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환 하나금융투자 청담금융센터 이사
주가는 많이 오른 것 같은데, 내 계좌는 퍼렇게 멍들어 있다면 오늘 제가 드리는 말씀을 잘 들어주십시오.
사실, 시장 전체가 하락을 할 때에는 그다시 속상하지 않습니다.
함께 손실을 보기 때문이죠.
하지만 시장이 연중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는 뉴스가 가끔 나오는데, 내 계좌가 멍들어 있다면 그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집니다.
최근에 제가 업종에 대한 말씀을 자주 드렸었는데요, 그만큼 종목이나 업종 선택이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 7월 19일 방송에서 저는 삼성 전자가 강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분명하게 설명드렸었습니다.
그날 실적 고백이 끝난 조선주도 눈여겨 보라는 말씀을 드렸었구요.
이후에 기계 설비 관련주와 인프라 관련주, 건설주나 은행주 등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거론해 드렸었습니다.
물론, 대형주가 간다고 중소형주가 무조건 약세를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형주만 가고 중소형주는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찾아보죠.
일단 투자자들이 지금 코스닥이 약하다고 하시는데요, 사실은 그게 아닙니다.
지난 8월 16일 코스닥은 심리적 지지선이라고 여겨지던 700포인트가 무너졌고, 그 이후로도 대략 -5~-6% 정도는 더 빠진 것 같습니다.
같은 기간 동안 코스피는 거의 보합이었으니 언뜻 보기에 코스닥이 약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잘 살펴보십시오.
코스피도 삼성전자나 그 외 초대형주 몇 개의 무대였습니다.
코스피에서도 중소형주는 대략 같은 기간 동안에 -4% 전후의 낙폭을 보였으니까 결국 엄밀하게 말하자면, 코스닥이 약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중소형주가 약했던 것이죠.
코스닥 종목만 가지고 계신 분이라면 아마도 시장이 계속 하락만 할 수는 없으니 기다리면 언젠가는 오르겠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락의 이유를 분명하게 안다면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꾸는 것이 현명한 판단일 수도 있습니다.
대형주만 가는 시장의 이유를 다시 설명드리기 위해서, 지난 7월 19일에 드렸던 말씀을 다시 살짝 거론하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유럽의 마이너스 금리>라고 했었지요?
<제임스 토빈> 이라는 천재 이후 금융 시장에서는 같은 위험 수준에서도 기대수익을 최대한 끌어 올리기 위해서 채권을 의무적으로 편입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보험사나 연기금 등은 당연히 채권을 편입해야만 하는데요, 유럽은 채권 발행 보다는 주로 은행에서의 대출에 의존적이기 때문에 채권의 유통 물량이 작을 수밖에 없었구요, 미국의 양적 완화를 흉내내자마자 즉각 채권 시장은 대부분 마이너스 금리로 전환이 되었었습니다.
마이너스 금리의 채권을 편입할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이머징 채권과 미국의 채권으로 유럽의 돈들이 몰리기 시작했구요, 이 과정에서 그 나라의 돈으로 환전을 해야 하는데, 당연히 이머징의 돈 가치가 강해지지요?
이머징 돈 가치가 강해진다는 것을 아는 헤지펀드들은 이머징의 돈을 사고 싶지만 살 수 없으니 그 나라의 주식 중에서 유동성이 큰 초대형주를 화폐의 대용물로 매수한다고 말씀을 드렸었습니다.
딱, 여기까지 설명드린 것만 가지고도 이머징의 화폐가 왜 강해졌는지는 물론이고 미국의 장기금리 약세, 그리고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 등 최근 금융 시장에서 풀기 어려운 숙제들이 한 방으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그럼 우리네 증시로 돌아와보죠.
투자자들은 금리 인상이 악재라는 고전적 사고방식에 빠져 있습니다.
얼마 전 방송에서 당분간 연준 의원들의 메시지가 매파적인 스텐스로 바뀌게 될 것이라는 말씀을 드렸었는데요, 그 이후 잭슨홀 미팅이나 혹은 FOMC회의록에서 연준 의원들은 대부분 금리 인상에 대해 강하게 강조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특히나 <스텐리 피셔>는 최근 "올해 안에 두 번의 금리 인상도 가능하다."는 발언에 이어, 오늘 새벽에는 "고용 시장이 완전 고용에 가깝다."는 말까지 하면서 금리 인상의 재개가 임박했음을 다시 강조하는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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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개인투자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과거에도 늘, 금리 인상을 하게 되면 악재라고 생각을 해왔었기 때문에 매도하고 싶을 것입니다
게다가 지난 2011년 이후 장기간 이어져 왔던 박스권에 대한 부담감도 있을테지요.
그럼 여기에서 미스매치가 생기죠?
개인투자자들이 매도하고 싶은 종목이 무엇일까요? 가지고 있지도 않은 대형주는 분명 아닐 겁니다.
개인투자자들이 주로 보유하고 있는 중소형 종목에 개인 매물이 집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앞서 거론해드렸듯이 외인들은 우리네 증시에서 종목을 사고 싶어 하는데요, 딱 이런 때 개인 투자자들의 매물을 좀 받아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아쉽게도 외인들은 유동성이 작은 종목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니 그들이 매수하는 대형주는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매물이 집중되는 중소형주는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었지요.
이것이 차별화 장세의 이유입니다.
에프앤가이드에 나와 있는 자료를 참조해보면,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1156개 종목 중에서 올해 초부터 지난 26일까지 주가가 하락한 종목은 전체의 65%에 달합니다.
시장은 분명 상승하는 것 같았지만, 개인들 선호 종목들 중 2/3가 올 해 들어서 하락을 한 것이죠.
그 중에서 250여 개 종목은 올해에만 10% 넘는 폭락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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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원인을 분명히 아셨습니다.
시장에 부는 바람의 방향만 알아도,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겁니다.
이런 바람은 정작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시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금리 올린다는데 매수하고픈 개인은 없을테니까요...
많이 하락했으니 중소형주의 반격도 있을 겁니다.
그 때, "이제 기다리던 보람이 있네...이제 시작이구나..."하고 안일하게 생각하시지 마시고 미국의 금리 인상 전까지는 가급적 대형주에서 터를 잡겠다는 생각을 고정해 주셔야 하겠습니다.
양경식 ksya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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