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라인 11]
[김동환의 시선]
출연 : 김동환 경제 칼럼니스트 / 경희대학교 국제지역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화학적 결합' 입니다.
삼성의 해외 기업 쇼핑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자동차 전장부품, 오디오 업체인 하만을 9조원 넘게 주고 산데 이어 어제는 캐나다의 메시지 전송 기술업체인 뉴넷캐나다를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이틀 만에 글로벌 M&A를 두 번이나 한 거죠.
삼성이 올해 들어 인수한 업체만 6개에 달하고 지분 투자를 한 곳이 무려 19개에 달합니다. 업종도 각양각색입니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하는 조인언트와 스마트 TV용 데이터관리 업체인 애드기어에 이어 미국의 프리미엄 가전 업체인 데이코, 인공지능업체 비브랩스, 그리고 하만과 뉴넷 캐나다까지. 지분 투자는 그 영역이 훨씬 더 넓죠. 중국의 전기차 업체인 BYD도 눈에 띱니다.
이 추세로라면 아마 올해 말, 내년에도 글로벌 M&A는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흡사대형 프라이빗 애쿼티 펀드처럼 투자를 하고 있는 겁니다.
삼성전자에만 당장 사용 가능한 현금성 자산이 82조나 있으니까 이 돈을 이자도 별로 나오지 않는 은행에 넣어놓고 있느니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미래 먹거리 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건 잘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는 IT기업으로서 유사이래 견고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회사죠. 세계 제 1의 메모리 반도체, 모바일에 디스플레이와 프리미엄 가전까지 서로간 시너지가 절묘하게 조합을 이루면서 한 해에 20조는 기본으로 버는 회사가 되어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의 실적을 보십시오. 모바일이 부진하면 반도체가, 반도체가 부진하면 모바일이 끌어주고 나머지 디스플레이나 가전도 꾸준한 실적을 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갖고 있는 본질적 한계는 하드웨어 일변도이고 이들 사업 포트폴리오가 본질적으로 한 방향을 갖고 있다는 거죠. 최근 몇 년은 운이 좋아 반도체와 모바일이 보완재의 역할을 했지 사실 큰 흐름으로 보면 같은 시황 산업입니다.
결국 방향은 소프트웨어의 강화와 기존 사업과 방향성을 달리 할 수 있는 하드웨어 쪽으로의 진출이 그룹의 리스크를 분산하는 방향일 겁니다. 지금까지의 글로벌 M&A도 대체로 이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다가오는 산업혁명 4.0의 시대를 준비하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전기차 쪽에 새로운 사업의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활발한 M&A의 이면에 우려가 있기도 합니다.
하만의 인수에 쓴 돈이 9조가 넘으니 상당히 큰 돈을 썼습니다만, 삼성이 갖는 위상과 현금을 감안하면 신의 한 수라고 하기엔 올망졸망 M&A와 지분 확대처럼 보인다는 겁니다. 손정의 회장이 영국의 ARM을 인수하면서 쓴 돈이 36조 원입니다. 이 돈을 마련한다고 알리바바도 팔고 경호온라인이나 슈퍼셀 같은 게임업체 지분까지 팔았습니다.
기술력의 격차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요소의 해외 기술기업을 사는 건 바람직합니다만 단기간에 너무 많은 기업을 사는 건 관리의 소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삼성의 기업문화가 글로벌라이즈 된 건 사실이지만 과연 이들 기업들과 화학적으로 결합해서 진정한 의미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인가라는 숙제가 남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에서 후계자로서 처음 독자적인 프로젝트를 한 게 e삼성과 e삼성인터네셔널이죠. 바로 2000년대 초반의 국내외 벤처투자입니다. 물론 그 때와 지금의 상황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비교할 수 없겠으나 풍부한 유동성으로 기업을 사들이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들과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보면 같은 숙제가 있는 겁니다.
삼성의 새로운 시도가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그 전제 조건은 삼성의 조직 문화와 시스템을 글로벌 스텐더드로 혁신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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