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김재윤은 9회 송광민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했다.(사진=kt 위즈) |
과정이나 결과를 놓고 본다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벤치의 선택으로 패했다.
8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의 경기에서 kt는 아웃카운트 3개를 잡지 못해 3-4로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나타난 결정적인 패인은 벤치의 마운드 운용에 있었다.
장시환은 왜 일찌감치 내려 보냈나?
선발 로위가 6회까지 거의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선보였다. 아마도 KBO리그 입단 이후 최고의 피칭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두 번째 투수로 장시환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장시환은 7회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처리하는 위력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그리고 8회 이용규에게 볼넷을 허용하기는 했으나 한화의 3-4번 타자를 범타로 처리하며 역시나 박빙의 리드를 완벽하게 지켜냈다.
그런데 장시환은 9회 마운드에 올라오지 않았다. 사실 장시환은 kt의 마무리 투수라고 보기 어렵다. 작년에도 그랬고, 전형적인 마무리보다 80-90년대 볼 수 있었던 일명 ‘중무리’에 가까운 유형으로 기용됐다. 1-2이닝은 물론 2-3이닝을 던지는 것도 흔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이날도 장시환으로 더 갔어야 했다. 장시환은 지난 2일 등판 이후 5일을 쉬었다. 시즌 중에 선발로도 뛰었던 만큼 9회를 책임졌다고 해서 무리가 될 이유도 없었다.
참고로 올 시즌 장시환이 구원 등판해 2이닝 초과해 던진 경기는 5경기가 있었고, 이 가운데 3이닝 이상을 던진 경기도 있었다. 다시 말해서 kt 벤치는 하던 대로 했으면 역전패의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가장 위력적인 볼을 던지고 있는 투수를 내리고 확신이 없는 투수들을 계속 등판 시켜야 할 이유는 없었다. 물론 kt에게 1승을 급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음에도 패배를 자처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마무리를 놔두고…이것도 저것도 아닌 마운드 운영
장시환에게 더 이상 무리를 시키지 않으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9회 마운드 운영에 있어서 보다 명확한 판단을 했어야 했다.
9회 이창재와 고영표를 마운드에 차례로 올렸으나 무사만루의 기회를 만들어줬다. 그러자 홍성용을 올렸으나 안타를 허용하며 1점을 내줬다. 그리고 배우열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배우열은 첫 타자 차일목을 삼진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오선진과 대결이 아쉬웠다. 2-2에서 승부구로 포크볼을 선택했으나 볼이 됐고, 3-2에서 던진 승부구도 볼이 됐던 것. 이로써 밀어내기 볼넷으로 점수를 주게 됐다.
그리고 계속된 이용규와 승부에서 동점타를 허용했다. 그러나 kt 벤치는 송광민 타석에서 마무리 김재윤을 올렸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았을 수도 있으나 마무리를 놔두고 동점이 될 때까지 기다릴 이유는 없었다. 준비가 덜된 것이라면 준비를 하지 못한 벤치의 책임은 더 크다. 어쨌든 여유 있게 앞선 경기가 아님에도 마무리 대신에서 신뢰가 떨어지는 투수를 사용할 이유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또한 어차피 동점이 됐다면 배우열로 끝까지 밀고 나가든가 동점이 되기 전에 김재윤을 마운드에 올렸어야 했다. 쓸 수 있는 카드는 모두 쓰고 경기에서도 패하는 것만큼 좋지 않은 것은 없다. 그럼에도 조범현 감독은 최악의 상황을 선택했다.
이날 경기는 kt 불펜의 허약함이 아니었다. 벤치가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했고 납득할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 가장 큰 패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