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반 40분 역전골을 터뜨린 구자철이 손흥민, 김신욱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사진 = 대한축구협회) |
시원하게 이겨도 시원찮을 경기에서 가까스로 살아났다. 종료 5분을 남겨놓고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으니 그 기쁨은 남달랐다. 수비 조직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들리지만 무엇보다 귀중한 승점 3점을 챙기고 한숨을 돌렸다. 최종 예선 반환점에 선 슈틸리케호가 솔직하게 돌아봐야 할 지점이 명확히 드러났다. 바로 그 곳은 `공존의 그라운드`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1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A조 우즈베키스탄과의 홈 경기에서 2-1로 힘겹게 역전승을 거두고 이란과의 승점 차이를 1점 차이로 좁히며 2위(10점 3승 1무 1패 8득점 6실점)까지 올라섰다.
이른바 벼랑 끝 승부처에서 한국은 어이없는 선제골을 얻어맞았다. 25분만에 센터백 김기희가 헤더 백 패스 실수를 저질러 비크마에프에게 왼발 로빙 슛을 허용했다. 골키퍼 김승규가 페널티 에어리어 밖으로 달려나와 가까스로 걷어냈지만 우리 선수들은 위기 상황 2차 대응도 민첩하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후반전 교체 선수 세 명이 짜릿한 뒤집기 드라마를 만들어낸 것이다. 가장 먼저 들어온 미드필더 이재성이 67분에 남태희의 동점골을 만들어내기까지 뛰어난 볼 키핑 능력을 자랑하며 상대 선수 여럿을 따돌리고 손흥민에게 밀어준 장면이 압권이었다. 그 공은 박주호의 절묘한 크로스와 남태희의 헤더 골로 완성되었다.
이재성 다음으로 키다리 골잡이 김신욱과 왼쪽 풀백 홍철이 차례로 들어왔다. 이들이 85분에 만들어낸 역전 결승골은 근래에 보기 드문 작품이었다. 홍철이 시원하게 올려준 공을 김신욱이 정확하게 이마로 떨어뜨렸고 이 공을 향해 달려든 구자철의 재치있는 왼발 하프 발리슛이 결정타였다. 바로 그 순간 손흥민도 상대 수비수 한 명을 끌고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기에 조직력 또한 돋보였다.
슈틸리케호는 지난 11일 캐나다와의 평가전에서도 두 골을 뽑아내며 2-0 승리를 거뒀는데 이번 우즈베키스탄전과 묘하게 대조를 이루는 기록이 보인다. 그것은 바로 `해외파-K리거`의 아름다운 조화와 공존이다.
캐나다와의 평가전에서는 해외파들이 결정적인 도움을 주며 K리거 둘(김보경 9분 선취골, 이정협 25분 추가골)을 빛냈는데, 이번 우즈베키스탄과의 중요한 일전에서는 후반전 교체 선수 3명의 K리거들이 차린 밥상에 해외파들이 숟가락을 얹은 셈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최근까지 부진했던 슈틸리케호를 놓고 해외파-국내파(K리거)의 부조화로 그 원인을 꼬집기도 했지만 최근 열린 두 경기에서 귀중한 승리 공식을 이들이 조화롭게 만들어낸 것이다.
이들을 바라보는 편견이 있다면 슈틸리케 감독부터 팬들에 이르기까지 모두 깨뜨려야 한다. 그래야 축구장이 아름다운 공존의 그라운드로 변한다. 축구장 밖에서 권력 다툼을 일삼는 자들의 프레임에 휘말리지 말아야 우리가 바라는 목표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결과(1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
★ 한국 2-1 우즈베키스탄 [득점 : 남태희(67분,도움-박주호), 구자철(85분,도움-김신욱) / 비크마에프(25분)]
◇ A조 현재 순위
이란 11점 3승 2무 4득점 0실점 +4
한국 10점 3승 1무 1패 8득점 6실점 +2
우즈베키스탄 9점 3승 2패 5득점 3실점 +2
시리아 5점 1승 2무 2패 1득점 2실점 -1
카타르 4점 1승 1무 3패 3득점 6실점 -3
중국 2점 2무 3패 2득점 6실점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