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이는 파스 한 장 개발 못한다" 식약처장 만난 中企대표들

입력 2016-08-09 19:06  

붙이는 진통제 ‘신신파스’를 만드는 제약업체 신신제약은 지난해 신상품 개발을 포기했다. 의약품 품목허가신고심사 규정 때문이다. 현행 제도대로면 일반의약품을 개발할 때 이미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된 성분을 사용하더라도 임상시험을 다시 실시해야 한다.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드는데다 독점권을 인정받지도 못한다. 김상린 신신제약 최고기술경영대표는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일반의약품 개발에 정부가 제동을 거는 셈”이라고 말했다.
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초청 간담회’에서 중소기업인들은 불합리한 정부 규제의 개선을 촉구했다. 의약품과 식품, 화장품 관련 중소기업단체와 기업 대표 19명은 이날 손문기 식약처장에게 11개 건의사항을 전달했다.
◆10년 내내 잘팔려도 `판매금지`
김 대표는 의약품 재평가 제도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현재 규정에 따라 의약품은 10년마다 새로 평가를 받아야한다. 이때 재평가 근거자료로 ‘3년 이내 발행된 외국 의약품집’만 인정한다는 조항이 명문화돼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의 의약품집에 실리지 않으면 문제 없이 잘 팔리던 제품도 허가가 취소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이유다. 그는 “어렵게 개발해 수년간 팔던 제품도 하루 아침에 판매 금지될 수 있다”며 “국내자료 등으로 근거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설명했다.
비만치료제로 쓰이는 향정신성의약품 ‘펜터민’과‘ 펜디메트라진’의 신규 허가 제한을 풀어달라는 요청도 나왔다. 이들 의약품은 지난 2013년 과다사용과 오남용 방지를 위해 신규허가가 제한된 상태다. 조용준 한국제약협동조합 이사장은 “처방전이라는 안전장치 때문에 오남용의 위험이 없다”며 “규정이 비만치료제 시장 진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건오징어 곰팡이 생겨도 냉동은 못해
실온제품의 냉동 유통 허용과 품질보증책임자의 자격 기준 완화 등 식품업계의 요구도 잇따랐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중소기업 단체와 협회가 자체 운영하고 있는 현행 시험검사기관 규정이 현장에 적합하지 않다고 밝혔다. 비전공자도 수행할 수 있는 품질보증책임자 업무에 지나치게 높은 경력과 학력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일부 단체에서는 시험검사 인가를 반납할 정도로 규정이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조동민 한국프랜차이즈협회장은 보관온도 규정이 오히려 식품품질관리의 장애물이 된다고 토로했다. 건오징어, 황태포, 건멸치 등 건조수산물은 현재 냉동유통이 금지돼있다. 실온 보관 규정 때문에 여름철 곰팡이가 발생해도 업체들은 속수무책이라는 얘기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민상헌 한국외식업중앙회 서울시협의회장은 “법이 시행되면 외식업계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며 “이런 위축된 분위기에서는 K-푸드의 세계화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음식점의 `옥외가격 표시제` 자율전환과 중국 신규 화장품 위생허가 교육 강화, 의료기기 전문인력 강화 방안 등이 제시됐다.
◆평가·자격 요건 `완화`…안전은 `신중`
손 처장은 일부 요청에 대해선 관련 규정을 적극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일반의약품 재평가에 국내 자료가 반영 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겠다”며 “비만치료제도 내년까지 관련제도를 정비해 신규 허가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식품 시험검사 시 품질보증책임자의 자격 요건도 완화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식품 보관온도 규정과 옥외가격 표시제 자율전환 등의 의견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보관온도는 안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관련 규정을 살펴 보겠다"며 "옥외가격표시제는 시행한 지 얼마 안돼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사진 오른쪽)이 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초정 간담회`에서 손문기 식약처장(왼쪽)에게 "우리사회 곳곳의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며 중소기업계의 건의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중기중앙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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