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제3지대` 정계개편론을 둘러싸고 야권의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격한 설전을 주고 받았다.
포문을 먼저 연 쪽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 지사였다. 손 전 대표가 야권통합론을 외치는 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를 비판하고 개헌을 고리로 여권의 유력주자로 떠오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의 연대 가능성을 내비치자 이를 정면으로 공격하고 나선 것이다.
안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선을 앞두고 명분 없는 이합집산이 거듭된다면 한국의 정당정치는 또다시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며 "대한민국의 미래는 후배들이 잘 만들어 가겠다. 저희들을 믿고 은퇴해 달라"고 손 전 대표의 정계은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안 지사는 "1990년 3당 합당에 동참한 후 26년 동안 선배님이 걸어온 길을 지켜봤다. 큰 역할도 했지만 그늘도 짙었다"며 "더는 민주주의와 정당정치의 원칙을 훼손하지 말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어 "낡은 정치로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수 없다"며 "존경하는 대선배로 남아주면 좋겠다"고 거듭 정계은퇴를 주문했다.
그러자 손학규 전 대표 측은 "패거리 정치는 그만해달라"며 발끈했다.
손 전 대표 측 무소속 이찬열 의원은 성명을 내고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정치, 패거리 정치, 상속정치는 그만하면 족하다"면서 "여기서 그만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함께 정치했던 후배들에게 유언처럼 남기신 `정치하지 마라`는 말씀을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며 "2007년 대선 참패 후 안 지사가 말한 `친노는 폐족`이라는 고백은 순간적으로 책임을 모면하려는 술책에 불과한 것이었나"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제 친문의 홍위병이자 패거리 정치의 행동대장이 돼 다른 정치인에게 칼을 휘두르는 것이 노 전 대통령의 길이요 새로운 정치를 추구해야 할 차세대 정치인의 길이란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스스로 제3지대를 자처해온 국민의당도 손 전 대표를 즉각 엄호하고 나섰다.
강연재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충남도정을 챙겨야 하는 안 지사가 허구한 날 여의도 정치판과 차기대통령 선거판을 기웃거리며 몸값 올리기 위한 행보, 대권을 향한 행보만을 일삼는 것은 가히 자랑스러운 일인가"라고 비판했다.
또한, "자신들의 야권프레임은 정의라고 호소하며 기득권을 타파하고 새로운 정치질서를 만드는 일은 명분 없는 이합집산으로 매도하는 저의가 너무 뻔하지 않은가"라며 "여의도 정치판에 `감 놔라 대추 놔라` 주제넘게 나서려거든 최소한 이중적 잣대는 내려놓고 양심껏 기본과 원칙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희정 지사가 민주당 내 경선상대가 될 문 전 대표를 마냥 감쌌다기 보다는 인위적인 정계개편이나 대선주자간 합종연횡에 반대하는 평소의 소신을 분명히 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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