무를 기초로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윤종규 회장의 회계, 재무, M&A 경험이 어우러지면서 결국 순조로운 합병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주식 교환을 선택한 것입니다.

분명 여러 가지 장점이 생깁니다.

장내·공개매수, 블록딜 등을 진행하면 일정 가격이 제시되고 그 가격으로 계속 지분을 매입해야 해 시간도 상당히 소요되는 데다 일정 부분 프리미엄이 얹어지는 만큼 가뜩이나 고가 인수 지적이 있던 터에 또 다른 부담요인이 됩니다.

시간도 짧게 걸리고 KB금융이나 현대증권의 소액주주 등 제반 이해관계자들의 입장과 권익을 보호하면서도 조속하게 완전자회사로 가는 방법인 주식교환을 선택하면서 긍정적인 평을 이끌어낸 것입니다.

한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각각의 입장이 다른 주주들과 현대증권 구성원, 당국 등 이해 관계자들의 이행 상충을 최소화하면서 완전자회사 편입에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는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분산돼 있고 이해관계 다른 KB·현대證 소액주주 보호 `공들여`
현대증권 소액주주들이 상당히 분산돼 있는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다 매입하고 시간도 걸리고 소액주주 보호 측면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합병과정의 사전정지 작업 과정에서 잡음 자체를 아예 차단하거나 줄이자는 것인 셈이지요.

현대증권 합병 완료 시기의 경우 올해 11월, 12월로 진행중인 가운데 점진적으로 지분을 늘려가는 것이 아니라 이번 결의를 통해 100% 완전자회사 편입이 속도를 내게 됩니다.

향후 KB투자증권·현대증권 통합 증권사 순익이 연결 순익으로 반영되는 점도 KB금융으로서는 신한금융과의 경쟁에서도 한층 수월해 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됩니다.

주식교환에 따른 주식 희석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지만 사실 일정 지분이 늘어나는 부분에 있어서도 이미 인수한 30% 지분은 주가에 선반영이 돼 있고 주식 교환을 통해 인수하는 지분은 현대증권의 ROE를 감안하면 사실 희석되는 분량 만큼 주가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쉽게 보면 이렇습니다. 현대증권 70%를 PBR 배수에 맞게 교환할 때 현대증권의 ROE 등을 감안하면 이익이 늘게 되는 효과가 있는 것이고 KB금융의 주식이 늘어나 희석되는 것을 이 부분이 보완해 주는 개념이 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5천억원 자사주 매입 병행‥KB금융 주주가치 제고 안전장치도
사실상 주식 교환만으로도 KB금융 현주가의 등락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5천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병행하며 주주가치 제고라는 안전장치도 마련한 것이 이번 이사회의 주주, 특히 소액주주, 이해 당사자들에 대한 배려라는 것입니다.

KB금융 측은 “혹시 있을 모를 주식 희석에 대해 KB금융 주주의 입장을 감안해서 자사주 매입도 하는 것이고 자사주 매입은 자본여력이 있을 때 하는 것이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판단해 결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현대증권 건을 포함해 KB금융 계열 중 100% 완전자회사가 아닌 계열은 KB손보와 KB캐피탈 등 3곳으로, 현대증권과 지분 교환에 따른 효과가 긍정적으로 나타날 경우 향후 손보와 캐피탈의 완전자회사 편입 과정에서도 참고사항이 될 수 있습니다.

연말까지 비상장 회사인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을 다이렉트로 합병하는 작업을 할 경우 긴 시간이 소요되고 크고 작은 이해관계 상충이 있을 수 있지만 이를 주식 교환으로 해소한 것입니다.

순조로운 증권부문 통합, 여타 계열과의 시너지 창출이 속도를 낼 수 있는 근간을 마련하게 된 점에 대해서도 금융, 증권가의 긍정적인 평가를 얻는 대목입니다..

전일 금융당국이 제시한 초대형IB 기준도 이번 현대증권과의 주식교환과 관련해 일정 부분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통합시 자기자본 3.8조원‥4조 기준 초대형IB 세부 검토
초대형IB 기준이 3조원, 4조원, 8조원으로 세분화되기는 했지만 사실상 4조원대라는 점에서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합병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자기자본 3조8천억원의 증권계열을 완전자회사로 보유 하게 된다는 점 때문입니다.

