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의원들에 대한 `인적청산` 문제를 둘러싸고 또 내홍에 빠졌다.
비박(비박근혜)계의 집단 탈당에 이어 당 지도부와 친박계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분열에 분열을 거듭하는 양상으로 전개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와병 중이던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3일 활동을 재개하자마자 친박 핵심을 향해 "악성종양의 뿌리"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들의 탈당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는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과 `좌장` 격인 최경환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서 의원은 전날 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절차도 무시한 채 인위적으로 몰아내는 것은 올바른 쇄신이 길이 아니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이를 두고 인 위원장은 "당 대표에 대해 무례한 일이다. 인간 인명진에 대한 무례한 일"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그는 개혁보수신당(가칭)을 "똥 잔뜩 싸고 도망가 `난 똥 싼 적 없다`고 하는 격"이라고 표현하며 인적청산을 두고 제기된 `신당과의 밀약설`을 일축했다.
인적청산 국면에서 인 위원장과 보조를 맞추는 정우택 원내대표는 최근 서 의원을 찾아가 설득했다고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정 원내대표는 "당과 후배들을 위해서, 보수 정권의 재창출을 위해서 좋은 결정을 해 주실 것으로 생각한다"며 서 의원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그는 친박 핵심인 이정현 의원이 전날 탈당한 데 대해서도 "(이 의원 탈당만으로) `친박당` 색깔을 벗었다고 국민이 생각할지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집중 공격의 표적이 된 서 의원은 자신에 대한 탈당 요구가 일방적이고 비민주적이라며 불쾌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서 의원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례하다`는 표현은 이해할 수 없다"며 "최소한의 품격을 지켜주길 바란다"는 입장을 보였다.
친박계 내부에선 인 위원장의 인적청산이 당의 분열을 조장한다는 인식이 확고하다. `청산 시한`으로 제시한 오는 8일까지 일촉즉발의 상태가 이어질 전망이다.
애초 인 위원장이 참석할 예정이던 이날 재선 의원들과의 오찬 간담회도 인 위원장이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변경됐다.
지역구 일정 등으로 의원들이 모이기 어렵다는 이유였지만, 재선 그룹에 적지 않은 친박계와 인 위원장의 불편한 관계를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도 낳았다.
이와 달리 초선 의원 사이에선 `인 위원장에 힘을 실어주자`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원외 그룹도 편을 가르는 등 당이 사분오열되는 모습이다.
인 위원장을 면담한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전체 명의로 낸 성명에서 "엄중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첫 단추가 인적 쇄신"이라며 서 의원 등의 결단
을 촉구했다.
그러자 일부 당협위원장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참석자 70여명 중 명시적 찬성자는 20여명에 불과했다"며 "성명은 원천 무효"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이 걷잡을 수 없는 `핵분열` 양상을 보이자 일각에선 인 위원장과 서 의원 사이에 극적인 타협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갑윤 의원, 이인제 전 의원, 김관용 경상북도지사는 이날 인 위원장을 만나 서 의원 등의 `명예로운 퇴진` 방안을 논의했다.
애초 탈당 의사를 보였던 서 의원이 자진 탈당하고, 인 위원장이 이를 존중하며 유감을 표명하는 식으로 사태를 봉합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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