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 이원근 "김하늘 선배가 먼저 다가와 주셨어요" [인터뷰②]

입력 2017-01-04 19:53  


아직 낯선 이름이지만 익숙한 얼굴이다. 배우 이원근은 2012년 `해를 품은 달`로 데뷔해 `유령` `일말의 순정` `열애` `하이드 지킬, 나` 등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주로 브라운관에서 볼 수 있었던 그를 이제 스크린에서 만날 기회가 왔다. 김기덕 감독의 `그물`이 먼저 개봉했지만 먼저 촬영을 마친 건 `여교사`였다. `여교사`가 그의 첫 스크린 작인 셈이다.

`여교사`는 고등학교 계약직 여교사 효주(김하늘)와 정교사로 새로 부임한 이사장 딸 혜영(유인영), 그리고 그들의 제자 재하(이원근) 사이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현대 사회의 계급문제와 인간 본성의 어두운 심연을 꿰뚫는다. 재하역을 맡은 이원근은 순수한 소년과 영악한 소년 사이를 오가는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앳된 얼굴에 아이 같은 말투,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모를 표정으로 두 여자 사이에서 줄타기한다.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영화 어떻게 봤나.

시사회 전날 잠도 안 오더라고요. 자다 깨기를 반복했어요. 감독님과 함께 고생해가면서 했던 작품이라 기억에 남는 게 많았거든요. 만감이 교차했죠. 한 단어로 그 감정을 표현하기 힘들었어요. 아무래도 첫 영화라서 그런 것 같아요.

영화에 대한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가.

일단 촬영한 지 좀 된 상태에서 언론시사회를 했더니 오히려 내 연기에 대해서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표현력이 많이 아쉬웠어요. 그때로 돌아가면 표현 방식을 달리 시도해봤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경험을 하는 것 자체가 배움의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직업이든 마찬가지겠지만 배우 역시 자신이 내놓은 결과에 대해 늘 만족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또 다른 사람에게 늘 좋은 평가만 들을 수도 없고요. 맨날 좋은 소리만 들으면 좋겠지만 그러면 성장이 더디지 않을까 생각해요. 쓴소리를 들을 때는 고통스럽고 슬프지만 그런 이야기들도 다 감사하게 받아들이려고 해요.

캐스팅 확정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는지.

날아갈 뻔했어요. 행복했고 감사했죠. 동시에 부담감도 왔지만 아무것도 없는 나를 선택해주고 같이 하자고 해줘서 좋았던 기억이 더 커요.

재하역에 캐스팅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오디션을 보는 자리에 내가 셔츠 차림에 알록달록한 양말을 신고 갔어요. 그날따라 양말이 없어서 눈에 보이는 걸 신었거든요. 그런데 감독님이 내 양말을 보고 멈칫하더라고요. 재하는 멋을 추구하는 인물이 아니거든요. 감독님이 정말 있는 그대로의 느낌을 원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와중에 내 양말이 눈에 띄었던 거 같아요. 이후 감독님과 두 시간 정도 대화를 나눴어요. 내 성향, 취미, 말투, 대화할 때는 어디를 보고 만지는지 유심히 봤어요. 나중에 감독님이 당시에 나의 말과 행동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재하는 혜영과 효주의 사이를 오가는 핵심적인 인물이다.

재하는 엄마 없이 자랐고 아버지에게도 보살핌을 받지 못하며 자란 소년이에요. 영화에서는 편집됐지만 욕먹고, 얻어맞은 적도 있어요. 그런 상황에서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금수저 정규직 교사 혜영을 만났으니 그녀를 마치 엄마처럼 따르게 되는 거죠. 한마디로 그녀의 꼭두각시가 된 거예요.

재하를 연기할 때 어떤 감정으로 연기했나.

감독님이 혜영을 엄마처럼 생각하라고 했어요. 이유 없이 그냥 사랑하는 존재예요. 재하는 혜영으로부터 처음 보살핌을 받고, 처음으로 사랑을 느껴요. 혜영을 위해서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오로지 혜영만을 사랑하는 설정이었죠. 그런 생각으로 재하를 연기했어요.

그래서 그런가, 재하의 말투와 표정이 어린 아이 같은 면이 있다.

그 부분이 제 역할에서 엄청 중요한 지점이에요. 분명하기보다는 흐릿한 느낌을 주는 어린애 같은 톤으로 대사를 해야 했어요. 감독님이 원한 게 그런 거였어요. 오죽하면 술자리에서 나에게 휴대폰 녹음을 켜라고 한 적도 있어요. 켜놓고 마시라는 거예요. 그렇게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황급하게 녹음을 끄라고 하면서 `바로 그 말투야!` 라고 알려 줬어요. 내가 다시 들어보고 나서는 나도 좀 놀랐어요. 어? 나한테 이런 목소리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어린 애 같은 톤이더라고요.

감독님이 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나 보다.

만약 내 컨디션이 좀 저조하거나 몸이 아파서 평소의 낮은 목소리가 나오면 바로 NG였어요. 다시 어린애 같은 목소리가 나올 수 있도록 시간을 두고 쉬고 갈 정도였어요. 특히 혜영에게 이별 통보를 듣는 순간에는 나도 모르게 떠나려는 여자를 붙잡는 다 큰 남자의 느낌으로 연기를 했다가 바로 지적을 당했어요. 재하는 사랑도 제대로 안 해본 고등학생인데 거기서 어떻게 성인의 호흡이 나오냐는 거죠.

김하늘과 호흡을 맞춘 소감은 어떤가.

너무 아름다워 모든 동작이 슬로우 모션으로 보였어요. 제가 첫 현장이라 굳어있고 긴장하고 있었거든요. 하늘 선배님이 그걸 아시고는 `이거같이 먹자` `뭐 했어?` 라면서 먼저 다가와 주셨어요. 저는 낯가림이 심한 데다 선배님께 다가가는 게 실례일 것 같아 주저하고 있었거든요. 먼저 다가와 주시니 너무 감사했죠. 특히 하늘 선배님의 눈동자를 보며 시선을 통해 감정을 전달하는 법을 배웠어요.

배우로서의 목표는 뭔가.

형식적일 수도 있지만 늘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성장하는 저를 발견해 주신다면 배우로서, 인간 이원근으로서 너무 큰 축복인 것 같아요. 배움이라는 것이 즐겁고, 때로 괴롭기도 하지만 그 후의 결과를 본다면 더욱 좋은 것들이 많이 느껴질 테니 그걸로 큰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사진=필라멘트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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