2~3천억원 가량의 증자 등을 통해 기준을 맞추면 4조원대 IB에 부여하는 인센티브를 누릴 수 있게 돼 금융그룹 순익에 도움이 미약했던 증권부문의 지원사격이 탄탄해 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KB금융 입장에서는 만기 1년 미만의 어음, 발행어음이라는 새로운 자금조달원이 생기는 데다 레버리지, 신용공여 한도 등 건정성 규제에도 숨통이 트이면서 조달과 자금운용과 관련한 운신의 폭이 넓어지게 되는 이유에서입니다.

기업 대상의 외환 관련 업무, 종합투자계좌 취급은 덤으로 가져갑니다.

쉽게 말해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합병, 100% 자회사 편입, 계열간 시너지, IB부문의 자금조달과 운용의 범위가 넓어져 결국 가장 중요한 대목인 수익성 개선이라는 선순환 구조 구축의 기초를 마련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증권계열, 금투사들의 수익구조가 크게 브로커리자와 자산관리, IB 이렇게 3가지 영역이 큰 틀로 볼 수 있습니다.

*브로커리지·IB·WM 강화 `3박자`‥이익창출·고객과 상생
현대증권의 강점인 브로커리지에 더해 4조원대 초대형 IB영역, 자산관리 분야가 강화되면 수익 내기가 쉽지 않은 최근 금융환경에서 고객과 상생하면서도 이익을 창출하고 리딩 금융그룹의 타이틀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현대증권합병을 진행중인 KB금융도 5조원이 아닌 4조원인 기준에 따라 세부 전략을 논의하게 됩니다.

자기자본 4조원대로 가는 첫 단추격인 현대증권과 KB금융간 주식 교환은 초대형IB로 가는 중간 기착지로도 볼 수 있습니다.

KB금융의 고위 관계자는 “5조원이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4조원이 기준인 만큼 기준에 맞추는 안을 고민할 수 밖에 없을 듯 하다”며 “종합금융투자 영업을 하기 위해 순차적으로 증자 또는 향후 전략 방향에 따라 일정 규모의 M&A 정도는 고려해 볼 수 있지 않을 까 한다”며 향후 그룹 차원의 논의와 검토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현대증권 완전자회사 편입을 위한 주식교환이 10월 현대증권 주총, 11월 신주권 교부가 마무리 되면 이후 제반 절차를 거쳐 순익이 100% 연결재무로 잡히게 되면 신한금융과의 경쟁도 점입가경 양상이 됩니다.

한 금융지주 경영진은 “원래부터 KB금융이 1등이었어야 하는 데 10년여간 지배구조 문제로 해매는 사이 지금의 상황이 된 것이고 이제 다시 부여잡고 원점으로 돌아가는 과정”이라며 진단했습니다.

*현대證 완전자회사化 순익 연결재무 반영‥신한과 경쟁 `점입가경`
‘워낙 강점이 두드러지는 신한금융이기 때문에 연내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상대를 치켜 세워보지만 올해는 격차를 좁히고 내년부터 은행과, 증권계열, 보험, 카드, 캐피탈 등 주전 선수들이 모두 출전하면 리딩금융 탈환, 역전 시점도 내년으로 앞당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묻어나오고 있었습니다.

현대증권 지분 22.56%를 1조2천억원대를 주고 가져올 때 일었던 ‘고가 인수’ 논란이 인수합병 과정에서 ‘78수’를 놓자 우려가 잠잠해 지는 상황입니다.

증권, 금융가의 이 같은 호평에 동참이라도 하듯 KB금융과 현대증권은 금융·은행주가 힘을 쓰지 못했던 이날(3일) 비록 개별 종목처럼 급등을 한 것은 아니지만 빨간색 화살표로 마감되며 시장의 기대에 화답했습니다.

*KB금융·현대證 주식교환 결정에 동반 상승 마감



M&A 흑역사로 점철됐던 KB금융이 통큰 배팅을 통해 인수한 현대증권과의 합병 과정에서 결정한 주식 교환이 많은 의미를 던져주고 있는 가운데 잠재 리스크를 줄이고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계기가 될 수 있을 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BoA메릴린치’를 롤 모델 삼아 유니버셜뱅킹으로 거듭나겠다던 목표를 밝혔던 윤종규 회장과 KB금융 조직 탑팀(Top Team)의 앞으로 이어질 ‘신의 한 수’가 무엇이 될 지, KB금융의 향후 행보를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되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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