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라인 11]
김동환의 시선
출연 : 김동환 앵커 (대안금융경제연구소장)
시장을 향한 신선한 시각……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4전5기입니다.
금융당국이 다시 우리은행 매각에 나섰습니다. 예금 보험공사가 우리금융지주 주식을 사들였던 게 2001년이니까 공적 자금이 들어간 지도 15년이 넘었습니다. 그 동안 네 번에 걸쳐 이 지분을 팔아서 공적 자금을 회수하려고 했지만 매번 실패를 했기에 이번 매각을 4전5기라고 하는 겁니다.
국민의 혈세가 12조원 이상 들어갔으니 이걸 다 회수 못 하면 헐값 매각 논란이 일거고 그러면 공적 자금을 투입한 사람이나 회수한 사람이나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겠지요. 어쩌면 청문회 출석해서 여론 재판을 받을 수도 있으니 가급적이면 내 임기 중에는 그냥 넘기자는 생각도 했을 법합니다.
전례도 있지요. 외환은행 지분 매각하는 과정에서 외국계 펀드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으로 결국 법정에 섰던 전 재정경제부 변양호 금융정책국장, 결국 법정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명예를 회복했지만 이미 그는 옷을 벗게 되었고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은행을 헐값에 외국에 넘긴 몰염치한 사람 취급을 받았습니다. 본인에게는 엄청난 고통이었을 겁니다. 그 후로 우리 공직 사회엔 민감한 사안은 총대 멜 생각하지 말고 가급적 피하라는 이른바 변양호 신드롬이 퍼졌고 일각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우리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요인이 됐다고 평가합니다.
본론
이번에 팔기로 한 우리은행 주식은 예보가 갖고 있는 51%지분 중 30%입니다. 이 지분만큼의공적 자금을 온전히 회수하려면 4조 5천억원, 주당 만
3천원은 받아야 합니다. 지금 우리은행의 시장가는 만원 정도니까 결국 30%의 프리미엄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당국이 밝힌 매각 방법은 30%의 지분을 최소 4% 최대 8%로 나눠서 팔겠다는 겁니다. 이렇게 소수 지분을 투자해도 행장 선임권을 갖는 사회이사 추천권을 줘서 신한 은행 같은 과점 주주 형태의 지배구조를 갖게 하도록 하자는 겁니다.
잘 되면 주주들간의 세력균형을 통해 공동경영이 가능하겠지만 달리 보면 여전히 주인이 없는 은행이 될 수도 있겠지요.
이런 소수 지분을 30%나 프리미엄을 주고 살 사람이 나올 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므로 이번에 기필코 공적 자금을 회수하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숫자로 나타나는 본전 생각을 일단 버려야 할 겁니다.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이유는 투자를 잘 해서 수익을 내겠다고 하는 게 아닙니다. 그냥 두면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더 큰 위기를 불러 올 수도 있다고 판단해서 국유화를 통해 고용을 유지하며 정상화의 시간을 벌어보자는 취지가 더 큽니다. 물론 적시에 매각을 해서 국민의 혈세를 온전히 회수해야 할 책무도 함께 있습니다만 매번 위기도 막고 투자금도 온전히 회수할 수 있다면 무슨 고민을 하겠습니까?
결론
대우조선해양을 보시죠. 막대한 공적 자금을 부어 용케 불과 몇 년 되지 않아 조선업 사상 최대의 호황을 맞았습니다. 많은 민간 기업들이 러브 콜을 보냈고 당연히 팔아서 공적 자금을 회수했어야 할 때를 놓치고 나서 지금 어떻게 됐습니까? 모든 경영자들이 사법 당국으로부터 소환을 받고 있고 경영 감독을 했어야 할 산업은행의 수장들도 줄줄이 소환될 예정입니다. 또 그로 인해 국회에서는 관련 청문회의 증인 출석 문제를 놓고 추경이 발목을 잡히고 있습니다. 그뿐입니까? 또 다른 국민의 혈세를 다시 넣어야 할 상황이지 않습니까
초등학교 선생님 하는 친구가 그러더군요. 아이들에게 한꺼번에 너무 많은 숙제를 주면 아예 하나도 안 해버리는 경우가 있답니다. 이제 우리은행 지분매각을 추진해야 할 공직자들에게 간결한 주문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선의 조건이 아니라면 차선의 조건이라도 이번엔 공적 자금을 꼭 회수 하라고 말입니다.
잘해도 그만이고 보통이면 욕먹는 일을 내가 왜 하냐는 공직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 부담은 다 우리 국민들 몫입니다. 열심히 일했고 부정한 짓 안 했다면 그 결과에 대해서는 직무성과에 대해서만 판단하는 풍토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거기에 도덕성과 사법적인 잣대를 들이대면 제2, 제3의 변양호 국장이 나올 겁니다.
4전5기라니 비장함이 느껴집니다. 최선을 다해서 일해 주십시오라고 말하고 믿음을 주셔야겠습니다.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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