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파운드화 폭락··‘브렉시트 저주(Brexit’s Curse)’ 본격 시작되나

입력 2016-10-10 09:27   수정 2016-10-10 09:27



마침내 브렉시트(Brexit=Britain+Exit) 첫 단추가 나왔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내년 3월말 이전까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탈퇴협상 요구를 할 것이라는 의사를 표명했다. 회원국 탈퇴규정인 리스본 협약 50조에 따르면 탈퇴를 희망하는 회원국의 요청이 먼저 있어야 발동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영국의 요구로 탈퇴협상이 시작된다 하더라도 영국이 실제로 EU를 떠나는데 최소한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EU는 회원국이 가입 때처럼 탈퇴규정을 엄격하게 정해 놓지 않을 뿐만 아니라 탈퇴한 회원국이 없어 탈퇴 협상을 신속하게 진행하는데 참고가 될 만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검토해야 할 사안도 80,000페이지에 달한다.

중요한 것은 영국이 어떤 형태로 탈퇴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브렉시트는 탈퇴 이후 영국과 EU와의 관계설정에 따라 크게 두 가지 방안이 있다. 하나는 영원히 결별하는 ‘하드 시나리오’와, 다른 하나는 탈퇴하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EU와 관계를 계속해 나가는 ‘소프트 시나리오’다.
전자는 영국과 EU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영국은 성장률, 1인당 국민소득, 세수 등이 크게 감소되는 것으로 나온다. ‘하나의 유럽’이라는 원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100년 이상 노력해온 EU도 일부 회원국의 탈퇴동조 움직임, 분리 독립 운동 등을 감안하면 최대 시련을 맞을 수 있다.

브렉시트가 국민투표에서 결정됐긴 했지만 탈퇴협상은 경제 외교다. 영국은 탈퇴요구 이후 진행될 협상과정에서 자국의 이익을 최대한 반영될 수 있는 길을 선택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EU도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계기로 내부적인 문제점이 극명하게 드러난 만큼 ‘제3의 방안’에 대한 논의도 급진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3의 방안으로 채택 가능성이 높은 것은 ’B-EU(Britain+EU)`다. ‘B-EU’는 외형상으로 영국(영국 탈퇴시 남아있는 회원국)을 EU에 잔존시키면서 난민, 테러 등에 대해서는 자체적인 해결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때 회원국은 EU의 구속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자국 현안을 풀어갈 수 있어 ’탈퇴‘보다 현실적이다. 소프트 시나리오다.

‘하드’냐 ‘소프트’ 시나리오가 될 것인가에 앞서 브렉시트 파장을 점검할 때 잘못된 선입견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EU가 과연 최선책이냐 하는 점이다. 최선택이 아니라면 브렉시트 파장이 과대 해석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U는 경기침체, 난민, 테러 등에 무기력증, 즉 ‘좀비 EU’ 문제로 영국뿐만 아니라 다른 회원국 국민들의 탈퇴 요구에 끊임없이 시달리는 직접적인 원인이다. 오히려 회원국이 EU의 공동규제 구속과 분담금 부담으로부터 벗어날 경우 경제가 더 나아질 소지도 많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은 불가피하다. 브렉시트 협상이 실제로 시작된다는 우려에 따른 ‘심리적 요인’와 ‘네트워킹 효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위험자산은 ‘프래쉬 크래쉬(flash crash?순간 폭락)’, 안전자산은 체리 피킹(cherry picking?균형가격 수렴) 차원의 반등이 예상된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단기 충격이 얼마나 지속되고 그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 것인가 하는 ‘제2의 리먼브러더스 사태’ 발생 여부다. ‘잔류’를 희망했던 영국 국민의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로 뱅크 런이 발생할 경우 증거금 부족현상인 ‘마진 콜’이 일어날 수 있다. 이때 영국 이외 국가에 투자했던 자산이 회수되는 디레버리지 과정에서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커다란 혼란이 예상된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직후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이 유동성 확보에 최우선순위를 뒀던 것도 이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도 완화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의 출구전략 추진도 속도조절이 불가피해 보인다. 마진 콜에 따른 디레버리지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악화될 가능성은 적다.

국별로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국가는 일본이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직후 안전자산의 선호경향이 높아지는 과정에서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엔이 붕괴되기도 했다. 엔화 강세가 재현되면 ‘엔고 저주(베리 아이켄그린 미국 버클리대 교수 주장?경기침체→엔화 강세→수출부진→경기 재침체)’라는 일본 경제 고질병이 다시 돋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 증시는 영국 금융사의 유동성 부족으로 마진 콜에 따른 디레버리지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외국자금의 대규모 이탈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직후 일부 증권사가 국내에 들어온 영국계 자금이 이탈되는 과정에서 코스피 지수가 1,800선이 붕괴되고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이상 급등할 것이라는 시각은 극단적인 비관론이다. 전형적인 ‘미네르바 징후군’이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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