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은행권에는 호봉제가 남아있습니다. 호봉제라는 것이 연차에 따라서 연봉도 꾸준히 오르는 것입니다.
지난해 국내 13개 은행의 계약직을 포함한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7,746만원이었습니다. 은행의 판매관리비용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5%에 이를 정도입니다. 개인성과에 관계없이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오르는 호봉제로 은행권에 고임금, 저효율 구조가 굳어지고 있습니다.
반면, 최근에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에 은행 수익성을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습니다. 수익은 떨어지는데 인건비는 꾸준히 올라갈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금융산업의 경쟁력 차원에서 성과주의 도입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Q) 말씀하신대로면 성과주의 도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노조 측에서 반발하는 이유는 뭔가요?
-은행연합회에서 민간은행 성과연봉제 도입 가이드라인을 지난 7월 발표했습니다.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같은 직급을 연봉 차이를 최대 40%까지 확대하고요. 연봉인상률도 차등적으로 적용하고, 성과급 비중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노조는 이 가이드라인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창구직원을 포함한 일반직원까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문제, 연봉을 최대 40%까지 차등하는 것이 금융 공공기관보다도 과도하다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 영업 위주의 업무행태 속에서 성과주의를 도입할 경우 성과를 높이기 위한 무리한 영업이 이뤄지고 이에 따라 은행 전체의 리스크가 확대되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Q) 양측의 주장이 팽팽한 상황인데, 그렇다면 실제 성과주의 도입으로 은행들의 경쟁력이 높아질까요??
-성과를 과연 어떻게 측정할 것이냐가 문제의 본질입니다. 전문가들도 지금 은행 산업구조와 인사제도 하에서 성과주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우리나라 은행의 사업구조를 보면 여전히 대출을 통한 이자이익에만 치중하고 있습니다. 주요국 은행들의 비이자이익 비중을 비교해보면 미국(37%), 일본(34.8%), 독일(25.6%) 은행들보다 우리나라 은행들의 비이자이익 비중이 현저히 낮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올 상반기 16%)
우리나라 은행들이 아직은 대출이나 예적금 등 소매금융 위주의 이자 영업이 중심이라는 얘기입니다. 지금 상황에서 성과주의가 도입된다면 여신심사 부실, 무리한 상품 가입으로 인한 불완전 판매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습니다.
실제 영국 대형 소매은행들이 2000년을 기점으로 성과주의를 도입했는데, 성과주의를 상품판매 실적과 연계하다보니 불완전판매와 고객 민원 급증, 고객 신뢰 상실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 사례도 있습니다.
또 현재 국내은행 인사구조가 똑같이 공채로 입행을 해서 일반 지점 창구를 거치는 획일적인 구조로 돼 있습니다. 결국 성과주의에 맞는 인사제도와 평가제도를 갖추는 것이 성과주의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 중요합니다.
실제 성과주의가 정착이 된다면 은행 업무가 기업금융이나 외환, 자산관리와 같은 부가가치가 높은 직무 위주로 바뀔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지금은 한 은행에 입행을 하면 평생 직장으로 다녔다면 앞으로는 증권사 직원들처럼 이직도 잦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Q) 앞으로 성과주의 도입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시나요?
-지금 은행권 CEO들이 사용자협의회를 일방적으로 탈퇴하면서 대화 창구 자체가 없어졌습니다. 현재 금융노조에서는 9월 23일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은행들도 노사 합의로 나름의 방법을 찾아왔습니다. 지난해 임금피크제 도입이 하나의 화두였고요. 작년 말에는 거의 모든 은행이 희망퇴직을 통해 인력을 감축했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690명의 은행원이 옷을 벗은 것으로 나타났고요. (KB국민은행 407명, 우리은행 167명, 부산은행 152명, 신한은행 123명, 기업은행 100명, KEB하나은행 89명)
올 연말이면 인터넷전문은행도 출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국 새로운 경쟁 상황이 시작되면 성과주의 도입이 안된다고 하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인력이나 조직 구조를 효율화하는 작업은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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