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대주주인 대한항공이 어제 밤 긴급 이사회를 열고 물류대란 해소를 위해 600억원을 지원하기로 최종 결정했지만 `만시지탄`의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정부의 안일한 대응 외에 대한항공의 적기 지원을 어렵게 한, 애매모호한 현행 배임죄 규정이 이번 물류대란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입니다.
정경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이후, 대주주인 대한항공이 긴급 자금 지원을 최종 결정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20여일.
배임 문제를 의식한 대한항공 이사회가 확실한 담보 없이는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한 결과, 최종 승인까지 난항이 계속되면서 시간이 지체됐습니다.
그 사이, 국내외 주요 항망에선 한진해운의 컨테이너선에 대한 압류 또는 입출항 거부 조치가 속출하면서 배에 물건을 실은 화주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법원이 예상했던 물류대란 해소 비용 역시 긴급 자금 지원이 지체되면서 당초 1,700억원에서 2,700억원으로 늘어났습니다.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애매모호하고 불명확한 현행 배임죄 규정만 아니었더라도 자금 지원 결정이 이렇게까지 늦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현행 배임죄 규정은 `회사에 손해를 가한 때 처벌` 하도록 돼 있는데, 고의성 여부는 물론, 정상적인 경영활동 여부 등에 대한 판단 자체를 전적으로 법원 해석에 맡기고 있습니다.
규정 자체가 모호하고 포괄적일 뿐 아니라, 법원의 판단 마저도 제각각이어서 법 위반 여부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대한항공 이사회의 결정도 배임죄를 의식해 오랜 고심 끝에 내려졌지만, 여전히 배임죄 문제를 비켜갈 수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인터뷰]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박사)
"담보 자체가 굉장히 불확실하다. 약간 리스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의 자금지원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법원이 어떻게 해석할지 아무도 모른다. 지금까지의 관례를 보더라도 법원이 엄격하게 고의성 여부 등을 해석하는게 아니라 왠만하면 다 배임죄로 묻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것 또한 배임이 안 된다는 보장은 없다."
물류 대란에 따른 납기 지연 등으로 화주들의 손해배상청구 등이 이어질 경우 매출채권회수가 어려워지는 만큼, 담보 가치에 대한 적절성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앞서 대한항공은 어제(21일) 저녁 긴급이사회를 열고 한진해운의 화물운송료 등의 매출채권 등을 담보로 총 6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이 결정 과정에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동일 매출채권을 담보로 5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대한항공의 배임 논란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인데, 배임죄 논란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정경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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