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자발적으로 낸 기부금 같지만 사실 기업들은 정부 압력에 울며 겨자먹기로 낸 세금이다, 그래서 준조세와 다를 바 없다는 분위기인데요.
산업팀 임원식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임 기자, 앞서 리포트들 통해 살펴봤지만 결국 기업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동네북'으로 전락한 느낌입니다.
<기자>
법적 구속력은 없다지만 기업들이 그 동안 어쩔 수 없이 '기부'라는 명목으로 내왔던 게 바로 기업부담금일 겁니다.
정부에 찍혀서 좋을 게 뭐가 있겠냐 다시 말해 행여 사업상 불이익을 받을까봐 '기부' 아니, 사실상 '납부'를 해 온 건데요.
그런데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니까 지금에 와서 나오는 얘기가 또 '배임이다', '뇌물 아니냐' 라는 비난들입니다.
말은 아끼고 있어도 기업들의 솔직한 속내는 아마도 '나더러 대체 어쩌란 말이냐'가 아닐까 싶은데요.
경기가 최악인 상황에서 속된 말로 '팔 비틀리고 쪼인트 까여 가며' 거금을 내놨더니 지금은 뇌물 갖다바친 죄인으로 몰리며 사정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는 형국입니다.
<앵커>
현 정부 들어 유독 기업 부담금에 대한 기업들의 볼멘소리가 컸던 것도 사실인데요. 실제 규모가 어느 정도 되나요?
<기자>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기업들이 출자나 출연, 기부한 사업들을 뽑아 봤는데요.
최근 문제가 됐던 미르, K스포츠재단이 각각 486억 원과 288억 원, 합쳐서 774억 원입니다.
삼성과 현대차, SK와 롯데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 16곳이 참여했습니다.
가장 규모가 큰 건 지난해 9월 박 대통령이 1호 기부자로 나섰던 청년희망펀드인데요. 880억 원에 이릅니다.
당시에도 삼성전자 250억 원 기부를 시작으로 현대차와 SK, LG 등 기업들이 줄줄이 기부 행렬에 줄줄이 동참했었는데요.
전체 기부자들 가운데 이 펀드를 수탁 중인 은행 13곳의 직원들이 절반을 넘어 '강제 할당'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자발적 기부 명목 아래 이렇게 6개 재단이 기업으로 걷어들인 돈만 2,164억 원이나 됩니다.
여기에 현 정부의 간판이기도 하죠.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기업들이 지원한 펀드 규모만 3천4백억 원이 넘습니다.
융자와 보증, 센터 내 자체 지원이나 운영비까지 더하면 7천억 원이 훌쩍 넘는 비용을 기업들이 떠안고 있는 실정입니다.
<앵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준조세 관행'을 아예 뿌리 뽑자는 목소리가 커질 것 같네요.
<기자>
앞서 기부금 규모만 언급했지만 기획재정부 자료를 보면 준조세 성격으로 기업들이 부담한 비용이 올 한 해에만 20조 원이 넘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업인들 사이에선 차라리 법인세율 올리는 게 낫다는 얘기까지도 공공연히 나오는데요.
물론 이 같은 '준조세' 성격의 기업 부담금이 과거 산업화 초 우리 경제의 성장에 이바지를 했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기업 부담금이 되레 기업의 성장을 옥죄는 족쇄로 여겨지는 게 사실입니다.
특히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들은 성장은 커녕 생존에 직면해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준조세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관행으로, 국가 재정의 불투명을 초래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정부가 기업을 통제하는 70~80년 식의 방식을 계속해서 고수해 나간다면 결국 우리 기업들이 설 자리는 사라지고 말 겁니다.
<앵커>
준조세가 가져온 폐단, 산업팀 임원식 기자와 얘기 나눴습니다.
임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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