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라인 11]
[김동환의 시선]
출연 : 김동환 경제 칼럼니스트 / 경희대학교 국제지역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28년' 입니다.
지금으로부터 꼭 28년 전 여의도 국회에서는 이른바 5공 일해 재단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여러 증인 중에서도 현대그룹의 고 정주영 회장의 증언이 세간의 화제가 됐죠.
"1차는 날아갈 듯 냈고 2차는 이치에 맞아서, 3차는 편하게 살려고 냈다"
오늘 재벌 회장 아홉 분이 같은 증언대에 섭니다. 28년이란 세월이 흘러 우리 사회의 전 분야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지만 정권과 기업간의 관계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는 걸 우리는 목도하고 있는 겁니다.
28년 전 그러니까 88년 겨울을 잠깐 회상해 볼까요?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냈고 3저 호황의 끝 무렵이었으니까 사실 우리 경제 나쁘지 않았습니다. 또 민주화로 인한 노조가 활발해지면서 임금 상승률도 가팔랐죠? 제 기억으로는 아마도 체감기준으로 우리 경제가 가장 좋은 시절의 끝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여기에 서슬퍼런 5공의 권력자를 청문회에 세우고 또 감옥에까지 보냈으니 민권도 급격하게 회복이 되던 그야말로 새로운 기운이 싹트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을 한 번 보십시다. 그때 누가 과연 삼성전자가 전 세계 반도체 시장과 스마트폰 시장의 최강자가 될 것을 알았겠으며 현대기아차가 세계 5위가 될 것을 알았겠습니까?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LG, SK, 롯데, 한화, 한진, CJ그룹도 당시에는 상상하기 힘든 규모로 덩치를 키웠습니다.
다만 정치권력과의 관계는 28년 전이나 별반 다른 것이 없었다, 아니 어쩌면 대기업 회장들을 이틀 동안 줄을 세워 독대를 하고 모금을 했다면 오히려 그 당시 보다 더 퇴보한 거라고 봐야죠? 그것도 국민들은 정체도 모를 최순실이란 사람의 사익까지 챙겨줬다는 의혹이 있다면 말입니다.
지금쯤 한창 청문회가 진행되고 있을 텐데 그 청문회는 좀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질의를 하는 국회의원들도 윽박지르지 말고, 호통치지 말고 실체적인 진실을 밝히는 데만 집중해 주시기 바랍니다. 작년이었죠. 롯데 신동빈 회장을 국회에 불러 "축구 한일전 하면 어디를 응원하냐"고 물었던 기억이 납니다.
시간이 극히 제한적입니다. 본질적인 질문 말고 허비할 시간이 없습니다. 전세계 언론이 오늘의 청문회를 보도하게 될 텐데 질문을 하는 국회의원이나 답변을 하는 재벌 회장님들이나 그 수준을 알리게 될 것입니다.
5공 일해 재단 청문회와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가 본질적으로 다른 건 당시는 물러난 권력에 대한 심판과정이었다면 지금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심판이라는 것입니다. 28년의 세월이 허송세월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지금 매주 토요일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촛불의 민심이 비단 대통령의 퇴진만을 요구하는 건 아니
겠지요. 28년간 청산되지 않은 우리 사회의 적폐와 비합리 그리고 잘못된 관계설정을 이번엔 바꿔보자는 거대한 함성이라고 봐야 되지 않겠습니까?
오늘 청문회가 또 다른 28년이 지난 시점에 돌이켜 봤을 때 우리 기업이 다시 태어나는 한 계기가 됐고 정치권력과의 제대로 된 관계를 맺는 반전의 계기였다는 역사적인 평가를 받는 그런 청문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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