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가 안돼 거금을 들여 훈련소에도 보내 봤지만 그다지 나아진 것같지 않다. 산책을 나갔다가 행여 돌발상황이 생길까도 두렵다. 타고난 성격에 문제가 있는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니면 내가 너무 버릇없이 키웠나 하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타고난 성격이나 견주의 잘못 탓일까. 개들이 버릇없이 행동하는 데는 이와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지난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로 초능력에 가까운 청력 때문이란다.
개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초능력에 가까운 청력을 지녔다. 성인이 주파수 2만3000Hz까지 듣는 데 반해, 개는 주파수 4만5000Hz까지 높은 소리를 모두 들을 수 있다.
게다가 개는 작은 소리까지 모두 감지한다. 개는 사람의 가청 거리보다 4배 더 먼 거리에서 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모순되게도 이 뛰어난 청력이 스트레스의 원인이란다.
영국 왕립수의대학교의 존 보웬 교수가 실시한 연구에서 개는 환경보다 소리에 더 겁먹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람이나 동물이 내는 감정적 소리에 더 민감했다. 보웬 교수의 실험에서 큰 목소리에 반응하는 개는 12.7%에 불과한 반면에, 고함소리에는 25.4%가 반응했다. 화난 목소리에는 35% 넘는 개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 실험은 반려견이 주인의 감정적인 목소리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사람이 많이 모이는 모임이나 파티는 개에게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아이들이 참석하는 가족모임에서 울고 떼쓰는 소리에 개가 스트레스를 받고 버릇없이 구는 것이다.
사람 뿐만 아니라 같은 개가 내는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개가 짖는 소리에 실험 대상의 17.8%가 겁먹었다. 개가 으르렁거리는 소리에 두려워한 개는 16.9%였다.
그래서 많은 개가 모여서 짖고 으르렁거리는 동물병원은 반려견이 견디기 힘든 장소가 되기 쉽단다. 많은 반려견이 동물병원만 가면 버릇없이 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개는 불꽃놀이(37%), 천둥(29%), 총소리(24%), 공사 소음(16%), 자동차소리(15%) 등 큰 소음에도 두려움을 느꼈다. 특히 진공청소기 소리(25%)가 총소리보다 더 큰 스트레스가 됐다.
반려견이 소음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방음이 된 방에 가두고 키울 순 없는 노릇이다. 소음 스트레스를 해결하기 위해선 두 가지 단계로 적응시키면 된다.
우선 강아지일 때부터 다양한 소음에 노출시켜서, 소음에 면역이 되게 하는 방법이 있다. 강아지를 집안에서만 키운다면, 다양한 소음 파일을 다운로드 받아서 들려주는 것도 좋다.
다른 방법은 소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장소나 시간을 주는 것이다. 집에 손님을 초대한다면, 숨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거나, 모임 중간에 반려견을 잠시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 숨쉴 틈을 주는 것이다. 심할 경우에는 반려견용 항불안제를 먹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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