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침대축구 당한 슈틸리케호, 경기운영능력 숙제

입력 2016-09-07 12:31  

▲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A조 시리아전에서 무승부를 기록한 한국대표팀(사진 = 대한축구협회)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오르지만 상대 팀의 야비한 축구 스타일만 탓해서는 곤란하다. 슈틸리케호의 목표는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이기 때문이다. 정말로 좋은 팀이라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이겨야 하며 이기기 위해서는 더 나은 경기운영능력을 갖춰야 한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6일 오후 9시 말레이시아 세렘방에 있는 투안쿠 압둘 라흐만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A조 2차전 시리아와의 원정경기에서 득점 없이 비겨 선두 등극에 실패하고 말았다.

지난 1일 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최종예선 중국과의 첫 경기에서 슈틸리케호는 3-0으로 여유 있게 앞서나가다가 2골이나 내주며 경기 마무리 시점에서 불안에 떨어야 했다. 그리고 이번에 말레이시아에서 중립 경기 성격으로 열린 시리아와의 원정 2차전에서는 침대축구에 뒤통수를 얻어맞았다. 패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정도로 답답한 경기를 펼쳤기 때문이다.

앞으로 남아있는 8경기 일정을 감안해서도 슈틸리케호가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오르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경기 운영 능력을 재점검하고 고쳐야할 것이다.

중국을 상대로 먼저 3골이나 터뜨려 공한증이 이어진다고 좋아했던 순간이 있었다. 축구장의 진짜 실력인 경기운영능력은 그때부터 진정한 평가 테이블에 오른다. 상대가 조급해지는 그 순간에 실수 없이 어떤 흐름을 형성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쐐기골을 터뜨려 상대를 아예 주저앉게 만드는 것이 금상첨화라면 차선책, 플랜 B가 치밀하게 구성돼 있어야 한다.

1골 정도 내줄 수는 있다. 3-1이라는 점수판도 완승으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2분 남짓 되는 사이에 한 골을 더 내준 것은 분명히 반성해야 한다. 위험 지역에서 반칙을 저지른 것부터도 문제였고 수비라인 조절이 완벽하지 못했던 것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상황 판단에 따른 적절한 대응이 축구팀이 드러내는 경기운영 능력인 셈이다. 그런 면에서 시리아와의 2차전에서는 그 부실함이 더 드러났다고 봐야 한다. 상대적으로 약체라 불리는 시리아가 아무리 홈 경기 성격으로 나왔다고 하지만 아시아 축구에서 대부분 톱시드로 분류되는 한국을 상대로 승점 3점을 노리는 공격적 경기운영을 하지 않을 것은 뻔한 예상이었다.

여기에 침대축구를 펼칠 기회는 얼마든지 잡아낼 수 있었다. 시리아의 골키퍼 이브라힘 알마가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일찍부터 근육 경련을 호소하며 드러누운 것이다. 이 흐름도 충분히 예상했어야 했다. 그들이 첫 경기에서 우즈베키스탄에게 0-1로 패했기 때문에 승점을 따내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올 것이라 예상했다면 오산이다.

상대가 아무리 노골적으로 침대를 펼쳐도 선수 개인 내적인 측면에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어야 그동안 연마한 기술과 팀플레이가 정확하게 빛날 수 있는 것이다.

구자철의 오른발 밀어넣기 슛 시도(7분)와 이청용의 오른발 강슛(54분)을 통해 선취골을 얻어낼 수 있는 기회도 있었지만 상대 골키퍼 이브라힘 알마가 기막히게 각도를 줄이고 그 공을 모두 쳐냈다.

그러면 이것 말고도 또 다른 기회에서 결정력을 자신있게 보여줬어야 했다. 전반전 기성용과 한국영의 대각선 슛이 골문 안으로 날아들지 못한 것부터 반성해야 하며 후반전에 보다 빠른 역습 전술을 펼치지 못한 것을 또 반성해야 할 일이다.

황희찬과 권창훈이 후반전 중반에 차례로 들어갔지만 그들은 반전 흐름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황희찬 특유의 빠른 공간 침투가 거의 나오지 않았고 권창훈은 자신만의 섬세한 왼발 패스, 킥 실력을 뽐내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에 시리아도 역습 기회를 통해 한국을 주저앉히고 싶어했다. 미드필더 알 마와스의 오른발 중거리슛(18분)이 매우 위력적이었고 체격 조건 좋은 골잡이 모흐타디의 헤더 슛(78분)도 아찔했다. 두 장면 모두 한국 골키퍼 김승규가 왼쪽으로 날아올라 막아냈지만 하마터면 승점 1점도 얻어내지 못할 뻔한 것이었다.

이제 우리 선수들은 다음 달 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카타르와의 홈 경기를 위해 다시 모이게 된다.

시리아와의 경기 전반전 끝무렵 상대의 역습을 차단하기 위해 오재석이 고의적인 반칙을 저질렀을 때 곧바로 퇴장당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분위기였다. 옐로카드 1장으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을 모면했지만 오재석의 어설픈 수비 대응 자세는 슈틸리케호의 경기 운영 능력이 그 맨바닥을 드러낸 지표라 할 수 있다.

남아있는 8경기 일정 속에서 일을 그르치지 않기 위해서는 상대가 아무리 야비한 태도를 드러내더라도 냉정하게 준비한 공격을 펼치며 결정적인 득점을 올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축구 팀의 경기력 또는 경기운영능력은 바로 그 지점에서 판명난다. 카타르와의 3차전부터라도 변명의 여지 없도록 치밀하게 팀을 꾸려야 하는 숙제가 슈틸리케 감독 앞에 던져졌다.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2차전 결과(6일 오후 9시, 말레이시아 세렘방)

★ 시리아 0-0 한국

◎ 한국 선수들
FW : 지동원
AMF : 이청용, 구자철(75분↔권창훈), 이재성(67분↔황희찬)
DMF : 한국영, 기성용
DF : 오재석, 김영권, 장현수, 이용
GK : 김승규
- 경고 : 김영권(4분), 오재석(45+1분), 한국영(71분)

◇ A조 현재 순위표
이란 4점 1승 1무 2득점 0실점 +2
한국 4점 1승 1무 3득점 2실점 +1
우즈베키스탄 3점 1승 1득점 0실점 +1
중국 1점 1무 1패 2득점 3실점 -1
시리아 1점 1무 1패 0득점 1실점 -1
카타르 0점 1패 0득점 2실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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