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라인 11]
김동환의 시선
출연 : 김동환 경제 칼럼니스트 / 경희대학교 국제지역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3,000억' 입니다.
갤럭시 노트7의 단종을 선언한 삼성전자가 이 결정으로 피해를 입은 부품공급 업체들에게 부품재고는 물론이고 원부자재까지 전액 보상을 해주기로 했습니다. 70여개 업체가 3,000억 수준의 보상을 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갤럭시 노트 7의 단종으로 삼성전자가 입을 손실 규모를 자체 추계만으로도 7조 이상으로 보니까 사실 3천억 원의 보상이라는 거 그리 큰 건 아닙니다.
하지만 한번 꼼꼼히 들여다 봐야 합니다. 3천 억이란 돈이 보상인지를 말입니다. 이미 생산한 부품은 당연히 삼성전자가 사가기로 한 거니까 보상이라기 보다는 구매라고 해야 할 것이고, 납품을 위해 이미 사놓은 원부자재의 경우도 언제까지 얼마의 부품을 납품하기로 한다는 계약관계하에서 작업중인 거니까 삼성전자의 책임이 있습니다.
사실은 부품업체 입장에서 더 힘든 건 갤럭시 노트7이 잘 팔릴 걸로 보고 선 투자를 했거나 인력을 확보해 놓고 공장을 세워야 하는 입장이 된 겁니다. 이걸로 피해를 본 업체들을 위해 다른 스마트 폰 부품을 배정하겠다고 하지만 그럼 기존의 납품업체는 또 물량이 줄겠지요. 윗돌 빼서 아랫돌 막는 셈입니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완제품을 만드는 대기업에 납품을 하는 우리 중소 부품, 소재 업체들의 오너들을 만나보면 하나 같이 어렵다고 합니다. 겉으로는 '우리가 삼성, 현대, LG에 납품하는 회사입니다.' 라고 자랑을 하지만 속 깊은 얘기를 들어보면 언젠가는 납품업체에서 탈피하고 싶다는 얘기를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잘 나가던 부품 업체가 무슨 연유인지 납품을 못하게 돼서 매출이 제로가 되고 결국 상장 폐지의 길을 걷게 된 경우도 더러 봅니다. 그 책임이 어디에 있건 우리 납품 기업들이 갖고 있는 운명적 을로서의 입장은 상장 시에도 여실히 증명됩니다.
기업의 가치 평가 시에 한 개 혹은 극소수의 대기업에 납품구조를 갖고 있는 기업의 밸류에이션은 디스카운트 대상입니다. 어떤 오너들은 상장을 왜 하냐고 고개를 젖습니다. 상장하는 순간 대기업들이 우리 영업실적 다 알게 되고 바로 납품가 깎자고 할 텐데 가늘고 길게 갈랍니다 라는 말도 합니다.
우리 코스닥은 물론이고 거래소의 중 소형주 대부분이 이런 형태의 부품 업체들입니다. 올해 들어 진행된 대형 셋트 업체의 강세와 중소형주의 부진, 더 극심해진 마른 수건 짜기의 결과물이라고 하면 너무 나간 건가요? 전부는 물론 아니지만 적어도 일부분은 그런 여파가 있었을 겁니다.
그래서 삼성전자의 어쩌면 당연한 전액 보상 결정이 반갑기도 하고 그 전액에 포함되지 못한 부분도 있을 텐데 라는 생각도 함께 가져봅니다.
삼성전자가 브랜드를 지켜내기 위해 단종이라는 결단을 내린 건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환영할 일입니다. 그 이면에 고통 받을 부품 소재 납품 업체들의 고통도 단종이란 결단을 한 그 마음 그대로 다 앉아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때문에 먹고 사는 사람들이란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이 분들 때문에 우리제품이 지구촌을 뒤덮고 있다는 감사가 있어야 합니다.
물량 주고 돈 제때 주면 내 할일 다 했다고 생각해도 안됩니다. 진정으로 이 중소기업들과 끝까지 함께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성과를 나눌 때 이번 같은 사고는 재연되지 않을 것입니다.
전액 보상, 잘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한번 더 챙겨 보시기를 바랍니다. 빠졌음에도 말할 수 없는 처지에 있는 중소기업들은 더 없는지 그리고 돈 이외에 다른 건 더 챙길 건 없는 지를 말입니다.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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