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신용카드 줄이는데…'한국은 현금보다 많이 써'

이근형 기자

입력 2016-09-21 12:00  




한은 `직불카드가 경제에 가장 효율적`
주요국 신용카드 사용제한 추세




우리나라가 세계 주요국들과 달리 신용카드 이용비중이 과도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21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주요국 지급수단 사회적비용 추정 현황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신용카드 사용비중은 39.7%로 현금(36%)이나 직불카드(14.1%)보다도 월등히 많은 반면, 유럽과 호주의 주요 선진국들은 현금이나 직불카드 이용비중이 거의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용카드, 가장 비효율적 결제수단`


이렇게 선진국들의 신용카드 이용비중이 낮은 까닭은 전체 지급결제 수단 중 신용카드가 가장 사회적비용을 많이 소모한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실제 주요국의 거래건당 사회적 비용을 보면 신용카드는 0.98~2.85유로 수준으로 현금(0.26~0.99유로)이나 직불카드(0.32~0.74유로) 보다도 사회적 비용이 가장 컸습니다. 이는 신용카드의 경우 카드발급뿐아니라 신용리스크를 관리하는 데에도 비용이 들기 때문이라는 게 한국은행의 분석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선진국들은 갈수록 현금의 비중을 줄이고 직불카드의 비중을 늘려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카드 발급에 비용을 들여야 했던 직불카드의 경우 최근 기술혁신으로 전자방식이 도입되면서 소액거래에서 오히려 현금보다도 효율적인 결제수단이 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상황을 감안해 최근 주요국에서는 신용카드 이용을 억제하고 직불카드 이용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경우 소매점의 직불카드 수수료부담을 완화하고, 헝가리는 직불카드용 단말기 설치 자금지원과 더불어 지급수단 전자화 인프라를 개발중입니다.


아울러 호주는 가맹점이 신용카드 이용자에게 추가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가격차별정책을 시행하고, 덴마크는 여기에 일부 소매점에서 현금결제를 거부할 수 있는 법안까지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스웨덴의 경우 대중교통에서 현금이용을 원천 금지했습니다.






신용카드 공화국 한국…이대로 괜찮을까



한국은 국제결제은행(BIS) 지급결제제도위원회 주요 15개국 가운데 한 해 한사람이 신용카드로 결제한 횟수가 가장 많은 국가로 꼽히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 2011년 기준 한국의 신용카드 결제 횟수는 1인당 평균 129.7건으로 2위인 캐나다(89.6건)보다 40건 가까이 더 많았습니다.


한국은행은 주요국의 이같은 흐름에도 국내에서는 결제수단별 사회적비용에 대한 조사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지만, 주요국의 사례를 보면 신용카드 이용비중이 높은 한국의 사회적 비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습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사회적 비용이 과도한 결제수단의 사용비중을 줄이면, 그만큼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어 우리 경제에 보탬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사회적비용이 높은 신용카드를 주로 쓰는 이유는 사회적 비용과 무관하게 사적인 비용과 편익을 따져 결제수단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한국은행의 설명입니다. 한국은행은 소비자들이 효율적인 지급수단을 선택하도록 효율적인 지급수단의 조합을 찾아내는 한편, 편리하고 저렴한 지급수단의 이용촉진 정책을 다양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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