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만난 반기문, ‘파이팅’에 자신감 얻었다? 황교안과 샅바 싸움 우려도

입력 2017-01-19 22:07  



MB 만난 반기문의 행보가 거침없다.

MB 만난 반기문이 확 달라졌기 때문. 귀국 후 줄곧 `국민 대통합` 행보에 주력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서서히 정치적 행보로 무게추를 옮기고 있다.

반 전 총장은 19일 오후 이명박(MB) 전 대통령을 예방해 귀국 인사를 했다.

귀국 후 첫 번째 전직 대통령과의 만남인 동시에 처음으로 정치인과 공식 만남을 갖는 의미가 남다른 행보였다.

또 반 전 총장은 이날 고(故)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부인인 손명순 여사도 찾아갔다. 20일에는 정세균 국회의장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차례로 만날 예정이다.

귀국 후 행보에서 `결정적인 한방`을 선보이지 못한 반 전 총장이 전직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 권한대행, 그리고 국회의장과의 면담을 통해 향후 정치 행보를 위한 발판을 마련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일단 이날 이 전 대통령과의 면담은 비공개로 약 30분간 진행됐다. 초반 몇 분을 제외하고는 두 사람이 계속 독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면담이 특히 주목을 받은 것은 이 전 대통령이 생존한 전직 대통령 가운데 정치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유일한 전직인데다, 과거 이 전 대통령의 측근 또는 친이(친이명박)계 의원 중 일부가 반 전 총장의 캠프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곽승준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과 박진 전 의원 등이 현재 반 전 총장의 캠프에 속해 있고, 이 전 대통령의 `입`으로 통했던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이 전 대통령의 정무수석을 지낸 새누리당 정진석 의원은 외곽에서 반 전 총장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내부에서는 반 전 총장이 이 전 대통령 예방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세(勢) 불리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반 전 총장 캠프 측에서는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실제로 초기 캠프 구성원들의 경험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일부에서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뒷전으로 밀렸던 친이계 인사들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여전히 재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만큼 반 전 총장에 대한 직접 지원에 나서는 것이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이날 두 사람 사이에 정치적 대화가 없었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었지만, 이 전 대통령은 면담을 마친 뒤 반 전 총장을 배웅하며 "파이팅"을 외쳤고 이에 반 전 총장이 "감사합니다"라고 답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눈길을 끌었다.

그런가 하면 이 전 대통령 면담 일정 후 진행된 손 여사 예방 일정은 부산·경남(PK) 민심 잡기와도 관련이 없지 않다.

경쟁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을 지역 기반으로 하는 만큼, 과거 PK의 맹주였던 YS의 적자가 될 가능성을 키우는 자리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이 자리에서도 정치적 발언은 나오지 않았지만 반 전 총장은 "(YS가) 살아계셨으면 제가 더 자랑스럽게 보고드릴텐데, 사실은 한국에 도착한 다음날 국립묘지에 가서 참배했다"며 "감개가 무량하다. 큰 지도자들이 다 가시니…"라고 애틋함을 표했다.

또 손 여사 예방자리에 동석한 김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가 "오시자마자 이렇게 많은 활동을 할 것이라 생각지 못했다"고 하자, 반 전 총장은 "상당히 유익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다만 20일에 있을 황 권한대행과의 면담은 보수 진영 내에서 경쟁자 간 `샅바 싸움`으로 비칠 공산도 없지 않다. 황 권한대행이 현재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여권 대선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 반 전 총장은 설 연휴까지 정치권과 거리를 두며 바닥 민심 청취에 집중할 계획이었지만, `컨벤션 효과`가 없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만큼 이번 `릴레이 귀국 인사` 자리에서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를 던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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