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준플레이오프를 끝으로 사퇴한 염경엽 감독(사진 = 넥센 히어로즈) |
`염갈량`의 계산이 빗나가며 넥센의 가을야구가 끝났다.
17일 잠실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4점의 리드를 지키지 못한 넥센은 8회 오지환에게 역전 적시타를 허용하며 4-5로 패하면서 NC가 기다리고 있는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다. 특히 결과적으로 염경엽 감독이 경기 이후 사퇴를 선언하며 더욱 진한 아쉬움을 남기게 됐다.
두 번의 실책, 넥센의 가을야구 종료를 선언하다
결과적으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수비였다. 수비에서 매끄러운 경기를 했다면 넥센은 쉽게 동점과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가정이다. 넥센의 패인 가운데 결정적인 부분은 수비 실책이었다는 것이 결과였다.
4-0으로 앞서던 넥센은 3회말 2사 1,3루에서 맥그레거가 오지환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첫 실점을 했다. 계속된 2사 1,2루에서 채은성이 친 타구가 유격수 오른쪽으로 흘러가는 깊은 타구였다. 김하성이 타구를 잡아내면서 이닝 종료가 예상됐다. 그러나 김하성이 2루수 서건창에게 토스한 볼이 높게 날아가며 서건창이 볼을 잡아낼 수가 없었다. 문제는 이 틈에 2루 주자였던 히메네스가 3루를 돌아 홈으로 돌진하면서 두 번째 실점이 만들어졌다.
분명 어려운 타구를 잘 잡아냈다. 그러나 토스하는 과정이나 자세가 좋지 않았고, 여기에 토스까지 높게 날아가며 이닝 종료 대신에 실점을 하게 된 것이다. 그래도 이때까지 넥센은 2점의 리드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5회 대형참사가 발생하고 말았다.
5회말 시작과 함께 맥그레거가 박용택-히메네스에게 연속안타를 허용하자 넥센 벤치는 오주원으로 마운드를 교체했다. 오주원은 첫타자 오지환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넥센은 무사 만루의 위기를 맞이했다. 그리고 마운드에는 오주원 대신 김상수가 올라왔다.
채은성의 5구째를 받아쳤고 타구는 평범한 1루 파울플라이가 됐다. 그런데 1루수 윤석민이 이 타구를 놓치면서 아웃카운트는 올라가지 않았다. 이후 투구에서 김상수는 몸 맞는 볼을 허용하며 밀어내기로 실점을 했다. 계속된 수비에서 내야땅볼로 동점을 허용했으나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채은성이 공격 당시 윤석민은 전진 수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충분히 잡아줘야 하는 평범한 플라이였다. 전력 질주를 해서 호수비가 나와야 잡을 수 있는 타구가 분명 아니었다. 그럼에도 마지막 포구 순간에 볼을 놓쳤고, 이는 1사 만루가 될 상황은 무사 만루에 이어 동점까지 허용한 발판이 됐다.
초반 반짝했던 타선, 일찍 식어버린 것이 패인
정규 시즌 그리고 그 동안 각인 시켜줬던 넥센의 화력은 PS에 들어서 공갈 타선으로 변질됐다. 그러나 4차전 초반 분위기는 원래 모습을 보여주는 듯했다. 1회 삼자범퇴로 끝났던 넥센 타선은 2회초, 볼넷 1개를 포함해 4안타를 몰아치며 대거 4득점에 성공했다. 또한 선발 류제국을 강판시켰다. 이 때만 하더라도 넥센의 득점은 끝없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초반 불꽃 타선은 일찌감치 얼어붙었다. 4차전 넥센이 기록한 6안타 가운데 4안타가 2회에 터져 나왔을 뿐이다. 나머지 2안타는 6회와 8회 나왔을 뿐이다. 6회 대니돈이 안타를 기록하기 전까지 12타자가 연속 범타로 물러날 정도였다. 다시 말해서 류제국 이후 7이닝 동안 2안타 밖에 기록하지 못했고 LG 불펜의 위력에 방망이는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무너진 수비도 문제였으나 2회 4점 외에 추가점을 뽑아내지 못한 것은 또 다른 패배의 요소가 됐다.
철저하게 빗나간 계산, 밴헤켄을 써보지도 못하고 종료
결과론이지만 넥센 염경엽 감독의 계산은 실패가 됐다. 1차전 선발을 맥그레거로 내세운 것은 준플레이오프 보다 플레이오프를 생각한 작전이었다. 그의 예상대로 밴헤켄을 2차전을 내세우고도 4차전에서 시리즈가 마감되면 플레이오프는 결코 불리할 요소가 없었다. 그러나 1차전부터 그의 계산은 빗나갔다.
기대했던 맥그레거는 1차전 5회 무너지면서 패전 투수가 됐다. 예상대로 2차전 밴헤켄의 역투로 승리를 했으나 3차전은 타선의 불발과 신재영 카드도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그리고 또 다시 맞이한 4차전. 역시나 맥그레거가 등판했다. 그러나 위기에서 밴헤켄의 출격은 없었다. 밴헤켄이 나올 만한 시점도 없었던 것.
결국 염경엽 감독은 너무나 앞만 바라보다가 당장 눈앞에 있는 것을 놓치고 말았다. LG의 허프는 시즌 막판의 위력이 PS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또한 LG는 2경기를 치르고 올라왔지만 공격력이나 마운드의 힘이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LG의 기세를 누르는 대신에 살려주면서 완전히 다른 방향의 준플레이오프가 된 것이다.
올 시즌 주력 선수들의 대거 이탈에도 불구하고 리그 3위를 차지한 것은 박수 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2016년 가을을 끝으로 넥센을 떠나게 된 염경엽 감독은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