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사람들에게 심장세동기 무더기 이식수술

입력 2016-11-02 07:55  



최첨단 의학으로 판정한 결과 심장병 유전자가 있다며 멀쩡한 사람 10여 명에게 심장세동기를 무더기로 이식수술한 `의료 사고`가 미국에서 벌어졌다.

심장세동기 이식수술은 심장박동을 모니터하고 이상이 있으면 전기충격을 줘 심장이 정상 유지되도록 하는 자동 기기를 몸속에 이식하는 것이다.

의약전문지 스태트 등에 따르면, 세계 최고 병원 중 하나로 명성이 높은 미국 메이오 클리닉의 유전자 심장학 전문가인 마이클 애커만 박사 팀은 최근 이 병원 회보를 통해 이런 충격적 사건의 전말을 보고했다.

사건은 5년 전 13세 소년이 자다가 심장 이상으로 사망한 일에서 시작됐다. 주치의는 유전성 질환을 의심해 소년의 형제, 부모, 친척에게 심전도 등 심장검사를 받게 했다.

일부 형제의 심전도검사에서 잠깐 작은 문제가 관측되자 의사는 `QT 연장 증후군`으로 판단했다. 이는 갑자기 원인 모를 심실성 부정맥이 일어나 실신 혹은 심장마비에 빠지는 유전성 심장질환이다.

의사는 가족 친척들에게 유전자 검사를 받게 했다. 검사업체는 가족 친척 중 25에게서 이 증후군과 관련된 돌연변이 유전자가 발견됐으며 이는 치명적 질환으로 발전할 위험이 있다고 통보했다.

심장전문의의 권유에 따라 친인척 10여 명이 제세동기 이식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가족들이 혹시나 해서 메이오 클리닉에 2차 소견을 의뢰한 결과 충격적 사실이 드러났다.

애커만 박사팀이 재분석하니 이들 모두에게 애초 수술이 불필요했다.

당초 돌연변이 유전자가 있다고 진단된 친인척 중 40%는 돌연변이 자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한 소년도 마찬가지였다.

원래 돌연변이 유전자의 경우 보유자 가족을 포함한 친족 중에 실제 증상이 나타난 병력이 없으면 보유자에게도 증상이 나타나는 일은 없다. 그런데 돌연변이가 있다고 통보받은 가족 친척 중 누구도 과거에 증상을 겪은 일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죽은 소년의 혈액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먼저 해보았다면 나머지 가족과 친척의 경우 애초부터 진단과 수술을 받을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이식수술을 받은 사람의 몸에서 불필요하게 심세동기가 작동하고 있어 제거수술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연구팀은 유전자 검사업체가 결함투성이 데이터베이스에 의존해 해석한 결과가 잘못된 것이었으며, 주치의도 곳곳에서 오판해 많은 사람이 불필요한 검사와 과잉치료의 나락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애커만 박사는 "이번 일은 유전자 검사와 정밀의학 분야에서는 속담 같은, 어두운 측면이 드러난 것"이라며 이런 사례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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