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두의 피칭후 전광판에 새겨진 문구(사진=현장촬영) |
선수의 은퇴와 관련된 한국 프로야구 문화도 점점 바뀌고 있다.
지난 8일 2016프로야구 정규시즌의 최종전이 열렸다. 그 가운데 인천SK 행복드림 구장에서 펼쳐진 SK-삼성의 경기는 특별한 경기였다. SK 왕조시절의 핵심 불펜 투수였던 전병두의 은퇴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SK가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음에도 많은 팬들은 전병두의 은퇴식을 보기 위해서 경기장을 찾았다.
전병두는 이날 선발투수로 경기에 나섰다. 그리고 1회초 삼성의 1번 타자 김상수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현역 선수로 마지막 피칭에서 아웃 카운트를 잡아냈다. 비록 화려한 은퇴식은 아니었지만 그라운드를 떠나는 전병두에게는 매우 특별하고 뜻 깊은 하루였을 것이다. 또한 전병두의 은퇴식을 통해 구단들의 문화와 인식이 많이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와 문화가 다르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많은 선수들의 화려한 은퇴식을 볼 수 있다. 한 팀의 레전드로 활약했던 선수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KBO리그에서는 불과 90년대만 하더라도 성대한 은퇴식은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심지어 한 팀에서 오랜 기간 훌륭한 활약을 했음에도 떠날 때는 초라하고, 쓸쓸하게 떠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90년대 가장 성대한 은퇴식을 치렀던 이는 OB 베어스의 박철순이었다. 이후 많은 레전드들이 은퇴식은커녕 초라하게 떠나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러던 2000년대 한 팀으로 인해서 많은 구단들의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한화 이글스가 있었다. 90년대 이글스의 다이나마이트 타선의 중심이자 한 때 한국 프로야구의 홈런에 관해서 전설로 남아 있던 장종훈을 시작으로 정민철-송진우 등 전설적인 선수들을 초라하게 보내지 않았다. 다른 구단들이 꺼리는 일을 한화가 시작하면서 떠나는 선수와 레전드를 떠나보내는 팬들에게 강한 인상과 추억을 만들어줬다. 한화의 좋은 사례를 시작으로 많은 구단들이 레전드들이 떠날 때 많은 공을 들려 그들의 마지막을 예우했다.
구단과 심각한 마찰을 일으키지 않는 이상, 레전드 플레이어의 은퇴식은 나날이 화려해졌고 많은 추억을 남기게 됐다. 따라서 이제는 레전드의 은퇴식이 성대하게 치러지는 것은 더 이상 놀라운(?)일이 아니며 또 하나의 이벤트가 됐다.
그런데 전병두의 은퇴식은 구단들의 인식이 또 한 번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사실 그 동안 은퇴식을 가졌던 이들에 비해 전병두의 커리어는 그리 화려하지 않았다. 또한 은퇴식 자체가 성대하게 거행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 팀의 레전드도 아니었던 선수가 은퇴식을 치렀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었다.
과거 같으면 꿈도 꾸지 못할(?) 모습이었지만 한 때나마 팀에 공헌했던 선수를 보내는데 있어서 최소한의 예우를 했다는 것 자체가 매우 큰 변화를 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